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맥

남강기맥 3구간 (갈전산-바랑산-소룡산-황매산-대병)

킬문 2006. 7. 13. 15:39
2005년 11월 24일 (목요일)

◈ 산행일정
남부터미널
거창터미널(23:00-02:13)
춘전치(05:13)
춘전치(07:08)
능선갈림길(07:47)
덕갈산(08:07)
1034번 지방도로(08:21)
매봉산어깨(09:00)
갈전산(09:25)
갈밭재(09:47)
무덤봉(10:07)
705.2봉(10:40)
임도(10:52)
무명봉(11:58)
임도(12:06)
예동마을고개(12:24)
바랑산(12:53)
소룡산(13:46)
능선갈림길(14:00)
밀치(14:20)
646봉(14:41)
강섭산표지석(14:53)
갈밭마을고개(15:02)
843.2봉(15:53)
떡갈재(16:19)
황매봉(17:22)
하봉(18:08)
회양리 돌담마을(19:24)
대병
원지
남부터미널(20:40-23:37)

◈ 도상거리
약 29.5km

◈ 산행시간
14시간 14분

◈ 산행기

- 거창
춘전치와 가까운 함양 심야표를 끊고서는 술 한잔에 취해 종점인 거창에서야 잠을 깨니 택시비만 더 나오게 생겼다.
거창읍내에서 떨어져있는 터미널근처를 돌아다녀도 피시방 하나 없고, 할 수 없이 티켓다방에 들어가 칡차 한잔 시켜놓고 눈을 감고 있으니 어린 종업원들이 연신 눈치를 준다.
다방에서 1시간만에 나와 근처의 '25시편의점'에 들어가니 난로불도 따뜻하고 주무시던 할머니는 금방 눈치를 채고 옆의 의자를 턱으로 가리키고는 다시 눕는다.
어묵국물에 소주를 찔끔거리며 1시간여를 간신히 보내고 택시로 춘전치에 도착해 행장을 차리니 싸늘한 새벽공기에 몸이 움추러든다. (17,000원)


- 춘전치
텅 빈 고속도로를 넘고 목표로 했던 통신탑을 겨냥해서 올라가면 철조망이 쭉 쳐져있고 들어갈 곳이 없어 배낭을 멘채로 철조망을 넘는다.
어둠속에 밭을 지나니 시멘트임도가 나오는데 아무리 올라가도 들머리는 보이지않고 오른쪽으로 시커먼 능선이 보여 밭을 가로지르고 개울을 넘어 능선으로 붙는다.
어디에서건 통신탑 있는 곳이 들머리라는 고정관념때문에 40여분 시간을 보내고, 잡목들을 헤치며 올라가다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며 지레 능선이 갈라지는 군경계선을 지난다고 착각을 한다.
무덤을 지나 어둠속에 묻혀있는 밭을 넘다가 자꾸 진행방향이 반대인 것 같아 돌아나오고, 위에 보이는 능선으로 올라가 방향을 맞추고 나아가니 다시 고속도로가 나오는데 벌써 날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어언 2시간만에 춘전치로 되돌아왔으니 기가 맥힌다.



