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곰취 뜯으러 따라 간 한북정맥길 (복계산-복주산)

킬문 2006. 11. 1. 14:30
2005년 5월 29일 (일요일)

◈ 산행일정
도봉산역
와수리(06:10-07:50)
매월동(08:12)
매월대(08:40)
삼각봉(09:15)
복계산(09:56)
헬기장봉(10:45-12:15)
941.9봉(12:52)
891.9봉(13:58)
실내고개갈림길(14:30)
복주산삼각점(15:14)
복주산(15:31)
먹봉갈림길(15:57)
계곡(16:33)
미아리(19:10)

◈ 산행시간
약 8시간 21분

◈ 동행인
술꾼

◈ 산행기

계속되는 산행으로 일요일 하루는 집에서 쉴려다 오래 전에 갔다 온 복주산 한북정맥길도 궁굼하고 끝물에 이른 나물도 뜯을 겸 술꾼님 정기산행을 따라간다.
피곤한 몸을 좌석에 눕히고 깊은 잠에 빠졌다가 군부대들을 지나 와수리에 내리니 산행깃점이 되는 매월동가는 버스는 9시30분까지 한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해 택시를 탄다.
육단리를 지나 맑은 물이 내려오는 매월동에 도착하니 매월대 암장에서 암벽훈련하는 사람들이 도로가에 차를 세워놓고 침낭에서 잠을 자는데 얼굴은 새까맣고 완전히 거지행색들을 하고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임꺽정 촬영세트는 눈길만 주고 산중턱에 우뚝솟은, 매월당 김시습의 이야기가 남아있는 매월대를 바라보며 능선으로 진입하면 가파르 오름길이 시작되고 이정표들이 길을 알려준다.



▲ 매월대


촛불이 켜져있는 동굴 기도처가 나오고 술꾼님은 아침식사를 하신다고 해 홀로 밧줄을 잡고 절벽을 기어 올라간다.
곧 암릉길이 시작되고 암장갈림길을 지나서 줄을 잡고 바위지대를 휘돌아 매월대 정상에 오르니 흙푸대로 참호가 만들어져있고 소나무 몇그루 뿐 조망도 막혀있다.
매월대를 내려가 바로 위의 암봉으로 올라가면 그제서야 시야가 트이며 올라야 할 복계산이 삼각형 첨봉으로 우뚝하게 서있고, 복주산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이 하늘금을 그리고있으며, 기상대가 있는 광덕산이 마주 보인다.
암릉을 내려가 매월대폭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서 노송들이 서있는 가파른 암릉길을 계속 오르니 점점 완연한 육산길로 바뀐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복계산



▲ 전망대에서 바라본, 왼쪽의 복주산



헬기장을 지나 이정표가 서있는 삼각봉을 넘고 짓푸른 수림의 물결을 이루고있는 그늘길을 올라 녹슨 철조망들을 넘는다.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며 나물을 뜯는 사람들을 지나 복계산(1057.2m) 정상으로 올라가면 오석이 서있고 조망이 시원하게 트여서 가야 할 복주산과 국망봉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의 마루금이 한눈에 들어오고 군시설이 있는 대성산이 지척에 보인다.
사면을 돌아다니며 곰취를 뜯다가 뒤에 오시는 술꾼님과 만나 헬기장으로 내려가니 역시 조망이 좋고 한켠에 삼각점이 놓여있다.
따가운 햇볕을 피해 숲으로 들어가 술꾼님이 가져오신 얼음이 푸석거리는 냉막걸리를 마시니 뱃속이 얼얼하고 더위가 싹 가신다.



