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ⅸ)

선생의 넋을 기리며 (약사봉-감투봉-명성산)

킬문 2019. 11. 11. 18:10

2019년 11월 9일 (토요일)

◈ 산행경로
도봉산역
도평리(08:50)
약사1교(09:26)
약사봉(10:13)
감투봉(10:59)
군사도로(11:42)
바깥덕재(11:59)
헬기장봉(12:45)
여우봉(13:16)
등산로(14:06)
삼각봉(16:01)
명성산(16:15)
산안고개(17:32)
주차장(18:25)
의정부역(19:00-20:40)

◈ 도상거리
16km

◈ 산행시간
9시간 35분

◈ 산행기

복계산행 때 도봉산역 승차장에서 한 시간을 더 기다렸던 것처럼 수유리에서 6시 20분에 출발하는 첫 버스가 역시 올 기색이 없어서 추위에 떨며 의정부로 나가 138-5번 버스를 타고 도평리 종점으로 가서 산행을 거꾸로 하기로 한다.
도로에서 감투봉과 약사봉을 바라보며 약사1교를 건너 펜션을 통과해 능선으로 붙어 용도 모를 움막 한 채를 지나고 낙엽만이 잔뜩 덮여 있는, 볼 것 없는 메마른 능선을 타고 작은 공터가 있는 약사봉(x467m)으로 올라가면 이름 없는 리본 하나만이 쓸쓸하게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막걸리 한 컵을 붓고 평생을 조국의 독립과 민주를 위하여 일하다 친일파이자 독재자에게 타살당한 장준하 선생의 넋을 기리며 간단히 제를 치르고는 지형도에 이름도 없는 이 삭막한 봉우리를 왜 그 옛날에 고인은 찾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며 참호들이 파여있는 능선을 따라간다.
가을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들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넓은 마사토 공터에 역시 고인이 된 한현우 님의 코팅 지가 붙어있는 감투봉(501.0m)에 올라 삼각점을 찾다 포기하고 몰려드는 벌떼들을 쫓으며 찬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이리저리 갈라지는 지능선들을 조심하며 군사도로와 만나 곳곳에 붙어있는 폐회로 텔레비전에 위축 당하며 헬기장이 있는 바깥덕재로 내려가 승진사격장을 바라보며 잡목 봉을 넘어 정자들이 보이는 능선을 겨냥하고 지축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는 탱크들을 급하게 피해 산으로 들어가 몸을 숨긴다.
처음 생각처럼 일반 등산로가 아니고 아마 VIP 산책로로 조성한 것 같은 산길을 타고 돌아다니는 지프차들을 피해 조망대 건물 뒤로 들어가 헬기장이 있는 마지막 봉우리를 넘으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오래 전에 계곡에서 올라왔던 길을 살피며 전에 없던 정상 석이 반겨주는 여우봉(x725.7m)을 다녀와 헬기장까지 돌아가며 길을 찾다가 그냥 계곡을 한동안 떨어져 왁자지껄한 등산객들의 소리를 들으며 산책로로 내려가 뒤늦게 억새를 보러 온 수많은 인파에 섞여 돌길을 올라간다.
역광에 출렁이는 억새의 물결에 감탄하며 줄줄이 이어지는 데크 계단들을 타고 봉우리에 올라 사격장 너머로 펼쳐지는 한북정맥의 유장한 줄기를 보고 또 돌아보고 언제 와도 참 좋은 산이라는 생각을 하며 아기자기하게 이어지는 암 능 길을 부지런히 따라간다.
햇빛에 반사되는 산정호수에서 멀리 또 다른 각흘봉과 중군봉으로 이어지는, 낮지만 역동적인 산줄기를 바라보고 마치 뿔처럼 솟아있는 삼각봉(x906.6m)을 넘어 약사령 삼거리로 내려가니 일단의 야영객들이 텐트를 치고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그 넘치는 여유에 은근히 부러운 마음이 든다.
안부에서 밧줄들이 걸려있는 바위지대를 지나 공터에서 낯익은 정상 석과 삼각점(갈말24/1983재설)이 반겨주는 명성산(921.9m)에 올라 석양에 물들어가는 산하를 바라보며 남은 술을 다 마시고 시간도 부족하기는 하지만 미답 지로 남겨놓는 게 좋을 것 같은 삼부연폭포 쪽 길을 버리고 안부에서 교통이 편리한 산정호수로 방향을 돌린다.
중간 중간의 거추장스러운 계곡들을 몇 곳 지나서 겨울이나 야간에는 조심해야 할 큰 폭포를 긴장해서 통과해 유순하게 이어지는 산길 따라 비포장도로가 넘어가는 산안고개로 내려간다.
펜션마다 꽉 들어차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부럽게 바라보며 달님이 불쑥 얼굴을 내미는 명성산자락을 거슬러 내려가다 펜션 편의점에서 비싼 캔맥주 하나 사 마시고 산정호수 주차장으로 내려가 어묵을 먹으며 30분을 기다려 직행으로 바뀐 1386번 버스를 타고 의정부로 돌아간다.

▲ 도로에서 바라본 감투봉과 약사봉



▲ 약사1교



▲ 움막



▲ 약사봉 정상



▲ 감투봉 정상



▲ 군사도로



▲ 광덕산



▲ 명성산



▲ 바깥덕재



▲ 편의시설



▲ 전차



▲ 각흘봉과 광덕산



▲ 사격장



▲ 마지막 헬기장에서 바라본 한북정맥



▲ 여우봉 정상









▲ 억새밭



▲ 한북정맥과 지나온 능선



▲ 여우봉과 사향산





▲ 억새밭



▲ 사격장과 한북정맥



▲ 산정호수와 망무봉



▲ 명성산



▲ 삼각봉 정상



▲ 뒤돌아본 삼각봉



▲ 명성산 정상





▲ 폭포



▲ 도로에서 바라본 명성산



▲ 만월



▲ 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