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북한산 종주

킬문 2006. 11. 1. 11:13
2004년 3월 17일 (수요일)

◈ 산행일정
독바위역(08:37)
족두리봉(09:06)
향로봉(09:36)
비봉(10:02)
청수동암문(10:42)
문수봉(10:49)
동장대(11:37)
백운대(12:44)
영봉(13:46)
육모정고개(14:21)
510봉(14:38)
우이령갈림봉(15:06)
상장봉(15:39)
지능선갈림길(15:51)
385봉(16:06)
효자2교(16:34)

◈ 산행시간
약 7시간 57분

◈ 산행기

영남알프스의 운문산-억산-구만산을 가보고 싶어 밤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봄비를 맞으며 전철을 타고 양재역으로 나간다.
서초구청 앞에서 입김을 호호 불며 한동안 기다려도 등산객은 보이지 않고 산악회버스도 오지 않아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해보니 역시 손님이 별로 없어 취소했다는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평소에 생각했던 곳들은 지도도 없어 갈 수가 없고 고민끝에 그래도 서울근교에서는 나름대로 만만한 북한산을 가기로 하고 다시 전철을 탄다.
얼마전 소위 북한산종주의 범위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하는 논의도 있었고 나름대로는 불광동쪽부터 백운대를 오르고 상장능선으로 이어지는 가장 긴 산줄기를 밟는 것이 정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오늘 시행하기로 한다.


독바위역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주택가를 가로질러 산으로 붙어 보아도 모든 길은 매표소로 통하게 되어있고 어김없이 입장료를 지불한다.
축축하게 젖은 소나무길을 올라가면 성미 급한 진달래 한놈이 환하게 꽃을 피우고 있고, 이내 바위들이 나오며 이어질 험한 암봉들을 예고한다.
멀리서부터 보이던 족두리봉에 올라가니 정상은 위험지역으로 막아 놓았고, 미끄러울것 같은 암릉을 피해서 사면으로 길게 우회하다 보면 잿빛 하늘에 솟구친 검은 암봉이 괴기스럽게 보인다.
송전탑을 지나고 세차게 불어오는 비바람을 맞으며 향로봉(525m)에 오르면 역시 사고다발지역으로 철조망을 둘러 놓았고 험준한 암봉들은 구름에 가려있다.
얼마전에 이곳에서 떨어져 사망했다는 부부의 이야기도 들은 터라 비에 젖은 바위지대를 길게 우회하면서 능선으로 붙는다.



(족두리봉)



(향로봉)



비구름속에서도 정상부의 비석이 돋보이는 비봉(560m)을 지나면서 7-8년전 꼭대기에 올라갔다가 긴장해서 엉거주춤 못 내려왔던 기억이 나 쓴웃음을 짓는다.
넓직한 쉼터가 있는 사모바위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있고 잠깐 등로를 놓치고 숲으로 들어가니 집 나온 야생개 한마리가 움추리고 있다가 도망간다.
문수봉으로 바로 올라가는 암릉지대를 피해 사면으로 우회하는 가파른 바위지대를 힘겹게 통과하고, 나한봉과 의상봉으로 길게 능선이 갈라지는 청수동암문을 지난다.
후두둑거리며 떨어지는 우박을 맞으며 태극기가 펄럭이는 문수봉(715m) 앞봉에 오르니 거센 바람에 몸이 떨리고 바로 앞의 문수봉은 짙은 운무에 가려 형체만 희미하게 보인다.



(비봉)



(멀리 보이는 사모바위)



질퍽거리는 성벽길을 따라 형제봉능선과 칼바위능선 갈림길을 지나면서 이 험한 바위지대에 성벽을 쌓으려 돌을 짊어메고 산을 올랐을 선조들을 떠 올린다.
발아래에는 고층아파트들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고 맞은편으로는 수락산과 불암산이 우뚝 솟아있으니 큰산과 푸른 숲으로 둘러쌓인 서울이 얼마나 복받은 도시인가를 금방 깨닫게 된다.
쇠줄을 잡아가며 물이 흐르고 미끄러운 바위지대를 올라가면 때늦게 빙화를 이루고있는 나무들이 설산에 들어온듯 신비스럽게 보인다.
위문을 지나고 평소답지 않게 한가스러운 백운대(836.5m)에 오르니 눈발이 희끗거리고 상고대를 달고있는 가지사이로 인수봉이 쓸쓸하게 보인다.
바람잔 바위틈에서 김밥에 소주 한컵 들이키다가 옆에서 계속 눈길을 주는 터줏대감 고양이에게 김밥 한개를 던져주니 공중에서 재빠르게 낚아채고 사라진다.



(칼바위)



(빙화사이로 보이는 백운대)



(빙화가 덮고있는 만경대)



(상고대사이로 보이는 인수봉)



(백운대의 터줏대감, 고양이)



백운산장을 지나고 얼음 녹은 물이 철철 흐르는 암릉을 내려가면 대구에서 단체로 온 등산객들이 숨을 헐떡이며 올라오다 정상을 바라보고는 땀을 흠친다.
하루재로 내려가 철망을 넘어서 슬쩍 능선으로 오르니 예전에는 그 많던 추모비들이 정리를 했는지 두세개밖에 안 보이고, 살아있으면 내 또래가 되어있을 망자들의 이름에서 쉽게 눈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정상석이 있는 영봉(604m)에 서면 비가 그치며 푸른 하늘이 펼쳐지기 시작하고 인수봉의 거대한 화강암덩어리가 충격적인 모습으로 올려다 보인다.



(영봉)


육모정고개로 내려가 소나무들이 많이 서있는 510봉을 올라 보지만 깍아 지른듯한 암벽을 바라만 보다가 전처럼 다시 내려가 우회길로 통과한다.
우이령갈림길인 550봉을 지나며 조각처럼 서있는 오봉을 바라보고 도봉산까지 이어볼까 하는 생각도 언뜻 들지만 경찰들과 실랑이 벌이는것도 귀찮아 그냥 통과한다.
봉우리들을 지나고 슬랩지대를 넘어 노송들이 멋지게 서있는 상장봉(534m)에 오르니 인수봉과 백운대 그리고 만경대가 만드는 삼각봉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북한산의 전경이 다 보일듯 시야가 확 트인다.
뾰족한 암봉을 우회하며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곧바로 이어지는 짧은 한북정맥 길을 버리고 효자동쪽으로 길게 뻗어 나가는 지능선으로 꺽어져 들어간다.
뚜렸한 등로를 따라 385봉을 오르고 야산같은 능선을 이어가면 송추로 이어지는 북한산성 도로가 보이고 곧 사기막골로 떨어진다.
맑은 물이 철철 내려오는 계곡을 건너고 산골휴게소를 지나 효자2교 다리에서 북한산종주를 끝내니 금방 의정부 나가는 버스가 도착한다.



(상장능선)



(험준한 510봉)



(상장봉)



(상장봉에서 바라본 삼각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