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설악 정례 산행
전날의 비로 상큼하게 펼쳐지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가파른 나무 계단들을 타고 전망대로 붙어 대승폭포를 알현하고 찬 막걸리 한 컵씩으로 갈증을 달래고는 안산 옛길로 갈 까 하던 생각을 너무 가파르다는 민원으로 취소하고 언제나 힘든 돌계단을 타고 대승령으로 올라간다.
단체 등산객들로 왁자지껄 시끄러운 정상을 벗어나 박새 숲으로 가득 찬 눈부신 초원 지대를 지나 안산 능선으로 붙어 야생화들로 단장한 산길을 쉬엄쉬엄 걸어가면 바람도 청정하게 불어오고 이맘때의 설악이 가슴 깊이 들어와 너무나 기분이 좋아진다.
아직 때가 이르다는 지인의 말과는 달리 여기저기에 적당하게 자란, 보들보들한 나물들을 관찰하며 험준한 암 봉으로 이루어진 1336봉을 넘어서 응봉 쪽 지능선으로 들어가 뚜렷한 산길을 타고 잡목들을 헤치며 능선 유일의 거대한 주목 밑으로 가서 산 약주를 곁들여 각자 싸 온 점심을 나눠 먹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괜한 욕심으로 가시덤불들을 뚫고 힘들게 계곡 쪽으로 오르내리다가 펑퍼짐하게 펼쳐지는 널찍한 분지에서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배낭을 채우고 기억날 정도로 헤매던 암 능에서 역시 길을 잘못 잡아 고생 좀 하고는 약속했던 시간에 맞춰 응봉 전의 안부에 집결한다.
일 년에 한두 번은 우리가 다녀서인지 제법 발자국들이 나타나는 사면을 타고 낯익은 계곡으로 떨어져 언제나 지났었던 거대한 바위를 횡단해 옥수가 흘러내리는 십이선녀탕으로 내려가 찬물에 손 한번 적시고 올 때마다 지겹게 느껴지는, 5km가 넘는 계곡을 따라간다.
저녁의 비 소식 때문인지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복숭아폭포와 응봉폭포를 지나고 바삐 하산하는 산악회 회원들을 지나쳐 남교리로 내려가 5월 정례 행사를 마치고 예전에 높은산 팀과 자주 산행을 했었던 스쿠버님을 반갑게 만나 인사를 나누고는 택시를 불러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소낙비를 맞으며 원통으로 나간다.
(8:57-18:04, 11.8km, 9’07“, 2025.5.17., 더산, 표산, 수영, 칼바위와 다녀옴)
▲ 가리봉과 주걱봉
▲ 대승폭포
▲ 박새 숲
▲ 1336봉
▲ 십이선녀탕
▲ 무명폭포
▲ 복숭아폭포
▲ 함지박골
▲ 응봉폭포
▲ 남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