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지리산 (ⅰ)

가을의 선물, 설악 (음지백판골-저항령-길골)

킬문 2006. 7. 19. 16:10
2003년 10월 16일 (목요일)

◈ 산행경로
동서울터미널(06:15)
용대리(09:41)
도적폭포산장(10:01)
협곡(10:49)
암봉(11:10)
모듬터(11:46)
능선(12:18)
1360봉(12:45)
저항령(13:11)
수렴동계곡(15:10)
셔틀버스정류장(15:51)
백담매표소(16:27)
춘천터미날(19:32)
동서울터미널(21:28)

◈ 산행시간
약 6시간 26분

◈ 산행기

- 도적폭포산장
대진행 첫버스를 타고 그저께보다는 조금 일찍 용대리에 도착해서 대리운전을 한다는 민박집 주인에게 부탁해 트럭을 타고 미시령으로 향한다.
미시령터널 공사현장을 지나고 도적폭포산장 들어가는 입구에서 내려 계곡으로 내려가니 미시령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건너며 바로 음지백판골이 시작된다.
유난히 붉은 단풍나무들을 보며 계곡 왼쪽으로 나있는 돌길을 올라가면 등로도 넓고 뚜렸하며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가을하늘은 구름 한점없이 새파랗고 강렬한 햇살은 숲을 골고루 비춰준다.
검고 커다란 암반들로 이루어진 설악의 어느 골골보다도 아름다운 골짜기를 올라가며 시원스레 내려오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새벽녁에 귀찮아했던 순간의 게으름마저도 후회한다.
물을 건너면서 등로는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지고 낙엽사이로 풍광 가득찬 숲길은 성미 급한 산객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며 발길을 붙잡는다.



(음지백판골 입구)


- 음지백판골
줄줄이 이어지는 작은 폭포들을 구경하면서 물줄기를 따라가면 급한 협곡이 시작되고 등로는 산사면을 따라서 길게 우회하게 된다.
나무들을 걸쳐 만든 다리를 건너고 밑으로 커다란 폭포를 보면서 사면에 좁게 형성된 아슬아슬한 길을 올라 지계곡들을 연신 넘는다.
다시금 완만해진 물줄기를 따라가다 뒤돌아 보면 신선봉이 우뚝 솟아 있고 하늘금을 긋고있는 황철봉쪽 주능선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가파르고 음침한 사면을 돌아 험한 암봉을 넘고 점점 좁아지는 계곡을 오르면 잡목들은 무성해지고 넝쿨들은 몸에 걸기적 거린다.
모듬터 같은 곳에는 무너져 내린 구들장과 비닐들이 보이고 물가에는 위에서 떠내려 왔는지 구부러진 양철판 하나가 옛사람들의 흔적을 말해준다.
양지 바른 곳에 쓰레기들이 널려있는 넓은 모듬터를 지나면서 물줄기는 끊어지고, 왼쪽으로 이어지는 등로로 올라가면 굵직굵직한 신갈나무들이 보이고 오래된 주목들이 곳곳에 서 있으며 햇빛을 받으며 반짝거리는 자작나무들 너머로 황철봉의 바위들이 낯익은 모습을 보여준다.
무성한 넝쿨들사이로 키작은 주목과 측백나무들이 빽빽한 숲길을 잠시 오르면 능선에 닿고 그저께 널협이골에서 올라왔던 갈림길을 다시 만난다.



(음지백판골)



(음지백판골)



(음지백판골상부의 거목들)



(자작나무사이로 보이는 황철봉)



(아름드리 주목들)



- 저항령
너덜지대를 통과하고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1360봉에 앉아 있으니 구불구불하게 내려가는 저항령골이 잘 보이고 설악동과 속초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제 온 설악은 만산홍엽을 이루고 있고 저항령골과 맞닿는 저 밑 천불동에는 수많은 인파가 들끓고 있을것이며 친구들과 단풍구경 오신 어머님도 지금쯤 환한 웃음을 짓고 계실 것이다.
희운각에서 출발해서 공룡능선을 힘들게 지나왔다고 하는 대간꾼을 지나치고 아늑하게 내려앉은 저항령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소주 한잔을 걸친다.
늦가을의 쌀쌀한 바람이 지나가는 고갯마루에는 이곳에서 하루밤을 지새웠을 산꾼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고 누군가 버리고 간 군화 한짝은 수많았던 사연을 이야기하 듯 숲에서 뒹굴고 있다.
이틀전 내려갔던 저항령골쪽을 한번 바라보고 올 설악산 계곡산행의 마지막 탐방로인 길골로 들어간다.



(한적한 저항령)


- 길골
완만한 숲길을 잠시 내려가면 바위틈에 깨끗한 샘터가 보이고 아름드리 거목들이 쭉쭉 뻗어있으며 노오랗게 물든 이파리들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조용히 숲을 비춘다.
이틀전 도중에 포기했던, 널협이골 등로가 길골과 만나는 장소를 찾으려 신경을 쓰며 내려가지만 숲이 무성해서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아기자기한 계곡을 따라서 깨끗한 숲길이 이어지고 다른 골짜기에 비해 유순한 계곡은 작은 폭포들과 담을 이루며 수수하게 펼쳐진다.
옛사람들이 속초로 넘어가기 위해 가장 많이 다녔다는 평탄한 숲에는 몇백년은 된 것같은 나무들이 자주 쓰러져 있고 잡목으로 가려있는 애매한 길에는 표지기들이 걸려있다.
계곡을 몇번이나 건너며 어둠침침한 숲길을 내려가면 골짜기가 넓어지며 화전민터가 보이고 야영하기 좋은 곳에는 타나 남은 나무토막들도 눈에 띈다.
조금 더 내려가면 앞이 확 트이며 철다리가 보이고 수렴동계곡과 만나며 수많은 단풍객들이 길을 메우고 봉정암으로 올라가는 아주머니들이 줄을 잇는다.
서둘러 셔틀버스 정류장에 내려가니 예상대로 몇백명의 사람들이 우굴거리고 있고 다시 매표소를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면 깊고 깊은 푸른 백담에는 가을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오고 바람은 부드럽게 얼굴을 스친다.



(가을이 익어가는 길골상부)



(수수한 길골1)



(길골2)



(길골3)



(길골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