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영동을 감싸는 산줄기 (진삼령-천마령-천만산-삼봉산)

킬문 2006. 11. 1. 11:17
2004년 03월 25일 (목요일)

◈ 산행일정
서울역(06:15)
영동역(08:52)
진삼령(09:26)
614봉
비끈뱅이안부(09:53)
능선갈림봉(10:31)
821봉(11:04)
너덜봉(11:36)
전망대바위(12:32)
능선갈림봉(12:52)
능선갈림봉(13:02)
임도(13:44)
천마령(14:09)
천만산(14:40)
918봉
무인산불감시시설(15:48)
임도(16:04)
삼봉산(16:28)
790봉
740.6봉(17:35)
당곡리(18:22)
영동역(19:02)
서울역(21:48)

◈ 산행시간
약 8시간 56분

◈ 산행기

- 진삼령
오랫만에 기차를 타고 영동으로 향하니 잔뜩 찌프린 날씨에도 금강너머로 마니산이 삐쭉 솟아 보이고, 대룡산과 장룡산으로 뻗어 나가는 길다란 산줄기도 눈에 들어와 가슴이 설레인다.
미리 연락해둔 택시를 타고 영동과 설천을 잇는 581번 지방도로상의 진삼령을 찾아가다가 꾸불꾸불한 도로에 홀렸는지 한참이나 지나쳤다가 다시 올라온다.
용화면 이정표가 서있는 두리뭉실한 고개로 돌아와 절개지를 타고 올라가니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듯 꾸물거리고 살랑거리는 바람결에도 겨울의 잔재가 남아있는듯 한기가 느껴진다.
길도 없는 급사면을 치고 오르면 성긴 잡목들 사이로 생강나무들은 막 꽃봉우리를 터뜨리고 있고 두텁게 쌓여있는 낙엽들은 바스락거리며 숲을 울린다.



(진삼령)


- 821봉
가파르게 614봉을 오르고 뚝 떨어지면서 마도마을과 비끈뱅이마을을 연결하는 사거리안부로 내려가니 옛날에는 통행이 잦았던지 길도 넓고 사연담은 돌무더기도 많이 쌓여있다.
잡목들을 헤치며 적적한 능선을 올라가면 반듯한 곳은 어김없이 무덤들이 자리잡고 있고, 마을의 티브안테나를 지나서 시야도 트이지 않는 답답한 잡목숲을 쉴새없이 따라간다.
잡목이 울창한 봉우리에서 북동쪽으로 방향을 잡고 내려가면 바위지대와 푸르른 소나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발아래로는 비끈뱅이 마을과 구백이 마을이 평화스럽게 누워있으며 도마령으로 올라가는 곡선도로가 잘 보인다.
석축을 쌓은것처럼 돌무더기가 널려있고 죽은 나무들로 뒤덮혀있는 821봉에 오르니 지능선 하나가 북쪽으로 길게 갈라져 나가고, 천만산으로 이어지는 동쪽능선으로 꺽어져 내려가면 중첩된 봉우리들이 전면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비끈뱅이 안부)


- 임도
잡목들을 헤치고 억센 관목지대를 우회하며, 헬기장을 지나 노송들이 어우러진 멋진 바위봉을 오르니 잿빛 하늘속에 삼봉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성벽이 무너진 것처럼 바위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봉우리를 넘고, 한적한 숲에 앉아 김밥으로 요기하며 모과주 한잔을 마시니 잡목숲에서 미로를 헤메던것 같은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진다.
간간히 진달래꽃이 보이는 능선을 따라가다 전망대같은 바위에 올라가니 날이 개이고 오늘 처음으로 시야가 트여서, 천마령과 천만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뚜렸하게 보이고 활처럼 휘어지는 능선끝에 울퉁불퉁하게 솟은 삼봉산 정상부가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지능선이 갈라지는 봉우리에서 잠깐 잘못 가다가 돌아오고, 다음 봉우리에서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북서쪽 지능선으로 들어갔다가 자그만치 30여분이나 허비하고 되돌아 온다.
낮은 봉우리들을 넘어 산막리와 조동리를 잇는 임도로 내려가니 인적 끊어진 붉은 황톳길에는 바람이 쓸쓸하지만 햇살은 따뜻하고 또 아늑하다.



