젯밥 사라진 화악산 응봉
2022년 10월 2일 (일요일)
◈ 산행경로
상봉역
남춘천역(05:30-06:45)
어리고개(07:00-07:42)
뜀박산(08:07)
큰알미산(08:24)
소알미산(09:00)
임도삼거리(09:16)
임도종점(09:36)
720.0봉(10:03)
821.4봉(11:51)
1014.8봉(13:05)
생기봉(13:49)
이칠봉(14:51)
1356.6봉
군사도로(16:30)
실운현(17:05)
391도로(17:37)
가평역(18:00-18:55)
상봉역(19:05-20:04)
◈ 도상거리
15km
◈ 산행시간
9시간 23분
◈ 산행기
막 떠나는 차를 잡고 안에서 손짓을 해주는 아주머니의 배려로 화천행 첫 버스를 타고 사창리와 화천의 갈림길인 어리고개에서 내려 돼지열병 철망을 열고 얼기설기 뚫려있는 참호들을 지나 빽빽한 잡초들을 헤치며 뜀박산(x299.7m)으로 올라가면 운무에 덮여있는 원천리 일대가 내려다보인다.
전에는 반대로 내려오며 어두워 잘 보지 못했던 널찍한 군사 도로를 걸어 통신 시설물이 있는 큰알미산(x302.5m)를 넘고 쓸쓸하기 짝이 없는 길을 따라가다 울창한 가시나무와 잡목들을 뚫고 아무것도 없는 소알미산(x464.0m)을 다녀와 삼거리를 지나 임도 종점에서 산으로 들어간다.
군인들의 굵은 밧줄이 줄줄이 걸린 가파른 능선을 한동안 타고 공터에 삼각점(화천319/2007재설)이 놓여있는 720.0봉에 올라 막걸리 한 컵 마시고 있으니 잿빛 하늘에서 예보보다 이르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전에 없던 것 같은 통신 시설물을 보며 끊이지 않고 나타나는 바위 지대들을 지나 농장의 푸른 그물망을 넘어서 한동안 지루한 능선을 타고 헬기장이 있는 821.4봉에 올라 돌아다니며 삼각점을 찾다가 점차 굵어지는 빗줄기에 우장을 차린다.
누군가 바로 전에 지나간 흔적을 보며 빽빽한 잡목들을 뚫고 거친 암 능들을 넘어서 신선봉이라고 하는 1011.0봉에 올라 전에 있던 정상 코팅지를 찾아보다 포기하고 지루한 능선을 지나 공터에 삼각점(화천458/2007재설)이 놓여있는 생기봉(1068.8m)에 오르고야 몇 번이나 다녔던 샛등봉 갈림길을 지나친 것을 알고 그만 심한 자괴감에 빠진다.
자취를 감춘 젯밥에 신경질을 내다 점점 거세지는 바람을 맞으며 산악회의 종이 조각들이 버려져 있는 뚜렷해진 산길을 한동안 타고 이칠봉(1286.0m)에 올라 예전에 산우들과 올랐단 기억을 떠올리며 야생화 만발한 헬기장에 앉아 다시 술을 벌컥거린다.
점점 뚜렷해지는 산길 따라 화악산과 한북정맥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바위 전망대들을 지나 참호과 군 시설물들이 있는 1356.6봉을 넘고 기운을 내어 검은 응봉의 실루엣을 향하면 산길은 자연스레 오른쪽 우회 길로 꺾어진다.
언제 붙였는지 디디시 님의 리본 한 장을 보며 삐삐 선들과 함께 이어지는 뚜렷한 등로 따라 윤형 철조망들을 넘어서 응봉 군사 도로로 나와 주저앉아서 원래 계획대로 촉대봉을 넘을까 고민하다가 시간은 충분하지만 바람도 거센데 빗줄기마저 굵어져 욕심을 버리고 실운현으로 내려가 일찍 산행을 끝낸다.
웬일인지 한 가족이 떠들며 걸어가는 구불구불한 시멘트 도로를 지나 391번 도로로 떨어져 왕래가 뜸한 차량에 손짓하다가 중봉을 다녀온다는 부부의 차를 얻어타고 건들내로 내려가 놓치면 2시간 50분을 기다려야 하는 18시 버스를 잡아타고 창가의 세찬 빗줄기를 바라보며 가평역으로 나간다.
▲ 뜀박산 정상
▲ 큰알미산 정상
▲ 소알미산 정상
▲ 사내 쪽 조망
▲ 대성산과 두류산
▲ 이칠봉
▲ 응봉
▲ 화악산
▲ 운무
▲ 화악산
▲ 실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