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47

2024 어린이날

어린이날 3일 연휴로 북적이는 기차와 버스를 타고 상원사에서 내려 감자밭등을 여유 있게 돌아보려는 생각으로 시간을 아끼려 계곡으로 들어섰다가 그나마 흐릿했던 산길이 올겨울 적설에 쓰러진 나무들로 사라지고 덮여있어 온몸을 찔리고 부딪치는 고생 끝에 안부로 올라선다.내심 기대했던 박새 군락의 신록 물결도 만나지 못하고 주 능선으로 붙어 예년보다 부쩍 많아진 당귀들을 보면서 척척 늘어진 가지들을 헤치고 노상 점심을 먹던 안부로 내려가 시기는 조금 이르지만 예상했던 만큼 자란 나물들을 만나는데 얼핏 벌써 손을 탄 흔적들이 보여 놀라게 된다.홀로 자유로운 해방감을 느끼며 오르락내리락 사면을 뒤지고 진한 철쭉들로 치장한 호령봉으로 올라가 헬기장에 앉아 4개월 만에 산 막걸리를 마시며 점심을 먹고 산길이 어지러울 감..

설악산 언저리

3월부터 경방기간에 묶이는 설악산을 다녀오려고 버스를 타서야 어제부터 기상 악화로 입산 금지이고 산악회에서 주전골과 성인대로 대체 산행 지를 제시했으며 소비자들의 변심이 아닌데도 환불이나 이월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 후안무치에 기가 막힌다. 오색에서 버스를 내려 희끗희끗 날리는 눈을 맞으며 용소폭포로 올라가 굳게 닫힌 흘림골 초소 삼거리를 지나 한계령 국도까지 갔다가 돌아와 공터 바위에 앉아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며 쉬다가 한기를 느끼며 일어나 성국사를 구경하고 주차장 앞의 식당에서 메밀전병에 다시 독한 더덕 동동주를 들이키고는 알딸딸한 취기를 느끼며 버스에 올라 화암사로 향한다. 수많은 관광객들과 함께 수암을 지나서 잘 다져진 눈을 밟으며 1.2km 거리의 성인대로 올라가 너럭바위에 앉아 남은 술..

양주 불곡산

불곡산은 자투리 시간이 남으면 자주 가는 곳이다. 이런저런 동물 닮은 바위들도 많지만 백미는 벼랑으로 이어지는 임꺽정봉 암 능이다. 귀찮아서 아이젠을 안 했더니 얼어붙은 눈에 쭉쭉 미끄러져 애를 먹었다. 대교아파트로 꺾어지는 안부 바로 위 노송 쉼터는 앉아서 쉬기도 좋고 조망도 훌륭한 곳이다. 거기 넓적바위에서 막걸리 한 컵으로 시름을 달래고 3시간 만에 도로로 내려가 바로 양주역 가는 미니버스에 오른다.(2022.12.24)

백령도

2022년 8월 17-18일 (수-목) 산악회에서 2박 3일간의 백령도-대청도-소청도 관광 코스가 나와서 당일 산행이 불가능한 서해 5도의 최고봉인 삼각산을 오를 생각으로 홀로 참가한다. 공포의 배벌미를 한다는 정보에 귀미테도 한장 붙이고 2층 선실의 너른 공간을 차지하고 막걸리도 헌 컵 마시며 지루한 4시간을 보내고 백령도에 도착하여 단체 버스로 이곳저곳을 돌아보는데 경로 잔치라 그런지 영 재미가 없다. 천연비행장과 용트림바위 등 여러 곳을 구경하고 유람선을 타고 아름다운 해벽과 물범들을 보고는 저녁으로 3만 5천원짜리 회를 먹는다는데 처음 보는 분들과 어울려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날것을 먹기가 부담이 되어서 대강 간식으로 때울려고 신청하지 않는다. 편의점이라도 없을까 돌아다니다가 외진 곳에 자리한 농축..

서산 나들이

센트럴터미널 서산터미널(07:30-09:00) 양길리 주차장(09:35) 감투봉(10:03) 팔봉산(10:47) 점심식사(11:25-12:48) 319.4봉(12:50) 서태사 주차장(13:27) 서산터미널 동서울터미널(14:20-16:00) 서산터미널에서 오랜만에 뵙는 요산자님의 승합차로 양길리 주차장에서 내려 기념사진 한 장 찍고 묵직한 배낭을 메고 널찍한 등산로를 올라가니 어제 산행의 여파인지 힘이 달리고 다리가 무거워 이제 나이가 많이 먹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안부의 평상에 앉아 일찍부터 서산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1봉인 감투봉을 다녀와 낙타바위가 있는 2봉을 넘어서 철 계단들을 타고 3봉인 팔봉산(x364.4m)에 올라 박무 속에 펼쳐지는 팔봉면의 조망을 휘휘 둘러보지만 미세먼지로 보이는 것이 ..

도봉산 아지트

휴일의 아침을 맞아 느긋하게 준비를 하고 우이동에서 막걸리를 챙겨 낯익은 우이능선에서 진땀을 흘리며 첫번째 된비알을 넘어서 곳곳에서 쉬고 있는 남녀 등산객들을 보며 남 능으로 들어간다. 익숙한 바위들을 지나 봉우리에 올라 때 지난 유행가를 흥얼거리는 중년 배를 바라보며 막걸리를 마시고 변함없이 펼쳐지는 불암산과 수락산 능선을 바라보다 암 능을 지나 팔에 기운이 없다며 머뭇거리는 중년 여성 한 분을 보며 밧줄을 잡고 구멍바위로 나온다. 언제나 즐겁게 찾아가는 에덴동산에 올라 다행히 아무도 없음을 고마워하며 한 시간 가까이 술을 마시며 멍을 때리고 누워있다가 아지트를 빠져나와 예상대로 공단 직원이 지키고 있는 포인트를 지나 정규 등산로로 나간다. 한북정맥으로 들어가 좌우 사면을 뒤지며 왔다 갔다 하다가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