▲ 복계산 정상



▲ 복계산 정상 밑에 있는 헬기장의 삼각점



▲ 복계산에서 바라본 대성산



▲ 복계산에서 바라본 한북정맥의 산줄기



1시간 가까이 쉰 후 나물에 관심이 없는 술꾼님은 먼저 보내고 곰치를 찾으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초원사이의 등로를 내려간다.
수피령에서 올라오는 길은 보지도 못한 채 정맥리본을 만나고 암봉들을 길게 우회해서 고속도로처럼 움푹 패이고 마사토가 드러난 등로를 따라간다.
헬기장을 지나서 밑으로 돌아가는 길을 버리고 계속 올라가니 높은 암봉이 나오는데 내려온 복계산이 우뚝하게 올려다 보인다.
드문드문 남아있는 곰취를 뜯으며 초지가 무성한 등로를 따라가면 사면 어디던지 길이 나있어 산나물을 뜯으러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을 알 수있다.


넓직하고 한갓진 산길을 천천히 따라가다 삼각점(건설부,1977)이 있는 941.9봉을 오르니 군인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들이 사방에 널려있어 눈살이 찌프려지고, 기다리던 술꾼님을 만나 늦은 점심을 먹으려니 금방 날파리들이 몰려온다.
벙커가 있는 891.8봉에 오르면 조망은 트이지만 삼각점은 찾을 수 없고, 등산객 한분이 올라오시는데 매월대에서 10시 넘어 출발하셨다니 걸음이 빠르신 편이다.
봉우리들을 연신 넘어 실내고개쪽으로 능선이 갈라지는 벙커봉에 오르니 넓은 임도와 만나고, 나물을 뜯으러 왔는지 한 가족이 차옆에 자리를 깔고 앉아있다.
술꾼님이 얼려온 토마토쥬스와 등산객이 내미는 수박에 거푸 손이 가는 것을 보면 이제 한여름이 되었으니 다음 산행부터는 꼭 얼음물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넓은 임도를 따라 올라가니 차들이 많이 세워져있고 푸대 가득하게 취나물을 뜯어 모으는 마을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
한동안 임도를 따라가다 능선으로 붙어 암봉으로 올라가면 복계산에서 이어져 내려온 산줄기와 대성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두류산과 창안산이 가깝게 마주보이며, 화악산과 응봉이 박무에 흐릿하게 모습을 나타낸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삼각점(갈말23/1983재설)이 있는 복주산(1152.0m) 정상에 오르니 이정석은 부러져 숲 한쪽에 버려져있고 더 높은 봉우리가 앞에 보인다.
울창한 수림따라 암릉을 지나고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없어졌던 정상석 반쪽을 누군가 돌위에 올려다놓았지만 조망이 꽉 막혀있어 정상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 일것이다.



▲ 암봉에서 바라본, 복계산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능선



▲ 삼각점이 있는 복주산 정상



▲ 복주산 정상



▲ 왼쪽의 복계산과 오른쪽의 대성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



찌는듯한 햇볕을 받으며 한북정맥길을 따라가다 먹봉으로 능선이 갈라지는 곳을 찾으려 사면으로 올라가면 안 보이던 곰취들이 간간이 나타난다.
암봉을 하나 넘어 헬기장에 이르고 여기에서 방향만 잡고 남쪽으로 내려서니 삐삐선이 보이며 한 산악회의 리본도 붙어있고 희미한 족적이 이어진다.
시간은 4시가 다 되어 655.5봉과 먹봉을 지나서 사창리까지 이어지는 약 9km의 능선을 가기는 무리이지만 시간이 부족하면 임도따라 가기로 결론을 내린다.
급하게 떨어지는 산길을 뛰듯이 내려가면 곳곳에 지능선이 갈라지는데 뚜렸한 길만 따르다보니 밑에 포장도로가 보이고 계곡이 나타난다.
시간도 부족하고 날도 무덥다는 핑계로 그냥 계곡으로 내려서면 땅을 갈아 엎어놓은 공사장이 나오고 위에 하오현터널이 보인다.
시원한 물로 손발만 딱고 사창리를 향해 철원과 이어지는 463번 지방도로를 하염없이 내려가다 마침 서울 가는 분의 차를 얻어타고 염치좋게도 미아리까지 오는 행운을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