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금남정맥의 전망대 (월봉산-진악산-마이산)

킬문 2006. 11. 1. 11:04
2004년 2월 19일 (목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날(06:30)
금산터미날(08:48)
엄정리(09:07)
월봉재(09:54)
월봉(10:29)
월봉산(11:04)
열두봉재(11:40)
능선갈림봉(12:12)
보티재(12:33)
수리넘어재(13:16)
진악산(14:51)
737봉(15:16)
도구통바위
능선갈림길(15:47)
내동도로(16:34)
마이산(17:54)
사거리안부(18:11)
원석동(18:25)
금산터미날
대전터미날(20:00)
상봉터미날(22:00)

◈ 산행시간
약 9시간 18분

◈ 동행인
곰발톱

◈ 산행기

- 월봉재
금산터미날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곰발톱님과 만나 택시를 타고 화림저수지를 지나 엄정리로 향한다.
순목마을을 넘으며 얕으막한 고갯마루에서 내리면 날은 따뜻하고 새파란 하늘위로 뭉게구름이 뭉실 뭉실 피어올라 마치 아지랭이 피어나는 봄날을 연상시킨다.
절개지를 피해서 개집이 비어있는 농가사이로 들어가 무덤 한기를 넘어서니 예상대로 길은 사라지고 잡목들만 빽빽하며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키작은 소나무들 사이를 헤집고 결진 바위들을 밟으며 능선으로 오르면 엄정리 일대가 발아래로 펼쳐지고 앞으로 제법 뚜렸한 봉우리 하나가 서있는데 자세히 보니 금남정맥상의 인대산인 것 같다.
억새가 무성한 안부에서 희미한 족적 따라 무덤있는 봉우리에 오르고 방향만 잡고 내려가다 지독한 기시덤불에 갇혀 버린다.
가시에 온몸을 찔리고 간신히 덤불들을 헤치며 베어진 나무들을 밟고 내려가니 마른 황토 전답들이 을씨년스럽게 보이는 월봉재이고 농가들이 가깝게 보인다.



(가시덤불)


- 월봉산
잡목들을 헤치며 산등성이를 올라가면 부러진 가지들은 몸을 뒤덮고 죽은 나무들은 맥없이 부러져 나간다.
시야가 트이는 암릉으로 올라서니 금산의 명산인 진악산이 앞에 우뚝 솟아있고 천태산이 뾰족하며 덕유산줄기들도 아련하게 보인다.
굳은 눈이 쌓여있는 가파른 북사면 비탈길을 힘들게 올라가면 삼각형처럼 뾰족하게 보이던 월봉(470m)인데 지도에도 없는 삼각점을 발견할 수 있다.
희미한 족적을 따라서 간벌하지 않은 나무들이 빈틈없이 들어찬 능선을 이리저리 돌고 우회하며 봉우리들을 연신 넘는다.
나뭇가지들을 잡아가며 가파르고 미끄러운 설사면을 지나 월봉산(543m)에 오르니 넓은 억새지대에 큼지막한 소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따사한 햇살을 받으며 소주 한잔씩 마시고 잡목숲을 뚫느라 예상보다 시간을 많이 소모한지라 서둘러 길을 떠난다.



(천태산과 충청의 산봉들)



(월봉 정상)



(넓직한 월봉산 정상)



(월봉산에서 바라본 진악산)



- 보티재
마치 옛 성터처럼 돌무더기들이 쌓여있는 정상을 내려가면 능선이 갈라지는데 상와정마을로 연결되는 뚜렸한 지능선을 주의하며 오른쪽으로 방향을 꺽으니 희미하게나마 능선이 연결된다.
잠시 내려가 사거리안부인 열두봉재를 지나면 남동방향인 진악산쪽으로 길게 휘어지는 산줄기가 잘 보이고 좁은 암릉지대들을 연이어 통과한다.
빽빽한 나무들을 피해 우회하기도 하고 낮은 포복으로 통과하기도 하며 앞을 막는 나뭇가지들을 헤쳐가며 어렵게 능선을 이어간다.
숲이 무성한 봉우리에 오르고 오른쪽 능선으로 잘못 들어갔다가 시야가 트이는 바위에 올라서니 왼쪽으로 낮게 연결되는 능선이 보여 트래버스한다.
덤불들을 헤치며 보티마을과 양지광산을 연결하는 보티재 고갯마루로 내려서면 성황당처럼 고목 한그루 서있고 작은 돌탑 한개도 햇볕을 받고있다.



