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Ⅹⅲ)

대선 날의 斷想 (부용산-수락산-불암산)

킬문 2025. 6. 4. 14:10

왠지 씁쓰레한 대선 날에 오전 근무를 마치고 민락IC에서 주민들의 휴식처인 송산사지를 보며 숲으로 들어가 따가운 햇볕을 맞으며 무덤들을 지나서 반질반질한 의정부소풍길로 붙어 산책하는 사람들을 지나쳐 나무다리로 서라리고개를 건너 이층 정자가 서 있는 부용산(209.8m)으로 올라간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감사 하며 도로로 떨어져 업무상 자주 접했던 리하트병원을 기웃거리며 수락사를 지나고 대선 이야기로 열을 올리는 노인네들과 인사하며 삼거리에서 능선으로 붙어 가파른 암 능 지대들을 지나 낯익은 동막봉으로 올라가니 문 닫았던 간이주점의 아주머니가 다시 영업을 하려는지 물을 떠와 준비를 하고 있다.
긴 나무 계단들을 타고 도정봉(x526.4m)을 넘어서 마치 가을처럼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위안을 느끼며 완만한 능선을 지나 위험한 바위를 잘 내려와서인지 음료수를 마시며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한 떼의 여성분들을 보며 밧줄을 잡고 기차바위를 통과해 올 때마다 들르는 벤치에 앉아 이것저것 간식으로 힘을 보충하고 태극기가 펄럭이는 수락산(640.6m)으로 올라간다.
휴일인 선거 날이어선지 바짝 긴장한 반려견들을 데리고 삼삼오오 가족 단위로 나온 등산객들을 보며 익숙한 산길 따라 도솔봉(x536.5m)을 다녀와 불암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전망대들을 지나고 군부대 철망 따라 삼형제의 사연이 깃든 천수몽 기념 석을 보며 덕능고개를 건너 불암산 자락으로 붙는다.
줄줄이 이어지는 나무 계단들을 타고 폭포약수터 삼거리를 지나 사면에 꽁꽁 숨어있는 움막 갈림길을 눈여겨보며 다람쥐공원으로 올라 늘 상 이용하는 절벽 가에 앉아 미친 듯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3일 후에 진행할 북한산줄기를 바라보다가 음료수와 간식을 먹고는 늦은 시간에도 사람들로 북적이는 불암산(509.7m) 정상에 서서 부의 욕망으로 불타는 강남 일대를 둘러본다.
익숙한 능선 따라 봉화대를 넘고 널찍한 산책로를 지나 중계약수터로 이어지는 능선 갈림길을 이리저리 찾다가 처음 보는 이정표를 만나서 고개를 갸웃하며 지나쳐 내친 김에 능선을 끝까지 타고 공릉동으로 떨어져 짧은 반나절 오후 산행을 마친다.
버스를 갈아 탈 당연한 생각을 못 하고 예전의 잘못된 기억으로 집 앞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를 찾아 상계백병원 앞의 정류장까지 털레털레 걸어갔다가 미련하게 한 시간도 넘게 걸려 노원역을 만나 피곤한 몸뚱이를 전철에 싣는다.



▲ 송산사지



▲ 부용산 정상



▲ 뒤돌아본 부용산



▲ 동막봉 정상



▲ 도정봉 정상



▲ 수락산 정상



▲ 도솔봉 정상



▲ 불암산



▲ 다람쥐공원 벼랑에서 바라본 북한산과 도봉산



▲ 수락산에서 이어온 능선



▲ 불암산 정상



▲ 공릉동으로 이어지는 능선



▲ 공릉동 날머리

(13:44-20:28, 18.9km, 6'45", 202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