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궁굼했었던 강원 오지의 산봉들 (만덕봉-두리봉-대화실산-노추산)

킬문 2006. 11. 1. 14:23
2005년 5월 7일 (토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0:40)
구하동(04:45)
계곡갈림길(05:30)
집터(05:50)
임도(06:03)
주능선(06:47)
만덕봉(07:10)
선목치
922봉(07:39)
두리봉(08:39)
866.4봉(09:28)
삽당령(09:51)
통신탑(10:30)
들미재갈림길(11:03)
대화실산(11:50)
화실령(12:15)
매봉산(13:16)
948.0봉(13:57)
비오치(14:21)
능선진입(14:48)
사거리안부(15:07)
주능선(15:24)
사달산(15:28)
늘막골갈림길(16:31)
노추산(16:43)
이성대
절골(18:12)
정선-평창
동서울터미널(00:50)

◈ 산행시간
약 13시간 27분

◈ 동행인
벽산, 배승호, 산진이, 대간거사, 안트콩, 가난한 영혼, 베리아, 신가이버, 이근용, 임꺽정, 산사, 하늘재, 청산

◈ 산행기

- 구하동
비좁은 버스안에서 선잠을 자다가 강릉과 임계를 잇는 35번 국도상의 구하동에 도착하니 일기예보와는 달리 찬비가 부슬부슬 내리고있고 운무가 짙게 깔려있다.
버스안에서 김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어둠속에서 모르는 길을 찾기가 힘든터라 목계분교쯤에서 능선으로 붙기로 한 계획을 변경해 계곡으로 연결되는 시멘트임도로 들어가기로 한다.
구하교를 건너서 여명이 밝아오는 임도를 올라가면 넓은 계곡은 수해를 입은 것처럼 사방이 패여있고, 간밤의 비때문인지 맑은 물이 퀄퀄 내려오며, 알싸한 냉기가 온몸을 감싸 강원오지에 들어왔음을 실감케 해준다.
임도가 남쪽으로 휘는 지점에서 임도를 버리고 큰 바위들이 널려있는 음침한 계곡으로 들어가 외딴 농가 한채를 지나니 작은 새끼들을 거느린 어미개 한마리가 불안에 떨며 맹렬하게 짖어댄다.
베어진 나무들이 널려있는 허리길을 타고 급사면을 우회해서 계곡으로 들어가면 역시 길은 안 보이고 잡목과 너덜들만 울창하며 수량많은 폭포들이 잇달아 나온다.



▲ 와폭



▲ 폭포



▲ 폭포



- 만덕봉
잔뜩 찌푸린 회색빛 하늘을 바라보며 계곡을 몇번 건너서 완만해진 산길을 올라가면 축대가 쌓여있는 옛 집터가 나오고 코가 땅에 닿을 듯한 된비알이 기다린다.
낙석이 마구 굴러내리는 급사면을 나뭇가지들을 잡고 힘겹게 올라가니 맥 빠지게 넓직한 임도가 나타나고, 비구름이 조금씩 걷히며 백두대간으로 이어지는 준봉들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가파른 절개지를 돌아 황토길에 미끄러지며 다시 능선으로 붙으면 잡목들이 빽빽하고, 억센 진달래들은 한창 꽃을 피우고있으며, 철쭉들은 막 작은 봉우리를 맺고있다.
잡목들을 헤치고 가파른 암릉지대를 이리저리 우회하며 주능선에 오르니 뚜렸한 족적이 밑에서 올라오고 선두 일행들은 웃자란 두릅들을 따느라 정신이 없다.
짓푸른 녹색의 향연을 벌이는 펑퍼짐한 능선을 따라가면 표지기들도 간혹 보이고, 비가 그치기 시작하며 만발한 야생화들이 오지를 찾은 산객들을 반겨준다.
박새들이 깔려있는 초지를 지나 글씨없는 삼각점이 있는 만덕봉(1035.3m) 정상에 오르니 헬기장과 무인산불감시시설이 있으며 잡목이 많고 날도 좋지않아 조망은 완전히 막혀있다.



