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광릉수목원을 감싸는 산줄기 (퇴뫼산-수리봉-용암산)

킬문 2006. 11. 1. 13:56
2005년 3월 17일 (목요일)

◈ 산행일정
퇴계원(12:08)
216.5봉(12:59)
197.5봉(13:20)
전도치고개(13:40)
퇴뫼산(13:59)
잣고개(14:16)
군부대(14:48)
464봉(16:04)
능선갈림길(16:11)
천겸산(16:21)
수리봉(16:53)
401봉(17:11)
용암산(17:27)
내루동안부(17:57)
98번지방도로(18:17)

◈ 산행시간
약 5시간 49분

◈ 산행기

호남지방에 꽤 많은 비가 온다는 소식에 땅끝기맥을 포기하고, 새벽 녁에도 손 끝을 적시는 봄비에 망설이다 방으로 들어와 누웠더니 아침에는 비도 그치고 환한 햇살마저 내려와 게으른 산꾼을 당혹케 한다.
집에서 마냥 쉴 수도 없는 일이라 여기저기 산행지를 모색하다가 가까운 곳이라 미뤄 놓았던 광릉수목원 주위의 낮은 산들을 가기로 하는데 딴은 의정부에 살면서 수시로 지나쳐 친근감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
청량리에서 퇴계원 가는 버스를 타고 의정부와 이어지는 43번국도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내려 철길을 건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공사 현장으로 올라가니 바로 능선이 시작된다.


갈비가 푹신하게 깔린 오솔길을 올라 공동묘지를 넘고 군부대를 지나 질펀거리는 진흙길을 휘적휘적 걸어가니 잿빛 하늘 아래 퇴계원의 아파트들이 가깝게 보인다.
쉼터와 운동시설들이 있는 주민들의 산책로가 계속 이어지고, 꽃망울이라도 터뜨릴 듯 햇볕 따사한 임도를 따라가면 산불초소가 서있고 시경계점과 삼각점(성동303 /1994복구)이 있는 216.5봉이 나온다.
헬기장을 지나고 큰 벙커에 측백나무 한 그루가 서있는 곳에서 널찍한 길을 버리고 능선으로 들어가니 천주교 묘지들이 나타나고 국사봉 너머로 불암산의 흰색 암봉과 왕관처럼 생긴 수락산의 뒷 모습이 잘 보인다.



▲ 216.5봉 정상



▲ 무덤에서 바라본 불암산과 수락산



끊이지 않고 나타나는 수많은 망자들을 만나고, 납작하게 누워있는 비닐하우스 단지 너머로 고층아파트들이 쭉쭉 솟아있는 어울리지 않는 광경을 내려다 보며 곧 피어날 생강나무와 조팝나무들을 떠 올린다.
잡목사이에 삼각점(성동414/1994재설)이 있는 197.5봉을 지나고 전도치터널이 지나가는 안부의 무덤가에서 점심을 먹으며 신음과 함께 터널로 빨려 들어가는 수많은 차량들을 내려다본다.
녹색 송전탑을 지나고 별내면 광전리와 퇴계원면 내곡리를 잇는 전도치고개로 내려가니 돌무더기들이 쌓여있고 수많은 애환들을 간직하고있을 고갯마루에는 쓰레기 몇점 뿐 바람도 잔잔하다.



▲ 전도치고개


특징없이 이어지는 야산 길 따라 무너져 내린 옛 성터를 넘고 말라버린 넝쿨과 덤불들이 꽉찬 길을 지나서 축대 위 공터에 글씨 없는 삼각점이 있는 퇴뫼산(363.7m)에 오르면 가야 할 능선이 가늠되고 우뚝한 수리봉과 천겸산이 잘 보인다.
덤불 밑에 앉아있는 아주머니들의 도란거리는 말소리를 들으며 제일 높은 실제 정상에 오르니 억새밭에 산불감시탑이 서있고 따뜻한 햇살이 내려와 춘색에 취한 산객을 나른하게한다.
시야가 훤히 트이는 벌목지대를 지나서 지형도 상의 옛 성산은 찾지 못한 채, 잣나무들이 빽빽한 산길을 내려가면 돌무더기들이 널려있는 잣고개가 나오는데 나뭇가지에 색동천이 걸려있고 아주 낡은 이정목에 "내각리 2.3km"라 적혀있다.



