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막바지 여름날의 암릉길 (두악산-덕절산-도락산)

킬문 2006. 11. 1. 11:51
2004.08.25 (수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6:20)
충주터미날(07:40)
단성(09:28)
북하리갈림길(10:09)
두악산(10:31)
뒷들재(11:10)
덕절산(11:42)
750봉(12:18)
피리재(13:03)
625봉(14:06)
625봉(14:48)
광덕사(15:16)
시멘트도로(16:08)
광덕암
능선삼거리(16:29)
도락산(16:36)
검봉(17:17)
상선암(17:52)
단양터미널(18:32)
제천터미널(19:25)
동서울터미널(21:18)

◈ 산행시간
약 8시간 24분

◈ 산행기

- 두악산
두악산의 산행깃점인 단성(구단양)을 단양으로 갈것인지 충주로 갈것인지 고심끝에 단양으로 결정했지만 막상 터미널에서는 이른 시각부터 있는 충주버스를 탄다.
충주에서 8시 10분 단양행 버스를 타고 차멀미까지 해가며 충주호를 두루 돌아 1시간 20분만에 단성에 내리니 늦게 출발하더래도 단양까지 편하게 와서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는 마을을 지나 단봉사를 향해 올라가면 다가오는 가을을 이야기하듯 고추잠자리 한마리가 가슴을 스치며 지나가고 땅바닥에서 쉬던 쓰르래미 한마리가 황급히 하늘로 날라간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넓은 황톳길에는 벤치들이 놓여있고 싯귀가 적혀있는 나무판들이 걸려있으며, 구슬땀을 뚝뚝 떨어트리며 올라가다 숨을 고르니 충주호가 잠깐 보이더니만 금새 짙은 구름에 가린다.
덕하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며 길은 좁아지고 밧줄이 쳐진 나무계단길을 한동안 오르면 고목밑에 유명한 소금무지와 안내판이 보이며 잠시 더 오르면 두악산(732m) 정상이다.
온몸이 땀에 젖어 정상석이 있는 바위에 오르니 온통 운해를 이룬 가운데 마을들과 도로가 마치 비행기를 탄듯 아찔하게 보이고, 금수산이 가깝게 마주하고 있으며, 용두산과 도락산 너머로는 월악산의 영봉이 불쑥 솟아있어 가슴이 설레인다.



(소금무지)



(두악산 정상)



(두악산에서 바라본, 운해속의 금수산)



(두악산에서 바라본 소백산 연능)



(도락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용두산과 사봉 너머로 보이는, 맨뒤의 월악산)



- 덕절산
소백산을 향하여 면면이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산봉들을 바라보며 암릉지대를 넘고 키큰 고사목너머로 도락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확인한다.
석탄석들이 널려있는 능선을 지나고 두악산의 남봉이라 할 수있는 봉우리에서 길은 두갈래로 나누어지는데 남동쪽으로 직진하니 아주 가파른 진흙길이 기다린다.
쭉쭉 미끄러진 발자국들을 보며 나뭇가지들을 잡고 조심스레 능선으로 붙어 내려가면 막바지 여름날을 아쉬워 하는듯 쓰르래미들의 울음소리가 온 숲을 울려댄다.
짧은 너덜지대를 건너고 낙엽송들을 지나 커다란 고목 한그루가 지키는 뒷들재로 내려서니 오른쪽의 대잠리 방향으로는 등로가 뚜렸하고 표지기들도 많이 걸려있지만 북상리쪽은 잡초만 무성하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안부를 지나면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다가 곧 가파른 비탈길이 나타나며 땀방울을 흘리며 힘겹게 오르다 뒤돌아 보면 내려왔던 두악산이 묵묵히 지켜보고 서있다.
마지막 봉우리는 사면으로 우회해서 덕절산(780.2m) 정상에 오르니 실망스럽게도 돌무더기 몇개뿐 특별한 표식이나 정상석도 없고 조망도 거의 막혀있다.
웽웽거리며 지겹게 덤벼드는 하루살이들을 뿌리치며 김밥을 먹고 나뭇가지사이로 대잠리 마을들을 바라보며 산새 우는 적막한 숲을 내려간다.