(보티재)


- 수리넘어재
보티재를 지나면서 길은 점차 뚜렸해지고 간벌도 되어있으며 잡목들의 저항이 없어 한결 나아가기가 수월해진다.
왼쪽으로 봉우리를 우회하는 뚜렸한 길을 피해서 일부러 꼭대기까지 올라가 보지만 역시 우회하는 길과 만나게 되며, 발아래에는 꾸불꾸불하게 돌아가는 도로가 보이고 이동통신탑이 내려갈 목표가 된다.
암릉지대를 지나고 까마득한 절개지를 피해서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수리넘어재로 내려서니 기념석이 서있는 주차장에는 산악회버스도 한대 서있고 아주머니들 몇분이 자리를 깔고 식사를 하신다.
넉살 좋은 곰발톱님 덕분으로 막걸리도 몇잔씩 얻어 마시고 순두부에 머리고기도 먹는 호사를 누리며 족발과 소주에 입가심으로 시원한 맥주까지 한잔씩 마신다.
가져간 라면까지 끓여서 나눠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일정이 걱정돼 바삐 일어나지만 점심 먹는다고 어언 40여분이나 보내고 말았다.



(수리넘어재)


- 진악산
도로를 건너니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바위지대에는 샘터가 있고 등로는 험한 암봉을 피해 산등성이로 길게 우회한다.
넓직한 등로를 올라가면 이정표들이 서있고 곳곳에 자리잡은 바위지대에 올라서니 금산읍내가 발아래로 펼쳐지고 지나왔던 산줄기가 잘 보이며 그너머로 장막을 두른듯 솟구쳐 오른 대둔산줄기가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백암산과 장군봉으로 이어지는 금남정맥의 마루금을 감탄과 아쉬움의 눈으로 바라보고, 소나무들과 어우러진 암봉들을 지나며 역시 충청의 명산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질퍽질퍽하게 녹아내리는 눈길을 밟으며 빈대바위와 원효사 갈림길을 지나고 헬기장과 산불초소가 있는 진악산(732.7m)에 오르니 사방으로 전망이 트여서 금남정맥은 물론 덕유산 자락과 겹겹히 솟은 산봉우리들이 일망무제로 펼쳐진다.
정상에 서서 운장산까지 쉴새없이 달려 나가는 유장한 산줄기를 보고 또 보며, 얼마전 빗줄기를 종일 맞고 힘들게 지나갔던 팔공산과 장안산을 떠 올리며 그때를 그리워한다.



(수리넘어재 올라가며 바라본 진악산)



(지나온 능선너머로 보이는 대둔산)



(진악산 오름길의 암봉)



(진악산 오르며 내려다 본 금산읍)



(도도하게 뻗어 나가는 금남정맥)



(진악산 정상)



(진악산에서 바라본 여러 봉우리들)



(진악산에서 바라본 대둔산의 웅장한 산줄기)



- 737봉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암릉길을 이어가면 조망도 시원하게 트이고 하늘도 새파랗게 펼쳐지며 바람도 시원하게 불어와 기분이 상쾌해진다.
737봉을 향하며 정상가기 바로 전에서 갈라져 나가는 마이산 능선을 놓치지 않으려 신경을 바짝 세우고 두리번 거린다.
갈림길도 못찾고 돌탑들이 서있는 실제적 정상인 737봉에 오르니 역시 한점 막힘이 없어 금남정맥과 함께 선야봉으로 흐르는 산줄기도 뚜렸하며 진안 마이산의 쫑끗한 두 봉우리가 아득하게 보인다.
오늘 가야하는 금산의 마이산은 앞에 가깝게 보이는데, 지형도에서 그어 보었던 역 ㄷ자 모양의 산줄기가 아니고 일직선상으로 뻗어있어 의아해하며 주변 지형을 살펴본다.
마침 수염을 길게 기른 마을사람이 톱하나만 달랑들고 올라오길래 혹시나하고 물어보니 마이산은 앞에 보이는 능선으로 가야한다고 하며, 태평봉수대와 싸리재등 금남정맥의 주요지점들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줄줄히 읊어댄다.
능선도 당연히 이어져서 보이고 산도사라는 분이 그렇다고 하니 결국 지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채 내가 마루금을 잘못 그은 것으로 결론을 짓고는 배고프다는 도사에게 떡과 빵까지 줘버린다.



