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일 (금요일)
◈ 산행경로
용문역
중원리(07:48)
도일봉(09:57)
중원산삼거리(12:16)
폭산(14:55)
용문산(17:28)
신점리(19:48)
용문역
◈ 산행거리
15.27km
◈ 산행시간
12시간
◈ 산행기
택시로 중원리 들머리까지 가서 찬 계곡 바람을 맞으며 중원폭포와 중원산 삼거리를 지나고 오른쪽 지계곡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잔 너덜 길을 타고 능선으로 붙어 누군가 최근에 온 발자국을 보며 험준한 암 능들을 통과해 도일봉(x864.0m)으로 올라가면 중원산 너머로 용문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까운데 러셀이 안 되어 있을까 걱정이 된다.
밧줄들을 잡고 바위 지대를 통과해 안부로 내려가니 짐작대로 발자국은 중원계곡으로 꺾어 사라져 버려 올겨울 내내 아무도 안 온 것 같은 깊은 적설을 뚫고 싸리봉(811.8m)으로 힘겹게 올라가는데 겉만 얼은 눈은 밟으면 쑥쑥 들어가고 뚜렷한 길들도 모두 눈에 덮여 몇 번이나 왔지만 그리 만만하지 않다.
싸리재를 지나 단월봉이라 하는 775.1봉을 넘어서 굴곡 심한 잔 봉우리들을 지나 중원산 삼거리로 올라가 쓰러진 나무에 걸터앉아 찐 계란 하나 먹으며 그냥 중원산으로 방향을 바꾸려다 아직 시간도 너무 일러서 다시 잔뜩 쌓인 눈을 뚫고 고개로 내려간다.
앞에 뾰족 솟은 폭산과 봉미산을 바라보다 시큰시큰해지는 무릎을 걱정하며 735.3봉을 어렵게 넘고 가파른 눈에 쭉쭉 미끄러지며 이리저리 쓰러진 나무들을 피해 길도 찾기 힘든 된비알을 한 시간도 넘게 걸려 지그재그로 숨 가쁘게 치고 능선으로 붙으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헬기장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에게 멸문지화를 당해 몰래 인적 끊어진 산으로 들어가 집성촌을 이루었다는 더덕 가족의 전설이 깃든 폭산(x1002.5m)으로 올라가니 용문산 정상이 지척인데 높이가 틀려서인지 전에 놓여있던 천사봉 정상석이 말끔하게 없어져 버려 어리둥절해진다.
눈밭에 서서 K, A, T, A, D... 등 학살의 주인공들을 일일이 떠올리며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기운을 내어 이제 1000미터를 넘어 완만해졌을 주 능선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눈이 더 많고 살을 에는 찬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 난감해진다.
사람으로 착각한 짐승의 가지런한 발자국을 만나 절벽들을 잘 피하고 지름길을 용케 잘 찾아가는 것을 보고 감탄을 보며 문례재를 지나 인적이 사라진 급 비탈을 힘겹게 치고 용문봉 갈림길을 지나서 줄줄이 나오는 암 능들을 돌고 넘으니 어김없이 사라졌던 동물의 발자국들이 나타나지만 바로 앞에 보이던 용문산 통신 탑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아 힘이 빠진다.
기다리던 사면 길과 만나서 기진맥진해 용문산 주 등산로와 합류해 용문산(x1157m) 정상으로 올라가 지나온 능선과 목표로 했던 백운봉을 바라보며 잠시 하산할 고민을 하다가 장군봉에서 상원사로 내려가는 것은 교통이 안 좋고 백운봉으로 진행하면 집에도 못 돌아갈 가능성도 있어 용문사로 내려가기로 한다.
홀로 정자에 앉아 달달한 과자를 씹으며 석양에 물들어 가는 용문산자락을 한동안 둘러보다 아이젠까지 하고 언제나 험준한 암 능들을 줄줄이 이어지는 밧줄과 나무계단들을 타고 이리저리 돌아 부랴부랴 상원사 삼거리로 내려가니 이제 산자락은 칠흑 같은 어둠에 묻힌다.
가까운 계곡의 낭랑한 물소리를 들으며 용문사로 떨어져 여느 사람들처럼 은행나무 신령님에게 작은 소원을 빌고는 어둠에 잠긴 도로 따라 버스 승강장으로 내려가 추위에 벌벌 떨려오는 몸을 추스르며 이것저것 간식을 입에 넣다가 30분 만에 도착한 버스에 홀로 오른다.
▲ 중원폭포
▲ 추읍산
▲ 중원산 너머의 용문산
▲ 도일봉 정상
▲ 도일봉에서 바라본 백운봉, 용문산, 폭산
▲ 봉미산
▲ 용문산과 폭산
▲ 싸리봉 정상
▲ 폭산 정상
▲ 폭산에서 바라본 용문산
▲ 짐승 발자국
▲ 용문산 정상
▲ 용문산에서 바라본, 도일봉에서 이어온 능선
▲ 내려갈 능선
▲ 추읍산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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