▲ 되돌아온 춘전치


- 갈전산
고속도로에서 밤에는 보이지않던 수로옆의 들머리로 들어가 군경계로 착각했던 지점을 지나고, 되돌아섰던 밭을 넘어 무덤을 넘으면 함양과 거창 그리고 산청의 군경계가 되는 분기봉이 나오며 그제서야 능선이 남동에서 북동으로 방향을 바꾼다.
잡목과 억새들을 헤치며 헬기장을 지나고 덕갈산(666.3m) 정상에 오르니 삼각점(거창462/1981재설)이 보이며 잡초들만 무성한데 어처구니 없는 실수가 자꾸 생각나 벌써 기운이 빠진다.
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잡목숲을 내려가면 도로가 보이기 시작하고 절개지를 피해서 왼쪽으로 내려가니 1034번 지방도로가 나오며 앞에 있는 축사에서 시끄러운 기계소리가 들려온다.
왼쪽으로 낮게 지나가는 마루금은 생략하고 도로따라 공장옆으로 절개지를 올라가면 잡목들이 무성하고 길은 없지만 곧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뚜렸한 길과 만난다.
축사에서 풍겨오는 악취를 맡으며 소나무들을 마구 벌목해 놓은 길을 따라가니 녹슨 철망이 나오고 길이 흐지부지해진다.
빽빽한 관목들과 억새가 어우러진 험한 숲을 지나 스러져가는 무덤터가 있는 봉우리에 오르면 기맥에서는 벗어나있는 매봉산이 지척이지만 워낙 길도 안 좋고 시간이 없어 포기하고 만다.
거창읍내를 내려다보며 땀을 딱고 흐릿한 남서쪽 길따라 삼각점(거창314/1981재설)이 있는 갈전산(763.9m) 정상에 오르니 모처럼 조망이 트여서 기백산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산줄기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 덕갈산 정상



▲ 1034번 지방도로



▲ 갈전산 정상



▲ 갈전산에서 바라본 기백산



- 705.2봉
간혹 보이는 붉은 헝겊따라 잡목들만 무성한 길을 내려가면 녹슨 철망들이 다시 나오고 낮은 봉들을 넘어 오른쪽 끝이 막힌 갈밭재 임도로 내려서니 왼쪽으로 축사가 보인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다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넘어가니 국제신문의 근교산행 표지기들이 촘촘히 걸려있어 길을 알려준다.
무덤이 누워있는 양지바른 봉우리를 지나서 지루한 잡목숲을 내려가면 좌우로 조망이 트이기 시작하고, 헬기장을 지나서 바위전망대로 올라가면 생초면 일대가 훤하게 내려다보이며 시원한 바람이 땀을 말려준다.
너덜지대를 내려가 큰 바위지대를 지나서, 마을로 이어지는 왼쪽 뚜렸한 길로 내려가다 올라와 능선으로 올려치면 오래된 헬기장이 나오는데 705.2봉으로 추측을 해 보지만 무성한 억새속에서 삼각점을 찾지 못한다.
봉우리에서 동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 능선을 잘 찾아 잡목들을 헤치고 내려가면 신예동과 이어지는 임도가 나오며 홍시를 잔뜩 달고있는 감나무 한그루가 파란 하늘을 지고 세찬 바람에 가지를 흔든다.



▲ 갈밭재



▲ 전망대에서 바라본 기맥



▲ 고개의 감나무



- 바랑산
다시 능선으로 붙어 빽빽한 잡목들을 헤치고 올라가면 묘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꺽어 길도 없는 잔솔지대를 어렵게 통과하니 밭이 나오는데 여기서도 너무 길이 안 좋아 왔다갔다 헤메인다.
빽빽하게 설치된 올무에 연신 발이 걸리며 소나무가 많은 넓직한 봉우리에 오르고 잡목들을 헤치며 임도로 내려가니 왼쪽으로 기맥같은 뚜렸한 능선이 보여 당황하지만 일하던 농부에게 바랑산을 물어보고는 임도따라 진행한다.
밭을 지나 예동마을과 이어지는 고개를 넘어서 임도를 따라가다 오른쪽으로 표지기들을 발견하고 산으로 붙으면 좋은 길이 연결된다.
한동안 올라가니 잡목들이 빽빽하고 길이 사라지지만 산악회 표지기들을 잘 보며 관목들을 헤치고 바랑산(796.4m) 정상에 오르니 파묻힌 삼각점 앞에 정상석이 서있고 1500산 김정길 선배님의 코팅판이 반겨준다.
나무들로 만든 의자들이 놓여있는 정상에서 소주 한컵에 김밥 한줄로 점심을 먹고 나뭇가지사이로 보이는 소룡산과 아직은 까마득하게 떨어져있는 황매산을 찾고는 급한 마음에 배낭을 집어든다.



