일반산 (ⅹⅰ)

몇번을 와도 낯설기만 하더라 (관음산-사향산-여우봉)

킬문 2022. 6. 13. 20:22

2022년 6월 12일 (일요일)

◈ 산행경로
도봉산광역환승센터
문암리(07:05-08:31)
도내지고개(08:45)
315.5봉(09:13)
495.5봉(10:19)
주능선(11:30)
관음산(11:54)
낭유고개(12:10-13:36)
사향산(15:06)
철망통과(15:19-15:39)
장암리삼거리(16:04)
여우고개(16:33)
여우봉(17:14)
447.7봉(18:30)
387도로(18:47)
산정호수주차장(18:57)
도봉산광역환승센터(19:05-20:43)

◈ 도상거리
19km

◈ 산행시간
10시간 26분

◈ 산행기



한 정거장 전에서 1386번 버스를 잘못 내려 지형을 살피다가 질주하는 차량들과 함께 도내지 고갯마루로 붙어 밭에서 잡목들을 뚫고 산으로 들어가 진땀을 떨어뜨리며 된비알을 치고 낡은 삼각점이 놓여있는 315.5봉을 넘어서 전에 반대로 내려오며 오른쪽으로 잘못 빠졌던 송전탑 삼거리로 올라가니 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렸던 날이 떠오른다.
연신 멈춰 서서 앵앵거리며 달려드는 날파리 떼들을 때려잡으며 시대에 뒤떨어진 대형 벙커들이 놓여있는 산길을 한동안 지나 495.5봉을 넘어서 남쪽으로 꺾어 점점 뚜렷해지는 산길 따라 평강식물원 철망들이 길게 쳐져있는 능선을 타고 잡초 무성한 공터에 이정표가 서 있는 관음리 주능선으로 붙는다.
한여름 같은 무더위에 땀을 흘리며 군 통신시설을 지나 공터에 정상석이 놓여있는 관음산(732.1m)에 올라 한쪽의 그늘에 앉아 이것저것 간식으로 점심을 때우고 능선 갈림길을 찾아 미끄러운 바위지대들을 조심스레 내려가면 네 번째로 오는 곳이지만 지형이 낯설기만 해서 두리번거리게 된다.
지형이 어지러운 산불 지역을 지나서 밧줄들이 걸려있는 가파른 마사토 지대를 미끄러져 내려가 전차 방호벽이 서 있는 387번 도로의 낭유고개를 건너서 성하의 잡목 숲을 뚫고 올라가다 알 두 개를 품고는 놀라 도망치지 않고 주위를 배회하는 어미 새를 딱하게 바라보며 바위에 앉아 독한 마가목주를 들이키고 한동안 망중한을 갖는다.
숲에 묻혀서 듬성듬성한 철주에 달려있는 굵은 마닐라 로프들의 잔해를 보며 20년 전 눈 덮인 겨울의 음산했던 능선의 잔상을 떠올리다 675.9봉을 힘겹게 넘어서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정상 오석이 놓여있는 사향산(737.4m)에 올라 너럭바위에 앉아서 맞은편의 장쾌한 한북정맥을 바라보며 남은 술을 마시고 개운한 심정으로 부대 철조망을 왼쪽으로 길게 우회한다.
다시 조망이 트이는 바위에 앉아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멍을 때리다 예전에 올라왔었던 장암리 쪽의 능선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어 어지럽게 파인 군 참호들을 타고 어린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려오던 빌라 촌으로 내려간다.
시멘트 길를 타고 78번 도로가 넘어가는 여우고개로 내려가 이미 다 떨어졌다는 맥주 대신 부족한 소주를 사 훌쩍거리며 휴게소에 앉아 있다가 시멘트 임도를 타고 밭을 지나 능선으로 붙어 흐릿하지만 가파른 능선을 한동안 타고 낯익은 정상 석이 놓여있는 여우봉(x725.7m)에 올라 이어지는 명성지맥을 타고가다 계곡을 건너 맞은편의 등산로로 붙는 게 제일 편하기는 하지만 불쑥 오래 전에 한번 갔었던 서 능으로 들어간다.
간간이 붙어있는 표지기들을 보며 험준하게 이어지는 암 능들을 돌고 넘으며 지형을 잘못 판단해 왼쪽의 절벽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추락하며 놀라 돌아와서 암 봉을 직접 넘어 밧줄들이 잘려있는 절벽지대를 긴장해서 내려간다.
조망이 트이는 바위지대들을 연신 지나서 둔덕에 군 삼각점과 일반 삼각점(갈말456/2007재설)이 놓여있는 447.7봉을 넘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육산 길을 타고 비선폭포가 아닌 주차장 쪽으로 방향을 잡아 잡초 무성한 공터에 다 망가진 간이 화장실이 방치되어 있는 387번 도로로 내려간다.
텅 빈 도로에서 잠시 지도를 보다가 오른쪽으로 잠시 걸어 산정호수 주차장으로 내려가 몇 분 안 남은 시간에 찬 캔 맥주로 더위를 달래고 몸단장을 하고는 개운한 마음으로 아침에 타고 왔던 1386번 급행버스에 몸을 싣는다.



▲ 도로에서 바라본 불무산



▲ 관음산 정상



▲ 낭유고개



▲ 새알



▲ 사향산 정상





▲ 한북정맥



▲ 명지산



▲ 여우고개



▲ 여우봉 정상



▲ 사향봉과 관음산



▲ 447.7봉 정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