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어린 軍人들을 생각하며 걷는 산길 (고대산-석봉-불견봉-수리봉)

킬문 2006. 11. 1. 12:23
2004년 11월 25일 (목요일)

◈ 산행일정
의정부역(06:20)
신탄리역(07:36)
문바위(08:33)
고대산(09:19)
삼각봉(09:35)
대소라치임도(09:46)
군삼각점봉(10:03)
석봉(10:46)
임도(11:39)
541.3봉(12:09)
내산고개(12:57)
349.9봉(13:07)
임도(13:17)
불견봉(14:16)
불현(14:49)
감투봉(15:22)
수리봉(15:45)
군삼각점봉(16:17)
앙금재봉(16:42)
233.2봉(16:52)
군삼각점봉(16:58)
동막리(17:06)
연천역(18:17)
의정부역(19:13)

◈ 산행시간
약 9시간 30분

◈ 산행기

- 고대산
아침 첫 기차로 신탄리역에서 내려 안개가 막 걷히고 있는 산봉들을 보고 있으려니 군인들 한 떼가 군가를 부르며 맹렬하게 상점 앞을 뛰어가고 있다.
매표소가 있는 큰 도로를 따라가다 지름 길인 명산식당 옆으로 들어가 제3등산로 입구에서 준비를 하고 눈에 익은 고대산을 오른다.
나무 이파리들은 모두 떨어져 버린 채, 황량하게 이어지는 너덜 길을 천천히 올라가 전망이 좋은 문바위에 서니 구름이 걷히며 북녁의 산봉들이 어슴푸레하게 모습을 보여준다.
서리가 허옇게 덮힌 산길을 천천히 올라가 대광봉을 지나고 전망이 트이는 바위로 올라서면 아름답게 솟아있는 석봉과 연천 일대의 수많은 산봉들이 눈앞에 펼쳐져 감탄사를 자아낸다.
삼각봉을 지나고 고대산(832.1m) 정상의 넓은 헬기장에 오르니 고대봉 정상석 너머로 금학산이 우뚝 솟아있고, 지장산과 삼형제봉으로 굵직한 능선이 이어지며, 연천으로 내려가는 산줄기도 굴곡이 심해 만만치 않은 산세를 보여준다.



▲ 삼각봉 오르며 바라본 가야할 산줄기



▲ 고대봉에서 바라본 산봉들



▲ 고대봉 정상



- 석봉
삼각봉으로 되돌아가 무너져 내리는 가파른 돌밭 길을 내려가면 따라오던 삭도는 왼쪽 임도로 내려가고 푸른 소나무들이 서있는 암봉을 보며 산으로 들어간다.
잡목길 따라 대소라치 임도로 내려서니 넓은 안부에는 작전 계획이라도 짰었는지 의자 몇개가 놓여있고 기념석 하나만 따사한 햇살을 받고있다.
타이어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면 군삼각점이 있는 봉우리가 나오고, 억새들이 지고있는 헬기장을 지나면 노송들을 껴안고 피라미드 처럼 불쑥 솟아오른 석봉이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앞에 서있는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해서 참호 따라 오르고 녹슨 철조망을 넘어가니 석봉이 나오는데 양쪽으로 우회길이 보이지만 오른쪽으로 길게 파여있는 참호를 따라간다.
절벽을 한굽이 돌고 관목들을 헤쳐가며 험한 암릉 지대를 조심스레 기어올라 깊은 구덩이 하나가 파여있는 석봉(644m) 정상에 서니 고대산이 정면으로 솟아있고 산 허리를 관통하는 수많은 임도들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 대소라치 임도



▲ 석봉



▲ 석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산줄기



▲ 석봉에서 바라본 고대산



- 541.3봉
봉우리를 내려가 낙엽들에 푹푹 빠지는 참호를 따라가면 서쪽으로 잘 발달된 능선이 갈라져 나가는데 지도도 보지않고 무심코 따라간다.
신탄리 쪽으로 표지기도 두엇 붙어있는 안부를 넘어 앞 봉우리에 올라서고, 점심을 먹으려고 배낭을 내리다 남쪽으로 도망가는 능선을 발견하고 놀라 일어난다.
참호로 되돌아가 석봉을 완전히 돌아 헬기장을 지나고 남서쪽 능선으로 꺾어져 굵은 밧줄을 잡아가며 미끄러운 낙엽 길을 내려간다.
한쪽으로 시멘트 포장이 되어있는 넓은 임도를 건너고 가파른 절개지를 올라가니 참호와 벙커들이 계속 나타나고 메마른 잡목 숲은 바스락거리며 소리를 낸다.
봉우리를 넘고 철조망들을 지나 541.3봉에 오르면 넓은 헬기장에는 삼각점이 있고 전망이 시원하게 트여서 내려온 능선도 뚜렸하고 지장봉과 삼형제봉이 가깝게 보인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소주 한잔 마시고 김밥으로 요기를 하고 있으려니 암봉으로 우뚝 솟은 금학산의 뒤통수가 군계일학 같은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벙커들과 헬기장을 지나 내려가면 암봉이 나오고 군 전화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조금 진행하면 남서쪽으로 능선이 갈라져 나가며 색바랜 표지기 한장이 붙어있다.
낙엽으로 뒤덮힌 희미한 능선을 따라 높은 절개지를 만나고 왼쪽으로 우회해서 내려가니 2차선 포장 도로가 지나가는 내산고개인데 내산국유임도 표시석이 서있고 한산하다.