(성벽처럼 보이는 너덜봉)



(전망대바위에서 바라본, 천마령과 삼봉산까지 이어지는 능선)



(임도)



- 천만산
붉은 헝겊이 매어져 있는 고갯마루를 가파르게 올려치면 지금까지와는 달리 등로가 뚜렸하고 글씨없는 표지기들도 곳곳에 걸려있다.
바위지대를 우회하며 깃대꽂힌 삼각점이 있는 천마령(925.6m)에 오르니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져서 삼각형처럼 뾰족하게 서있는 각호산이 또 다른 모습으로 위용을 보여주고, 민주지산과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장쾌하게 뻗어나가며, 천만산은 손을 뻗으면 닿을듯 가깝다.
베어진 나무들을 넘고 동쪽 능선으로 들어가면 잠시 편한 길이 이어지다가 다시 잡목들이 걸기적거리며 가파른 능선길이 이어진다.
헬기장이 있는 넓다란 정상에 억새들이 하늘거리는 천만산(943.0m)에 올라가서 땀을 딱으며 주위를 둘러보고, 무심코 앞에 보이는 봉우리로 향하다가 옆으로 낮게 이어지는 능선을 발견하고 급히 되돌아 온다.
천만산에서는 973봉과 999봉으로 이어지다가 상고자동으로 빠지는 앞능선이 워낙 뚜렸하고 방향도 같아서 자칫하면 따라가기 십상이지만, 북쪽으로 바로 꺽어지는 낮은 능선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천마령 정상)



(천마령에서 바라본, 오른쪽의 천만산과 맨끝의 삼봉산)



(천마령에서 바라본 각호산과, 민주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천만산 정상)



- 삼봉산
길이 없을것 같은 북쪽으로 내려가면 잠시후 족적이 나타나고 낮은 능선따라 삼봉산이 연결되는 것을 확인할수 있다.
바위지대를 밟으며 소나무와 잡목들이 성가시게 하는 숲길을 지나고, 암릉사이로 노송들이 서있는 918봉을 넘어도 봉우리들은 끝없이 나타난다.
뾰족하게 솟은 무명봉에서 흔적도 없는 사면을 치고 동쪽으로 내려가면 무인산불시설이 나오고, 곧 당곡리와 고자리를 잇는 넓은 임도로 내려서니 쓰레기들이 널려있으며 차량통행이 잦은듯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나있다.
뚜렸한 등로따라 밧줄을 잡아가며 큰 바위들이 솟아있는 암봉을 오르니 당곡리쪽 계곡들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비로서 삼봉산 정상이 앞에 보인다.
암봉을 우회하면서 삼각점(영동 309, 1980 재설)이 있는 삼봉산(930.4m)에 오르면 노송들이 멋지게 서있고, 740.6봉과 795.0봉을 거치며 북쪽으로 끝없이 이어져 나가는 산줄기가 잘 보인다.



(무인산불시설에서 바라본 삼봉산)



(삼봉산 가기 전의 암봉)



(삼봉산 정상)



- 740.6봉
북쪽 능선으로 들어가면 다시 잡목들이 길을 막아서고 아무런 변화도 없으며 볼것도 없는 지겨운 숲에 몸서리가 쳐진다.
문득 인적없는 이 적막강산을 왜 가는것인가 생각하다 화답하듯 들려오는 새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발길을 서두른다.
잡목들을 헤쳐가며 높게 솟아있는 790봉을 오르고 줄줄이 이어지는 봉우리들을 넘어 뭉툭한 770봉을 넘는다.
기울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오래된 삼각점이 있는 740.6봉에 오르니 주위는 벌목이 되어 있으며 송전탑너머로 최종 목적지인 795.0봉이 높게 올려다 보인다.
795.0봉까지는 3km가 약간 넘는 거리이고 한시간 조금 더 잡으면 도착할 수는 있지만 해진뒤에 중화사까지 내려가는것이 영 마음에 걸린다.
물론 정규등로도 아닐 뿐더러 지도상에 점선으로 표시된 소로가 정말 있는지도 불확실한데, 낮에도 희미한 길을 랜턴을 밝혀가며 찾아 가는 것은 사서 고생하는 것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740.6봉 정상)


- 당곡리
아쉽기는 하지만 주능선을 버리고 당곡리 방향인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으로 꺽어져 들어가면 있는듯 없는듯 족적이 나타나고 주민들이 버린 쓰레기들도 눈에 띈다.
자주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북서쪽으로만 방향을 잡고 내려가면 키낮은 소나무들과 잡목들이 빽빽해서 우회하던지 몸을 굽혀가며 힘겹게 통과해야 한다.
가파른 사면을 타고 한동안 내려가니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과 만나고 작은 팻말을 보고 내려가니 급수시설이라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바로 밑에 보이는 시멘트 길로 내려가면 맑은 계곡물이 흘러 내려가고 "당곡리 당골"이라 쓰여있으며 영동과 이어지는 포장도로가 바로 나온다.
마을사람 한명 보이지않는 한적한 도로를 천천히 걸어 내려가다 마침 당곡리에서 영동으로 돌아 나가는 마지막 버스를 타니 텅 빈 버스에서 기사님이 반갑게 맞아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