▲ 임도



▲ 절개지



▲ 만덕봉 정상



- 두리봉
추위에 덜덜 떨며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면 비교적 뚜렸한 등로가 나타나고 잠시후 임도를 건너서 호젓한 산길이 이어진다.
선목치는 어디인지도 모르게 지나치고 간간이 걸려있는 간송산악회의 표지기들을 확인하며 진달래꽃이 깔려있는 암릉들을 돌아 올라간다.
방향만 맞추며 비안개 가득한 산길따라 커다란 바위들이 있는 922봉을 넘고 길도 없는 급사면을 잘못 내려가다 남쪽으로 트레버스해서 제 능선으로 붙는다.
아름드리 적송들이 쭉쭉 뻗어있는 숲을 지나서 암릉들을 우회하며 희미한 허리길을 한동안 이어가면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잡초와 덤불들을 헤치며 힘겹게 두리봉(1034.0m) 정상에 오르니 작은 나무판 하나가 걸려있고, 멋모르고 뛰어다니던 백두대간 종주때를 떠 올리며 올라온 만덕봉쪽을 살펴보니 역시 길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 두리봉 정상


- 삽당령
산죽 우거진 완만한 길을 선두따라 달리기하듯이 뛰어 내려가면 등로는 너무나 반질반질하게 딱여있고 표지기들도 줄줄이 달려있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비젖은 산죽지대를 재빨리 통과하니 말랐던 옷은 다시 젖어오고 산죽과 계속 마찰되는 허벅지는 쓰라려온다.
삼각점이 있는 두리뭉실한 866.4봉을 지나고 햇살 비추는 헬기장으로 올라가면 포장도로가 내려다보이며 삽당령너머로 대간 마루금이 낮게 이어져 올라간다.
미끄러운 진흙길을 엉거주춤 내려가니 바로 옆으로 마른 계곡이 지나가는데 옛날에도 이리 왔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물길이 너무 가까워 웬지 찜찜해진다.
백두대간 안내판이 세워져있는 35번 국도상의 삽당령에 내려서면 타고온 버스가 한쪽에 서 있으며 산신각옆으로 육교같은 동물이동통로가 세워지고있다.
전에는 이곳 삽당령에서 어두운 새벽에 출발해 마루금으로 붙는 길을 깜박하고 마냥 임도를 따라가면서 아쉬워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혹시 있을지모를 산림감시원을 피해서 재빨리 임도로 들어간다.



▲ 삽당령 표시석



▲ 삽당령



- 대화실산
임도를 조금 올라서 모두 모여 막걸리를 한순배씩 돌려마시고 넓직한 길을 따라가다 통신탑이 서있는 곳에서 능선으로 붙는다.
대화실산으로 꺽어지는 갈림길을 주의하며 이리저리 나직한 봉들을 올라가다 이정표가 서있는 대용수동과 들미재 갈림길에서 백두대간과 이별하고 대용수동쪽으로 들어간다.
움푹 패인 뚜렸한 산길을 따라가면 임도가 나타나고 앞에 보이는 뭉툭한 봉우리를 올라야 대화실산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 헬기장이 나오고, 삼각점은 없지만 화강암 사각기둥이 한쪽에 뒹굴고있어 모두들 대화실산(1010m)으로 추정을 한다.
화강암을 정상석처럼 헬기장에 세워놓고 바라보니 사달산과 정수리가 구름에 가려있는 노추산이 앞에 우뚝 솟아있고 사방은 온통 녹색의 물결로 출렁거린다.



▲ 대화실산 정상


- 매봉산
마냥 고사리를 뜯는 일행들과 봉우리를 넘어 내려가면 화실령 임도가 나오고, 한쪽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남은 막걸리를 한잔씩 돌리고 참취의 진한 향도 맛본다.
넓은 임도를 올라가다 산길로 붙으면 전형적인 잡목지대가 이어지고 관목들도 빽빽해 나뭇가지들이 성가시다.
무명봉에서 남동쪽으로 잘못가다 철쭉들에 갇혀 고생하고, 남쪽으로 꺽어져 큰 구덩이가 있는 봉을 넘어서 헬기장을 지나 두리뭉실한 매봉산(1030m)에 오르니 아무런 표식도 없고 그저 나무들만 서있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가면 곧 빽빽한 잡목과 산죽지대가 이어지며 벌목해서 쓰러진 나무가 숨어있어 걸핏하면 발이 걸려 넘어진다.
410번 도로를 내려다보며 두릅들이 산재한 잡목숲을 어렵게 올라가니 쓰러진 깃대와 삼각점이 있는 948.0봉이 나오는데 헬기장에는 할미꽃들이 예쁘게 피어있다.
길도 없는 산죽지대를 방향만 맞추고 내려가면 도로끝에 통신탑이 보이고, 잡목들을 잡아가며 급한 절개지를 조심해서 내려가니 410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비오치인데 차량만 간간이 지나가고 한적하기 이를데 없다.



