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ⅹⅱ)
도봉산 여성봉
킬문
2024. 1. 14. 20:57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비를 보며 도봉산 보문능선으로 붙어 무수히 오르고 내리는 등산객들과 지나쳐서 얼어붙은 눈길을 조심스럽게 올라가니 점차 진눈깨비로 변하는데 날씨는 그리 춥지않고 어제만 해도 오르막에서 발생하던 현기증과 숨참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마음이 놓인다.
서로 자연스럽게 이름을 부르며 숲에 비닐을 치는 10여 명의 50대 남녀 등산객들을 지나 새로 장만한 아이젠을 신고 갈림길에서 오봉 방향으로 꺾어, 굵어진 눈에 챙 넓은 우산을 쓰고 오다가 우산이 없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남녀 등산객들과 인사를 하며 지나쳐 한적한 오봉 샘터에 앉아 미니 김밥 하나로 점심을 대신한다.
점차 쌓이는 눈을 맞고 왼쪽으로 오리무중인 오봉골을 기웃거리며 오봉에 올라 송추 방향으로 꺾어 끊이지 않고 등산화에 둘러붙는 눈덩이들을 떼며 철주들이 있는 암 능들을 조심해서 여성봉으로 내려가 인적 끊어진 바위에 걸터앉아 간식을 먹다가 으슬으슬한 추위와 야생 고양이들의 찢어지는 울음소리에 놀라 몸을 일으킨다.
줄줄이 나타나는 미끄러운 바위들을 통과하고 널찍해진 산길 따라 송추유원지로 내려가 부지런히 제설작업을 하는 주민들을 보면서 예전의 추억들이 깃든 읍내에서 기다려 버스를 타고 웬일인지 꽉 막히는 울대고개를 힘겹게 넘어서 추위에 벌벌 떨며 전철을 기다린다.
(도봉동-오봉-여성봉-송추, 10.1km, 4시간 6분, 202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