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ⅹⅱ)
세밑 북한산
킬문
2023. 12. 31. 18:04
뭐가 그리 급한지 새벽부터 서두르며 준비해 우이동에서 우산을 쓰고 마치 여름날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굵은 비를 맞다가 점차 변해가는 진눈깨비와 싸락눈을 보며 도선사로 걸어가 분주하게 제설작업을 하는 직원들을 지나쳐 설국으로 변한 산으로 들어간다
흐릿한 눈길 위에 첫발 자국을 남기며 검은 고양이 새끼 한 마리가 눈밭에 앉아 서글프게 울어대는 용암문으로 올라가 동태전을 나눠 먹으며 소주 한 모금 마시고 거세게 불어오는 북풍한설을 맞으며 익숙한 성벽 길을 따라가다 평소에는 지나쳤던, 텅 빈 왼쪽의 나무 의자 공터에서 막걸리 한 컵 마시고 둘러보니 온통 자욱한 눈기운에 현란한 겨울 풍경들이 펼쳐져 감탄사가 나오고 후회했던 미련한 마음이 수그러든다.
대동문에서 원래 계획했던 의상봉 쪽으로 갈려다 영상의 기온에 눈 녹은 물이 줄줄 흐르는 등로 상태도 그렇고 오리무중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핑계김에 진달래능선으로 꺾어져 줄줄이 올라오는 등산객들을 지나쳐 우이동으로 돌아가 아쉬운 송년 산행을 마친다.
(우이동-도선사-용암문-대동문-진달래능선-우이동, 8.94km, 4시간 35분, 2023.1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