▲ 임도에서 바라본 예동마을과 바랑산



▲ 바랑산 정상



- 소룡산
통나무계단을 따라 잘 정돈된 산길을 뛰듯이 내려가니 이정표가 간간이 보이는데 서두르다 스틱에 발이 걸리며 넘어지고 정강이 뒷쪽에 큰 충격을 받는다.
불안한 마음으로 조금씩 다리를 절룩거리며 오휴리와 이어지는 안부를 지나고 앞에 서있는 거대한 암봉을 향하여 급사면 통나무계단길을 올라간다
진땀을 흘리며 올라가다 숨을 고르며 돌아보면 시설물을 이고있는 감악산이 멀리 솟아있고 월여산 정상부의 암봉들이 인상적으로 눈에 들어온다.
밧줄이 걸린 계단길을 올라 무덤 한기가 자리 잡고있는 조망 좋은 봉우리를 지나서 소룡산(760.9m) 정상에 오르니 정상석과 '소룡산 760.9m 무심' 표지석이 서있고 가야 할 황매산이 가깝게 보인다.



▲ 소룡산 세이암



▲ 소룡산 오르며 바라본 월여산



▲ 소룡산 정상



▲ 소룡산에서 바라본 황매산



- 646봉
남쪽으로 내려가며 헬기장을 지나고 일반산악회들의 표지기를 보며 잘못 내려가다 올라와 왼쪽으로 꺽어지는 희미한 능선으로 들어간다.
점점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내려가면 왼쪽으로 파란 지붕이 보이고 임도를 건너서 밤나무들을 지나 산으로 붙으니 녹슨 철망이 나타난다.
봉우리들을 넘고 바위봉을 지나 차소리를 들어가며 밤나무단지를 따라 내려가니 59번 국도가 지나가는 밀치인데 소룡마을 이정석이 서있고 갑자기 찬바람이 휘몰아친다.
다시 밤나무단지를 지나서 별 특징 없는 646봉을 넘고 잔솔 가득한 산길을 한동안 따라가 앞에는 '강섭산 646m 무심', 뒤에는 '거창군 극남점'이라 쓰인 표지석이 서있는 봉우리를 만난다.



▲ 밀치



▲ 강섭산 표지석



- 843.2봉
산악회의 표지기들을 확인하며 이리저리 갈리는 갈림길을 조심해서 방향을 맞추고 내려가면 농로가 나오고 갈밭마을이 가깝게 보인다.
고개에서 잠시 길을 놓쳐 방황하다 사면을 치고 올라가니 반갑게 기맥표지기가 나타나고 잡목들만 가득찬 쓸쓸한 산길이 이어진다.
고도를 높혀가며 빽빽한 관목과 억새들을 뚫고 길도 없는 잡목숲을 힘겹게 올라가다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너덜을 밟고 봉우리에 올라서니 '황매산 843.2m 무심'의 작은 정상석이 서있다.
거창.산청.합천의 군경계가 되는 봉우리에서는 바로 앞에 황매산의 전모가 나타나는데 그 당당한 기상을 보고있으려니 가슴은 시원하게 뚫리지만 일몰까지 시간이 많지않아 마음이 급해진다.



