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배배 꼬인 일정을 못 참고 집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느긋하게 잠을 자고 끝물 도봉산 단풍을 보러 망월사 계곡으로 들어가니 역시 기대대로 현란한 풍경이 펼쳐진다. 수많은 등산객들과 함께 하류의 화려한 단풍들을 구경하며 올라가다 오른쪽 지 계곡으로 꺾어 졸졸 흐르는 깨끗한 계류를 보며 끝까지 낙엽들에 덮인 물길을 타고 가다 안골에서 오는 일반 등산로로 붙는다. 곳곳의 숲에 삼삼오오 앉아 가을을 즐기며 담소하는 사람들을 보며 암 봉에 올라 도봉산의 추색을 감상하며 막걸리와 더덕주를 마시고 포대능선으로 붙어 암 능들을 지나서 와이계곡 삼거리에서는 저번과 달리 우회로를 타고 신선대로 올라간다. 백신을 맞아서인지 컨디션이 안 좋아 일찍 하산 하려다가 마음을 잡고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끝까지 능선을 따라가 우이암을 넘어서 우이 남릉 비 탐 로에 요란하게 만들어진 나무저지 판을 보며 원통사로 떨어져 빈 몸으로 열심히 걷는 젊은 처자들과 함께 우이 전철역으로 내려가 짧은 산행을 마치고 추위에 떨며 집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