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화악산을 바라보는 오지의 산줄기 (촉대봉-응봉-이칠봉)

킬문 2006. 11. 1. 12:20
2004년 11월 20일 (토요일)

◈ 산행일정
청량리역(07:05)
가평역(08:28)
윗홍적(09:00)
홍적고개(09:22)
암봉(10:32)
화악리갈림길(11:05)
촉대봉(11:43)
군사도로(13:03)
주능선(13:27)
삼각점암봉(13:43)
이칠봉(14:26)
능선갈림길(15:14)
샛등봉(15:43)
물안골계곡(16:00)
물안교(16:54)
사창리(17:10)

◈ 산행시간
약 7시간 32분

◈ 산행기

- 홍적고개
몇년 전에 화악산에서 촉대봉까지 종주를 계획했지만 비바람이 몰아치는 응봉 군부대 앞에서 능선으로 진입을 못하고 화악리로 내려가 거꾸로 촉대봉을 오른 적이 있었다.
능선 종주도 제대로 잇지를 못했고 뭔가 찜찜하던 차에 촉대봉에서 응봉 군 부대를 넘어 방화기까지 춘천시계 종주를 했다는 글을 보고는 다시 산행에 나서게 된다.
가평역에 몇분 연착한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신없이 뛰어가 막 출발하려는 8시 30분 발 화악리 버스를 가까스로 잡아타고 한숨을 돌려보니 등산객도 두어분 보인다.
윗홍적에서 버스는 화악리로 돌아가고 포장 도로를 걸어 올라가니 아침부터 끼어있던 안개는 걷힐 줄 모르고 먹 구름 덮힌 하늘은 언제 비를 쏟아부을 지 잔뜩 찡그리고 있다.
홍적고개에 올라 반대로 삼악산까지 간다는 분이 산림 감시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틈에 재빨리 능선으로 올라가니 예초기로 방화선을 치던 인부들이 길을 비켜준다.



▲ 안개속의 억새지대

- 화악리갈림길
가파른 능선으로 올라가면 이정표가 보이고 키를 넘는 억새지대가 시작되는데 누렇게 쇠기 시작하는 억새들도 짙은 안개 속에서 머금고 있었던 작은 물방울들을 연신 토해낸다.
안경의 물기들을 딱아가며 줄기차게 이어지는 억새 밭을 오르고 내리면 잠깐 해가 비추고 거센 바람이 불며 안개들을 빠른 속도로 밀어낸다.
서서이 바위지대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노거수 한 그루와 멋진 암봉을 넘으려니 날이 어두어지며 빗방울이 날리고 우박 덩어리들이 후두둑거리며 쏟아진다.
날은 개었다 흐렸다를 반복하며 잠깐씩 촉대봉이 구름 사이로 모습을 보여주고, 전망대 바위에 올라서니 화악리 일대가 발 밑에 펼쳐지며 몸을 날릴 듯 찬바람이 불어온다.
억새들은 사라지고 굵직굵직한 참나무들이 서있는 능선 길을 손을 호호 불며 따라가다, 허리를 구부린 채 암릉을 통과하고 미끄러운 바위지대를 우회한다.
화악리 쪽으로 지능선이 갈라져 나가는 봉우리로 올라가면 이정표가 서 있고 전에 화명사에서 올라왔던 길이 건만 기억은 나지도 않으며 돌무더기들만 낙엽을 덮고 을씨년스럽게 누워있다.



▲ 능선을 지키는 노거수 한그루



▲ 구름이 걷히며 보이는 촉대봉



▲ 화악리 갈림봉



- 촉대봉
흐릿하게 모습을 보여주는 정상을 바라보며 바위 지대들을 넘고 우회해서 암봉들을 지나니 날이 개이면서 전형적인 파란 가을 하늘이 펼쳐진다.
이정표가 서 있는 봉우리를 넘고 다음 암봉은 길 따라 우회해서 거친 암릉을 조심하며 올라가니 촉대봉(1125.0m) 정상인데 삼각점은 안 보이고 춘천시에서 세운 커다란 정상판이 반겨준다.
전에는 가평군에서 잘못 세운 정상석을 본 적이 있었고 아마 바로 전 봉우리를 우회하며 놓친 모양이지만 이곳이 더 높기도 하고 조망도 훨씬 좋다.
정상에 서면 화악산과 응봉이 시원스럽게 보이고, 수덕산과 애기봉으로 이어지는 길다란 능선과 한북정맥의 연봉들이 한 눈에 들어오며, 집다리자연휴양림에서 올라오는 동쪽 등로에는 굵은 밧즐이 걸려있다.
양지 바른 곳으로 내려가 베어진 나무 밑등에 걸터앉아 김밥에 정상주도 한잔하며 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살펴보니 전에 발걸음을 돌렸던 군사 도로가 빼끔하게 올려다보인다.