(고사목너머로 보이는 도락산)



(뒷들재)



(덕절산 정상)



- 피리재
한적한 산길을 쉬엄쉬엄 걸어가며 낮은 봉우리들을 몇개 넘고 서늘한 숲그늘을 지나면서 모질게도 더웠던 올 여름날을 떠 올리고 또 가는 여름을 아쉬워한다.
마지막으로 높게 솟아 보이던 750봉에 올라가니 벌목돤 나무사이로 잘못된 정상석이 서있고 남쪽으로 약간 비껴서 이어지는 도락산 능선이 마주 보인다.
750봉을 내려가며 첫째 봉우리에서 왼쪽 급사면은 지나치고 200m정도 지난 두번째 봉우리에서는 가산리로 이어지는 뚜렸한 등로를 잘못 따라가다가 되돌아 온다.
돌아오며 찬찬히 살펴보다 사면으로 흐릿한 길을 따라 들어가니 표지기도 걸려있으며 잠시후 두번째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능선과 만나면서 뚜렸한 비탈길이 이어진다.
벌목된 잔나무들이 쓰러져있는 능선을 내려가다 암릉들을 만나면서 간간이 등로가 없어지지만 소나무들과 마사토 사이로 흐릿한 족적을 따라 내려간다.
동쪽으로 이어지는 송림을 따라가다 남쪽으로 송전탑을 겨냥하고 꺽어져 내려가면 단성면과 대강면의 경계이며 2차선 아스팔트도로가 지나가는 피리재인데 송이채취구역이라 입산금지 플랭카드가 걸려있다.



(정상석이 있는 750봉)



(피리재)



- 625봉
도로를 건너고 희미한 족적을 따라서 능선으로 올라가면 국립공원 표시석들이 보이고 간간이 암릉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주민들이 버린듯 쓰레기들도 널려있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볕을 받고 구슬땀을 흘리며 넓은 바위에 오르니 750봉에서 피리재로 떨어지는 급한 능선에는 날카로운 암봉들이 촘촘하게 박혀있어 아주 험하게 보인다.
잡목들이 걸치적거리는 솔밭길을 한동안 올라 봉우리 하나를 넘고 바위들사이에 아름드리 노송 한그루가 서있는 625봉에 오르니 나뭇가지사이로 도락산이 얼핏 보여 반가워진다.
빽빽한 잡목들을 뚫고 바위지대들을 우회하며 시야가 트이는 절벽에 서면 남쪽으로 내려가다 서쪽으로 휘어지는 능선이 보이고 펑범한 육산으로 보이는 도락산정상 바로 밑에 광덕암이 위태롭게 놓여있다.
능선만 가늠하며 잡목들을 헤치고 내려가다 발밑에 포장도로가 내려다 보이고 물소리가 크게 들려 갈림길을 지나친것으로 오인하고 다시 625봉까지 되돌아가며 놓친 능선을 찾아본다.
40여분이나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625봉까지 가지만 험한 암릉만 보이고 갈림길이 없어 되돌아가니 아까는 안 보이던 국립공원 표시석이 나타나며 길을 확인해 준다.