(737봉 정상)



(737봉에서 바라본 금산 마이산)



(금산 마이산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진안 마이산)



- 내동도로
밧줄을 잡고 가파른 바윗길을 내려가면 묘 한기가 나오고 영천암을 거쳐 보국사로 내려가는 등로가 연결되며 바로 밑에는 진악산의 명물인 도구통바위가 보인다.
기묘하게 솟아오른 바위를 구경하고 다시 묘지로 올라가 오른쪽으로 꺽어지는 갈림길로 들어가니 처음에는 길이 없더니 점차 뚜렸한 등로가 이어진다.
737봉을 바라보며 암릉지대를 지나고 묘지를 두번 연속 지나면 점차 길은 사라지고 마이산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이제는 급사면이 기다리고 있다.
희미한 족적을 따라 거의 수직으로 떨어지는 바윗길을 한동안 내려가니 내동으로 연결되는 시멘트도로가 나오고 그제서야 물이 철철 흘러내리는 계곡을 보게된다.
앞에는 마이산의 험한 수직 너덜지대가 가로막고 있고 도로따라 내동쪽으로 올라가니 737봉에서 이어지는 낮은 산줄기가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정상쪽은 급한 암릉으로 되어있어 능선이 갈라지는 곳을 찾기 힘들게 되어있다.



(도구통바위)



(무덤에서 바라본 737봉)



- 마이산
허탈한 마음으로 도로 따라 올라가다 내동과 안골로 이어지는 길을 버리고 다리를 건너 몇가구 안되는 샛번지마을로 들어간다.
개를 사육하는 마지막 농가에서 시원한 물 한잔씩 마시고 소로를 따라가면 길은 737봉쪽으로 올라가고 시간도 별로없어 그냥 급사면을 치고 오른다.
독도를 잘못한 죄값을 톡톡히 치르는듯 나무들을 잡고 미끄러운 사면을 힘겹게 올려치면 무덤이 나오고 능선에는 검은 뱀그물이 길게 쳐져있다.
방향 감각을 잃고 거꾸로 가다가 되돌아 와서 뱀그물을 따라 희미한 능선길을 이어가며 무덤들을 계속 지난다.
험한 암봉을 길게 우회하고 가파른 능선을 힘들게 오르면 첫 봉우리에 닿고 암릉으로 이루어진 두번째 봉에 오르니 작은 돌탑 하나가 세워져있다.
잔설들을 밟고 잡목들을 헤쳐가며 삼각점이 있는 마이산(627.4m)에 오르니 낡은 산불초소가 서있고 큰 돌탑 하나가 기다렸다는듯 반겨준다.
쓰레기가 널려있는 정상에 서면 남이면 일대가 훤하게 내려다 보이고 금남정맥에는 붉은 태양이 마지막 힘을 다한채 가라앉고 있으며 마주보이는 진악산은 멋진 산세를 보여준다.



(마이산의 세 봉우리)



(마이산 정상)



(금남정맥을 넘어가는 태양)



- 원석동
남쪽 능선으로 내려가면 비교적 뚜렸한 등로가 이어지고 길이 없어지는듯 하다가 커다란 암봉을 우회하면서 다시 능선으로 붙게 된다.
잠시후 원석동과 용동으로 갈라지는 사거리안부로 내려서고 금산이 가까운 왼쪽 원석동 길로 꺽어지면 소나무들이 즐비하고 갈비가 푹신하게 깔린 기분좋은 등로가 이어진다.
몇백년 묵은 고목 한그루를 지나고 무너진 옛 집터로 내려가니 무슨 짐승이 쉬고있었는지 후다닥거리며 도망을 친다.
무덤들을 지나고 밭을 따라 내려가면 금산으로 연결되는 725번 지방도로가 나오고 원석동 마을이 가깝게 보인다.
금산방향으로 터벅터벅 도로를 걸어가니 금산의 명물인 인삼밭들이 펼쳐지고 진악산을 넘어온 한줄기 바람이 부드럽게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