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운 없는 날

킬문 2017. 3. 27. 15:24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 부지런히 준비해 동서울터미널에서 첫 버스를 타고 여주 터미널에서 내려 오늘 백운지맥 산행의 들머리인 흥호리를 얘기 하니 매표원은 고속도로 공사 중이라 안 서는지 벌써 몇달이 되었다고 합니다.
황당한 심정으로 이것저것 생각해 지도 없어도 되는 치악산이나 갔다오려고 원주행 버스를 탔다가 중간 경유지인 문막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듭니다.
상념에 젖어 버스를 타고 가는데 어느 틈에 문막을 지난 것 같아 부리나케 기사에게 물어보니 내리는 사람이 없어 그냥 통과했다고 해 백운지맥은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원주까지 갑니다.
터미널 맞은 편에서 구룡사행 버스를 기다리다 사람들에게 물어 다시 길건너 정류장으로 가보면 어느 어느 버스들을 타고 한일주유소에서 내려 41번이나 41-1번을 타라고 친절하게 적혀 있습니다.
2번 버스 뒤에 타고 안내방송을 집중해서 듣는데 한일주유소는 나오지 않고 계속 횡성쪽으로 가 다시 기사에게 물어보니 한일주유소는 예전 이름이고 태장사거리에서 내려야 하는데 벌써 지나쳤다는 겁니다.
돌아가서 다시 41번 버스를 탈려다가 오늘은 운 때도 맞지 않는 것 같고 치악산 정상부는 아직 반질반질하게 얼어붙어 있을 텐데 아이젠도 챙겨가지 않아 깨끗하게 포기하고 서울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교통카드를 잘못 찍었다고 뭐라 하는 버스 기사와 또 말다툼을 벌이다 입석 표를 끊어 4번 칸에 앉아 새벽에 산 김밥과 함께 소주를 마시며 청량리역으로 돌아와 4번이나 기다려 어렵게 도봉산행 전철을 탑니다.
새벽 4시 45분에 집에서 나와 딱 7시간 만인 11시 45분에 도봉산에서 내려 마치 광장시장 먹자통 거리 같은 이면도로를 지나 우이암 능선으로 가는데 힘이 들어서인지 맥이 빠져서인지 땀이 삐질삐질 스며 나옵니다.
북적거리는 인파들과 함께 능선에서 오봉샘을 지나고 오봉으로 올라 막걸리 두어컵으로 시름을 달래고는 주능선으로 붙어 거북약수터를 지나 4시간 30분만에 광장으로 돌아와 다음에는 문막에서 직접 택시를 타야겠다고 생각하며 버스에 오릅니다.(2017.03.26)










'이런저런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더운 일요일  (0) 2018.07.26
경수사 불암폭포  (0) 2017.07.23
2016' 하계 야유회  (0) 2016.08.25
아파트의 가을  (0) 2015.11.16
가리왕산 대학살  (0) 2015.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