(덕절산 전경과 피리재로 떨어지는 능선)



(노송이 있는 625봉 정상)



- 광덕암
남쪽으로 향하던 능선은 점차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길흔적도 전혀 없는 사면을 치고 내려가니 안부가 나오는데 왼쪽으로 가느다란 물줄기가 흐르며 희미한 족적이 보인다.
길도 없는 능선을 따라가도 어차피 광덕암으로 내려가 도락산을 올라야 할터이니 등로표시가 되어있는 계곡을 끼고 광덕암으로 바로 올라가는게 시간도 절약될 것이다.
너덜계곡을 내려가 옥류가 흘러내리는 계곡을 건너면 광덕사가 나오고 식수를 보충해 올라가니 무슨 불사를 벌이는지 거대한 크레인이 서있고 온통 계곡은 파 헤쳐져 있으며 돌덩어리들과 흙무더기들이 높게 쌓여있다.
바위덩어리들을 타고넘어 다시 계곡으로 들어가면 지금은 폐쇄된 흐릿한 등로가 열리고 계곡에는 굉음과 함게 깨끗한 물이 넘쳐 흐른다.
잠시 들어가니 광덕암으로 연결되는듯 최근에 세운 전신주들이 계속 나오고 깊은 협곡으로 이루어진 물가에는 바위에 박힌 철심들과 전선들이 널려있어 계곡을 완전히 망쳐 놓았다.
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등산객들의 출입은 막고, 일개 암자 하나에 전기를 끌어들이려 수십개의 전주를 청정계곡에 박은 셈이니 이해할 수도 없고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늘한 계곡 돌길을 올라가면 바위위에 누군가 놓아둔 사탕 한봉지가 보이고 힘빠진 산객은 고마운 마음으로 사탕 몇개를 집어 입에 넣는다.
옷을 벗고 맑은 물속에 뒤어들고픈 유혹을 뿌리치고 한동안 계곡을 올라가니 광덕사에서부터 이어지던 시멘트도로가 나오고 잠시 따라가면 산상에 자리한 광덕암이 나타난다.
최근에 지은, 마치 고래등처럼 보이는 광덕암 대웅전을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차고 올라가니 나이 많으신 할머니 한분이 요사채 방문을 열고 물끄러미 홀로산꾼을 지켜 보신다.



(망가진 계곡)



(광덕암 대웅전)



- 도락산
으리으리한 대웅전 앞에서 출입금지 이정표가 있는 오른쪽 숲으로 올라가면 잠시 가파른 등로가 이어진다.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신선봉으로 연결되는 바위지대를 휘돌아 주능선에 오르니 반질반질한 등로와 만나고 굵직굵직한 아름다운 노송들이 반겨준다.
왼쪽 능선으로 꺽어져 내궁기 갈림길을 지나고 가파른 바위지대를 올라 드디어 도락산(964.4m) 정상에 서니 계속 직치로 이어지는 등로는 폐쇄되어있고 맞은편으로는 수리봉에서 황정산으로 이어지는 암릉들이 멋지게 보인다.
서둘러 되돌아가 너른 암릉을 밟고 물구덩이가 패여있는 신선봉에 올라서면 조망이 훤히 트여서 월악산 국립공원의 여러 산봉들이 도열하듯 펼쳐지고 두악산부터 밟아온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노송들이 솟아있는 암벽들을 바라보며 철계단을 내려가다 층층이 포개진 바위들과 고사목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에 발걸음을 멈추고 연신 뒤를 돌아본다.
쇠줄을 잡고 내려가며 날카롭게 첨봉으로 솟아있는 검봉을 바라보고, 줄줄이 이어지는 기암괴석들에 감탄하며, 바위 날등으로 불어오는 넉넉한 바람에 땀방울을 식힌다.
고도가 낮아지며 암릉이 끝나는가 싶더니만 큰선바위와 작은선바위등이 연신 나오고 길게 이어지는 통나무계단을 내려가면 시원한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옥류가 철철 내려오는 다리를 건너고 시간에 쫒겨가며 상선암을 지나 59번국도로 내려서니 운 좋게도 단양가는 버스가 바로 나타난다.
구비구비 돌아흐르는 계류를 따라 텅빈 버스는 달려가고 기울어 가는 석양에 암벽들은 반짝거린다.



(도락산 정상)



(신선봉)



(도락산)



(도락산)



(도락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