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 이야기

런던마라톤과 보스톤마라톤의 비교 (펌)

킬문 2011. 3. 19. 12:45

런던과 보스턴 어디가 더 좋은 대회일까?


4월21일 보스턴마라톤을 끝으로 3,4월의 치열한 마라톤 대회가
끝이 났다. 비록 5월에 프라하,비엔나마라톤 등 일부 대회가 남
아 있긴 하지만 런던,로테르담,보스턴,파리 등 메이저 대회를
끝으로 우리는 수준 높은 선수들의 레이스를 가을까지 기다려
야 한다.

삼성전자 육상단은 그동안 3년간의 보스턴마라톤 출전경험과 올
해 이봉주선수가 2시간8분10초를 기록한 런던마라톤 참가 경험
을 바탕으로 봄 시즌 대표적인 두 대회의 특징과 재미있는 점
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로테르담마라톤도 이 둘
과 견줄 만한 대회이지만 대회전통이나 기록, 선수들의 선호도
면에서 이들보다 떨어져 비교대상에서 제외했다.


[런던마라톤과 보스턴마라톤의 주요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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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분 런던마라톤 보스턴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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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자 4월 둘째주 일요일 4월 3째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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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수 35,000 여명 20,000 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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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특징 1981년 대회창설 1897년 대회 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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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주성적 2003년 7위 2:08:10 2001년 우승 2: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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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e director 데이빗 베드포드 패트릭 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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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런던은 부자? vs. 그럼 보스턴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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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마라톤이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세계최고의 대회 중 하나
로 부각된 것은 물론 선수들이 우수한 기록을 양산해낸 것이 가
장 중요하겠지만 그 이면에는 풍부한 자금력이 바탕이 된 런던
의 우수선수 영입이 있다. 우승 상금은 비록 보스턴이 8만불로
5만5천불의 런던보다 앞서지만 우수선수 영입의 최고조건인 선
수 출전료(대회에 출전하는 조건만으로 받는 appearance fee)
에서는 보스턴은 런던의 3분의 1수준도 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런던은 선수개인 보너스 계약과 기록상금도 있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보스턴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들도 대부분
같은 기간에 열리는 런던으로 대회 출전을 선회하는 것이 최근
의 현상이다. 올림픽 금메달의 아베라, 前 여자 세계기록 보유
자 캐서린 데레바 등이 보스턴에서 올해 런던으로 출전대회를
옮긴 것을 보아서도 이를 알 수 있으며 폴터갓, 하일레 게브라
셀라시, 폴라 래드클립 등 당대 최고의 장거리 선수들이 런던
을 마라톤 데뷔무대로 삼은 것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 할
수 있다.

더 재미있는 예를 들면 이번 런던대회에 출전한 이봉주선수는
대회 본부호텔이 오픈되기 5일전 시차적응을 위해 먼저 런던에
도착했었다. 물론 이 기간 동안에 아파트사용료와 식사경비는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사전 계약조건이었다. 하지만 레이스 디
렉터인 베드포드는 5일간의 식사경비와 공식초청자가 아닌 삼성
전자 육상단 관계자의 숙박비, 취재차 동행한 한국기자단과 관
계자들의 교통비까지 제공하는 선심(?)을 보였다.

런던의 이러한 업무처리는 서양사람들의 원칙에 충실한 업무형
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매우 파격적인 것임을 알 수 있을 것
이다. 이는 초청자 3인 외에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는 보스턴
과는 큰 대조를 보인다. 보스턴은 3년간 출전조건을 협의하며
단 한 번도 예산부문에서 흔쾌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항상
메인스폰서인 존행콕의 재정적 어려움만을 들었던 기억뿐이다.

2.런던의 허술한 운영 vs. 최강의 Security 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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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런던은 허술한 대회운영 능력을 보여 이 부분에서는 보
스턴에게 한 수 배워야 할 것처럼 보였다. 런던마라톤은 대회
본부호텔을 선수들이 일반인과 함께 사용토록 하는 점은 이해
가 됐으나 너무 큰 호텔에 일반인과 함께 투숙하다 보니 불편
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기 당일 아침식사를 위해 30분 이상 줄을 서야 했으며 엘리베
이터를 한 번 이용하려면 많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최근의 테러
와 사스 공포의 와중에서도 호텔에 어떠한 보안검색이나 ID 확
인 절차 등이 없어 거의 안전엔 무방비 상태였다.