▲ 화실령



▲ 매봉산 정상



▲ 비오치



- 사달산
차단기가 쳐진 임도를 올라가면 무너져 내릴듯한 아찔한 절개지에는 사방공사가 되어있고, 사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임도와 나란히 지나간다.
꾸불꾸불한 임도를 따라가다 무덤가에서 능선으로 치고 붙으니 길도 없고 잡목들의 저항이 심하지만 능선에는 뚜렸한 족적이 보인다.
넓은 고랭지 채소밭과 양철막사가 있는 사거리안부로 내려가면 생각지도 않은 뚜렸한 등로가 나타나고 이후 사달산까지 급한 산길이 이어진다.
진땀을 흘리며 주능선에 닿으니 표지기들도 두엇 보이고 오른쪽으로 꺽어져 헬기장이 있는 사달산(1184.0m) 정상에 오르면 노추산이 지척이고 사방으로 조망이 좋다.
사방으로 통한다는 사달산 정상에 서서 발돋음을 하며 바라보면 동쪽으로는 두타산과 청옥산을 잇는 백두대간이 힘찬 하늘금을 그리고있고, 남쪽으로는 고양산과 문래산으로 연결되는 산줄기가 뚜렸하며, 서쪽으로는 우람하게 솟은 가리왕산과 중봉 하봉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산줄기가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 사달산 정상에서 바라본 노추산


- 노추산
전면으로 마주보이는 노추산 쌍봉을 향하여 신록 눈부신 초원길을 따라가면 하늘은 새파랗고, 노오란 피나물꽃과 산괴불주머니들이 지천에 깔려있으며 현호색도 군락을 이루고있다.
틈틈이 보이는 곰취들을 따느라 두리번거리며 가파른사면을 따라 전위봉에 오르니 조고봉으로 능선이 갈라져나가고 늘막골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있다.
암릉을 휘돌아 정선땅에서 가장 높다는 노추산(1322.0m) 정상에 세번째로 오르면 낯익은 정상석과 안내판이 서있고 사달산보다 조망이 훨씬 좋아서 사방으로 첩첩한 봉우리들이 도열하고있으며 준봉을 가린 하얀 뭉게구름에 가슴이 시려온다.
헬기장을 지나고 가장 높은 1342봉을 오르기 전 안부에서 꺽어져 이성대로 내려가니 두릅을 손질하던 사람들이 반겨주고, 언제나처럼 노송 서있는 암봉너머로 구절리를 한눈에 굽어보는 그 조망이 정말 일품이다.



▲ 노추산 정상



▲ 노추산에서 바라본, 중앙의 사달산과 왼쪽의 지나온 산줄기



▲ 노추산에서 바라본, 두타산과 청옥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 이성대



▲ 이성대에서의 조망



- 절골
무너질듯 가파른 돌길을 내려가면 짜증나는 너덜지대가 시작되고 낙엽덮힌 돌밑으로 졸졸거리는 물소리가 들려온다.
낙엽더미에 미끄러지고 너덜에 빠지며 급한 계곡을 한동안 내려가니 폐광산석을 쌓아놓은 곳을 지나며 물줄기가 굵어진다.
거대한 산괴로 솟아있는 상원산을 바라보며 찬물로 먼지에 찌들은 얼굴과 손을 씻으면 이제 힘들었던 오지산행은 끝이난다.
인위적으로 만든 오장폭포에 물길을 돌리는 댐을 지나서 돌밭길을 내려가니 곧 낯익은 절골의 가게들이 나오고 넓은 송천에는 예나 지금이나 도암호의 탁류가 거세게 내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