▲ 541.3봉 정상



▲ 내산고개



- 불견봉
가파른 타이어 계단을 지나고 교통호를 통나무 다리로 건너 넓은 헬기장이 있는 349.9봉에 오르니 황토 위에 삼각점이 두개 포개어져 있고 불견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올려다 보인다.
타이어로 만들어진 헬기장을 지나고 끝이 없이 따라오는 참호들을 바라보면 앳된 사병들의 함성과 탄식이 들릴 듯 하고, 전시에는 기쁨과 절망 또한 희망과 두려움으로 범벅될 지도 모를 군인들의 모습이 떠올라 안스러워진다.
텅빈 임도를 건너고 임도와 나란히 하며 좁은 능선을 올라가면 입석 바위가 나오고 가파른 암릉지대가 시작된다.
소나무들이 서있는 암봉들을 연신 넘고 잡목들을 헤치며 올라가면 벙커가 있는 봉우리가 나오는데 쓰레기들이 널려있고 오른쪽으로는 와초리 방향으로 능선이 갈라진다.
왼쪽으로 꺾어져 가파른 암릉지대를 따라 역시 벙커가 있는 불견봉(525.0m)에 오르니 군 삼각점이 있고 발 밑으로 불현 고갯마루와 꾸불꾸불하게 돌아가는 임도들이 아찔하게 내려다 보인다.



▲ 불견봉 정상



▲ 불견봉에서 내려다본 불현과 이어지는 산줄기



- 수리봉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능선을 내려가면 암봉이 나오고 절벽 지대를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수직 암릉을 조심스레 내려가니 미처 보지 못했던 우회 길이 나타난다.
바위 지대를 지나고 길도 없는 희미한 능선을 헤쳐 내려가다 참호를 따라 2차선 포장 도로가 지나가는 불현으로 내려서니 전차 방호벽이 서있고 차량 통행이 빈번하다.
깍아지른 절개지를 피해 임도를 올라가면 커다란 벙커들이 산재해 있고 내려온 불견봉과 전위봉의 암벽들이 꽤나 험준하게 보인다.
고개에서 임도는 서쪽 지능선으로 빠지고 다시 산길로 들어가, 전망이 트이는 헬기장을 지나서 바위 지대에 잡목들만 서있는 감투봉(520m)을 넘는다.
표지기들이 간간이 달려있는 깨끗한 능선 길을 따라가면 철조망들이 나오고 봉우리 하나를 넘어 꺽어진 안테나와 삼각점이 있는 수리봉(447.3m)에 오르니 연천 읍내가 훤하게 펼쳐지고 발 밑으로 차탄천이 내려다 보인다.



▲ 불현



▲ 불현에서 바라본 불견봉



▲ 수리봉 정상



- 앙금재봉
호젓한 등로를 따라 내려가면 방화선을 쳐서인지 낮은 관목들과 억새들만 차있고, 오래된 헬기장에 올라서니 날이 저물기 시작하며 어디선가 포소리가 들려온다.
군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를 넘고 큰 벙커와 시설물들이 널려있는 벌거숭이 안부를 지나서 시커먼 바위들이 솟아있는 암봉을 굵은 밧줄을 잡고 우회한다.
바위 지대들을 넘고 성처럼 돌이 쌓여있는 참호들을 지나 앙금재봉(310m)에 오르니 작은 아크릴 정상판이 나뭇가지에 끼어있고 빵과 과자 비닐이 사방에 버려져있다.
참호와 교통호들을 따라서 지적삼각점이 있는 233.2봉을 지나고 마지막 봉우리에서 연천이 가까운 오른쪽 능선으로 꺾어지니 산 중턱에 걸려있는 붉은 해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참호를 따라 내려가면 군 삼각점과 통신 시설이 있는 봉우리가 나오고 밑으로는 동막리의 마을들이 가깝게 보이며 차 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
잡목 숲을 서둘러 내려가면 임도와 만나고 동막골 개울 따라 큰 길로 내려가니 앞에 3번 국도가 지나가며 "코리아유황천"이란 입간판이 서있다.
연천읍을 향하여 터벅터벅 국도를 걸어가면 오리 떼들은 한가롭게 물질을 하고있고, 서당 너머로는 고도를 낮추며 동막골에서 맥을 다하는 산줄기가 서서히 어둠에 잠겨간다.



▲ 수리봉 내려오며 바라 본 마지막 산줄기



▲ 성처럼 돌을 쌓은 참호



▲ 앙금재봉 정상



▲ 앙금재봉에서 동막골로 떨어지는 마지막 산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