▲ 843.2봉의 표지석



▲ 봉우리에서 바라본 황매산



▲ 봉우리에서 바라본 지나온 마루금



- 황매산
갈림길로 돌아와 남쪽으로 방향만 맞추고 길도 안 보이는 사면을 치고 내려가면 점차 표지기들도 보이고 곧 숨어있던 능선이 나타난다.
계속 내려가니 잡목들이 무성하지만 부산 명승산악회의 표지기들이 촘촘하게 길을 밝히고있고 나무사이로 꾸불꾸불 산허리를 돌아가는 임도들이 잘 보인다.
떡갈재 임도로 내려서서 쉴 사이도 없이 일반등로를 따라가다 바위봉을 크게 우회하며 돌밭길을 오르니 합천호가 멀리 흐릿하게 내려다 보인다.
주능선에 올라서면 정상으로 길게 휘어지며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광활한 억새밭이 석양에 반짝이며 물결치듯 흔들린다.
이정표들을 보면서 헬기장을 지나고 하늘거리는 억새밭사이로 종종걸음을 치며 어두어오는 급경사 돌길을 바삐 올라간다.
정상의 억새밭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떨어져있는 황매산(1108m) 암봉에 올라서니 작은 정상석이 서있고 찬바람이 불어오며 베틀봉사이의 너른 억새평원이 어둠에 물들기 시작한다.



▲ 떡갈재



▲ 헬기장에서 바라본 황매산



▲ 합천호



▲ 황매산 정상



▲ 황매산에서 바라본 베틀봉과 억새평원



- 하봉
급히 내려와 첫번째 큰 암봉을 우회하고 둘째 봉은 줄을 잡고 올라가 그 다음 봉을 나무계단으로 내려오니 날은 완전히 어두어진다.
랜턴을 켜고 찰흑같은 어둠에 묻힌 능선을 내려가면 표지기들도 계속 붙어있고 뚜렸한 등로가 암봉들을 우회하며 이어진다.
덕만주차장가는 갈림길을 지나며 약해진 랜턴에 새 건전지를 넣는데도 이상하게 불이 안 들어오고 조금 쓰다 넣어두었던 건전지를 넣으니 불이 들어오는데 얼마나 갈지 몰라 불안해진다.
한동안 능선을 내려가다 '삼거리 993m' 이정표가 있는 하봉에서 남동방향인 둔내리쪽으로 꺽어져 삼봉으로 이어가야 하는데 생각도 없이 덜컥 회양리 합천댐으로 가는 직진길을 택한다.
억새밭사이로 한동안 내려가니 다시 이정표가 나오고 직진은 '합천댐' 오른쪽은 '황매산 만남의광장'으로 되어있어 이제는 의심하지않고 오른쪽으로 꺽어진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흐릿해진 길을 내려가면 표지기들도 거의 안 보이고 억새지대를 한동안 내려오다 보니 방향이 정 반대인 북쪽을 가리키지만 시간도 없으니 마루금을 포기하고 가장 빠른 하산을 하기로 한다.


- 대병
급한 발길로 계속 이어지는 억새밭을 이리저리 헤치며 내려가면 길은 흐릿하지만 간혹 표지기들이 불빛에 보여 안도를 한다.
억새사이에서 점점 길은 희미해지다가 급기야 길이 사라지는데 나무들이 성긴 곳만 찾으며 내려가니 잡목숲이 빽빽해지고 계곡의 최상류부를 만나며 어느 틈에 덤불의 밀림에 갇힌다.
20여분 빽빽한 덤불들을 몸으로 뚫고 곤욕을 치루며 산등성이로 올라서면 무덤 한기가 있어 마음이 놓이지만 아직 찰흑같은 어둠속에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다.
다시 잡목들을 헤치며 내려가니 무덤들이 연이어 나오고 임도가 나타나며, 한동안 임도를 내려가니 밑에 훤한 불빛이 보이기 시작한다.
포장도로를 만나고 불켜진 연수원 건물들을 지나서 내려오다 가정집에 들어가 물어보니 회양리 돌담마을이라고 하며 진주 나가는 버스는 아마 없을 거라고 한다.
캄캄한 1089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합천댐으로 들어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곧 불이 밝게 켜있는 대병면소재지로 들어간다.
가게에 들어가 물어보니 거창이나 진주 나가는 모든 차편은 끊어졌으며 원지에 나가야 진주에서 오는 서울버스를 빨리 탈 수 있다고 한다.
택시를 부른 후 캔맥주를 벌컥이고 옷에 잔뜩 들러붙은 덤불과 도깨비바늘을 떼면서 어둠속에서 무리하게 진행했던 산행을 반성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