▲ 촉대봉 정상



▲ 촉대봉에서 응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 촉대봉에서 바라본 화악산



- 응봉
북쪽으로 꺾어져 참호를 타고 능선으로 들어가면 등로도 제법 뚜렷하고 나무들도 빽빽하지 않으며 표지기도 드물게 보인다.
능선만 가늠하고 숲길을 올라가니 곳곳에 쓰레기들이 버려져있고 녹슨 포탄 껍질도 보여 옛 격전지 임을 실감케 하지만 누군가 얘기했던 6.25 때의 철모는 발견하지 못한다.
군 부대의 경고판을 지나면 너덜지대가 시작되고 도로에 서 있는 전신주를 겨냥해서 가파른 능선을 따라가면 바위들을 넘어 바로 부대 정문 앞의 도로로 올라서게 된다.
지뢰 지대 경고판들을 보며 도로를 내려가니 높은 절개지가 사라질 때쯤 도로가 왼쪽으로 휘어지며 타이어들이 쌓여있는데 철조망이 트여있고 산쪽으로 뚜렷한 족적이 보인다.
이끼 낀 바위지대를 따라 봉우리를 우회하며 올라가면 지뢰지대 경고판이 있지만 군 전화선도 같이 지나가니 그리 걱정은 되지 않는다.
10 여분 우회해서 능선으로 올라가니 고사목들이 몇그루 서있고 응봉(1436.6m)의 군 부대가 올려다보이며 이칠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눈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 주능선에서 바라본 응봉 정상



▲ 주능선에서 바라본, 뒤의 이칠봉



- 이칠봉
참호와 군시설물들을 지나고 잡목들을 뚫고 능선을 내려가면 군 전화선이 따라오고 지뢰 지대와 철망 지대등 작은 안내판들이 보이지만 역시 뚜렷한 등로만 따라서 진행한다.
바위지대들을 넘고 주능선에서 바로 보이던 암봉에 오르니 군 삼각점이 있으며 시야가 확 트여 가야 할 이칠봉과 사내면 일대가 훤하게 보이고 위로는 화악산의 군부대가 철옹성처럼 솟아있다.
희끗희끗 널려있는 눈을 바라보며 잡목들을 뚫고 내려가면 바위지대들이 연신 나오고 밑으로 길게 우회하려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이 든다.
발을 잡는 넝쿨과 덤불들을 헤치고 바위들을 우회하며 암봉을 하나 하나 넘고나면 파란 하늘이 트이며 헬기장 위로 이칠봉의 정상석이 보인다.
27사단에서 정상석을 세우고 이칠봉이라 명명한 1286.9봉에 올라서니 역시 사방으로 막힘이 없어, 동쪽으로 꺾어져서 헬기장이 있는 902.4봉으로 길게 이어지는 주능선이 뚜렷하고, 북쪽으로 갈라지는 춘천시계 능선과 말고개로 내려가는 지능선들이 잘 구분된다.



▲ 이칠봉 정상



▲ 이칠봉에서 바라본, 내려온 능선



▲ 이칠봉에서 계속 이어지는 능선



- 샛등봉
빽빽한 관목들을 뚫고 동쪽으로 꺾어지면 이내 등로가 좋아지고 군 시설물들이 있으며, 바위지대를 따라 내려가니 산악회의 표지기가 처음으로 보인다.
간간이 붙어있는 표지기들을 확인하고 암봉들을 우회하며 낙엽 깔린 능선을 따라가면 늦가을의 심술궂은 바람이 매섭게 숲을 울린다.
봉우리들을 넘고 잡목들이 성긴 능선을 한동안 따라가면 주능선은 계속해서 902.4봉으로 이어지고 춘천시계는 북동쪽으로 꺾어져 705.9봉과 방화기폭포로 나아가다 용담천을 건너게 된다.
원래의 계획은 주능선을 따라 722.0봉과 소알미산을 지나서 지촌리로 떨어지는 것이지만 시간도 별로 없고 포천에서의 저녁 약속도 있어서 교통이 편리한 물안골로 내려가기로 한다.
북쪽으로 꺾어져 벌목된 나무들이 쓰러져있는 능선길을 따라가다 노송들이 서 있는 큰 암봉을 길게 우회하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시계종주가 목적이 아니니 물안골 계곡으로 떨어지는 왼쪽 지능선으로 바로 꺾어진다.


- 물안골
뚝 떨어지는 가파른 능선을 따라가면 희미한 낙엽 길이 이어지고 '한국의 400산"의 저자인 김형수님의 표지기도 걸려있어 관심을 끈다.
낙엽들로 길이 불분명한 돌밭 길을 천천히 내려가니 밧줄 걸린 구간도 나오고 암봉을 길게 우회하는 곳에는 나무들을 엮어 만든 다리도 놓여있다.
옛 집터가 남아있는 계곡 상류로 내려가면 최근까지 살림을 했었는지 도마와 식기들도 보이고 옆으로는 맑은 물이 소리 내며 흘러 내린다.
계곡을 이리저리 몇번이나 건너고 곳곳의 나무 다리들을 타고 내려가면 작은 폭포들도 많이 나오고 협곡은 점점 어두어지기 시작한다.
능선으로 바로 진입하는 갈림 길을 지나 계곡과 떨어져 마을 길을 걸어가면 맞은 편으로 773.7봉의 깍아지른 절벽지대와 춘천시계를 가르는 험준한 산줄기가 보인다.
라이브카페를 지나 물안교를 건너니 등산 안내판이 커다랗게 걸려있고 능선이 갈라지는 암봉은 샛등봉이라 적혀있다.
56번국도에서 열심히 손을 흔들며 사방에 솟아있는 오지의 봉우리들을 살펴보고 있으려니 사창리 가는 버스가 이내 달려온다.



▲ 물안골



▲ 물안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