하지만 보스턴은 오히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보안엔 철두철
미 했다. 선수들만이 사용하는 전용숙소를 확보하고 있으며 ID
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절대로 선수호텔에 접근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는 기자단, 팀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여서 선
수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기자회견장이나 훈련장에 나가 만나야
만 했다. 대회본부는 선수들이 외부인들과의 접촉없이 편안하
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한다. 심지어는 대회
본부 차량을 이용해 운동장으로 이동, 트랙훈련을 하는 그 추
운 날씨에도(거의 1시간 이상을) 대회관계자가 훈련이 끝날 때
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을 정도다.


3.세계기록은 작품 vs. 전통과 권위에 대한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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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런던에서 여자마라톤 세계기록이 나온 것은 우연의 일치
가 아니라 대회조직위가 만들어 낸 아카데미상을 받을 만한 작
품이었다. 감독 베드포드, 주연 폴라 래드클립, 조연 8명의 남
자 케냐선수들로(페이스메이커) 이루어진 하나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런던의 중계수준의 열악함으로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8명의 남자 페이스메이커의 등에는 번호나 pacer 라
는 글자대신 시간이 적혀 있는 종이가 붙어 있었다.
2시간16분,18분,20분,22분,24분... 이런 식으로 선수마다 붙어
있는 페이스메이커를 보고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달리라는 의미
였다. 이는 래드클립만을 위한 세계기록 페이스로 페이스메이커
를 운영할 경우에 나올 다른 선수들의 불만과 여론의 비난을 고
려한 조치로 보였다. 경기시작과 더불어 래드클립은 2시간16분
페이스메이커를 캐서린 데레바는 2시간18분이 붙어 있는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 뛰었으며 예상대로 래드클립은 세계기록을 깼고
골인 후 베드포드와 기쁨의 포옹을 나눴다.

하지만 보스턴은 어떤가? 최근의 초고속 마라톤 경기에도 불구
하고 페이스메이커를 운영하지 않는다. 또한 기록단축을 위해
많은 대회가 수시로 코스를 변경함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
장 터프한 코스 중에 하나인 보스턴은 코스를 바꿀 생각도 하
지 않는다.

왜냐고 질문하자 그것이 전통이란다. 인위적인 기록만들기는 진
정한 게임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그렇다 보니 올해 보스턴의 경
기결과는 런던이나 로테르담에 비해 남녀모두 매우 부진했다.
하지만 보스턴의 우승자는 기록에 관계없이 어떤 다른 대회에
서 우승한 선수 못지 않게 찬사와 대우를 받는다. 케냐나 탄자
니아 등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록에 관계없이 보스턴 우승자를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 대표로 내정하는 것에서 보스턴의 권위
를 느낄 수 있다.

보스턴은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게 된 전쟁의 발상지로서
도시의 전통은 런던에 비해 짧지만 마라톤에서 만큼은 역사와
전통이 런던보다 앞서는 아이러니컬한 매력을 갖고 있다.


4.레이스 디렉터의 이색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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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대회모두 레이스 디렉터의 이색경력이 이채롭다. 런던의 데
이빗 베드포드는 1973년 10,000m에서 27분30초로 세계기록을 수
립한 엘리트 선수 출신이다. 퍼머를 한듯한 곱슬머리와 콧수염
을 하고 항상 런던마라톤 스포츠부문 공식 스폰서회사의 트레이
닝 복을 입고 다닌다. 심지어는 런던 대회가 끝나고 보스턴마라
톤 참관을 위해 온 기자실에서 조차 동일한 그 트레이닝복을 입
고 있어 필자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이봉주선수가 5일간
의 시차적응 훈련을 하는 동안에도 여러 차례 방문 불편한 점
이 없는지를 체크하는 자상함도 갖췄다.

이에 반해 보스턴의 레이스 디렉터인 린치는 매우 강한 카리스
마가 느껴지는 인물이다. 70세가 넘는 고령이어서 그런지 이야
기도 매우 느릿느릿하게 외국선수들에게 자신이 예전에 지도했
던 훈련법을 이야기 해주곤 한다. 대회관계자들도 그의 말이
곧 절대권력인양 따를 정도로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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