▲ 옛성터



▲ 퇴뫼산 정상



▲ 퇴뫼산에서 바라본, 왼쪽의 수리봉과 오른쪽의 천겸산



▲ 잣고개



낙엽 수북한 산길을 올라가다 청학리에서 올라와 광릉수목원으로 간다는 등산객을 돌려 세우고 수리봉까지 길을 알려줬는데 결과적으로 막힌 등로로 이끈 셈이 되었다.
오랜만에 바위들이 놓여있는 봉을 지나서 군 전화선을 따라가니 뜻밖에 철조망이 능선을 막고있고, 이리저리 넘을 곳을 찾고있으려니 움직이지 않아 모형인 줄만 알았던 초소의 군인들이 나오며 돌아가라고 한다.
되돌아 올라가며 살펴보면 그 넓은 산을 가로지르며 높은 철조망이 처져있어 우회하는 것도 불가능한데 부대안으로는 탱크들이 즐비하고 온갖 시설물들이 보여서 난감해진다.


왼쪽으로 지능선을 타고 내려가다 다시 철조망을 만나고 급사면 진흙길을 조심스레 내려가 계곡을 건너서 도로 따라 용암리 쪽의 마을로 들어간다.
대강 지형을 살피고 철조망이 꺾어지는 곳을 겨냥해 산으로 올라가니 너덜지대가 나오고 길은 없어지며 나무들을 잡고 미끄러운 급사면을 힘겹게 올려치니 진땀이 흐른다.
봉우리에 올라 왼쪽으로 수리봉을 바라보며 주능선으로 올라가면 넓은 헬기장에 철주가 서있는 464봉이 나오지만 부대를 우회하느라 1시간넘게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가야 할 수리봉은 앞에 뾰족하지만 남서 쪽으로 천겸산이 제법 우뚝하게 서있고 부대에서 이어지는 능선 갈림길도 확인할 겸 천겸산을 향해 뛰어간다.
울창한 잣나무 조림지를 지나고 몇분 내려가면 군부대에서 올라오는 갈림길과 만나는데 능선 같지도 않고 그냥 희미한 소로여서 주의하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입산금지 경고 플래카드를 보며 완만한 산길 따라 천겸산(393.1m)에 오르니 수목원의 이정석 하나가 꽂혀있고 아래쪽의 넓은 헬기장이 정상을 대신하며 박무 때문인지 장현리 일대가 흐릿하게 보인다.



▲ 천견산 정상


급하게 헬기장으로 돌아와 아름드리 노송들이 서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암릉들을 휘돌아 산불감시시설이 있는 수리봉(소리봉, 538.9m)에 오르니 산불초소에는 얼마 전까지 사람이 있었는지 담요가 얌전히 깔려있고 초소 바로 옆에 삼각점(성동22/1983재설)이 놓여있다.
몇년 전 비를 맞으며 올라와 수목원 임도를 하염없이 내려가던 때를 떠올리며 정상주 한잔 마시고 지나온 산줄기를 바라본 후 먹구름이 끼며 거센 바람이 불어오는 산정을 떠난다.
임도와 나란히 북능을 따라가면 벙커가 있는 401봉에서 깃대봉과 수락산 쪽으로 서능이 갈라져 나가고 북동 쪽으로는 뾰족한 용암산이 가깝게 솟아있다.



▲ 수리봉 정상


산길을 내려가다 임도와 만나고 임도를 따라가다 다시 산길로 붙으니 출입금지가 오래되어서인지 잡목들이 울창하고 나뭇가지들이 성가시게 한다.
잡목들을 헤치며 바위지대를 따라 용암산(476.9m)에 오르면 통신시설이 서있고 한쪽에 삼각점이 있으며 나무들이 많아 시야는 막혀있지만 산악회 표지기들도 몇개 붙어있다.
수목원으로 내려가는 동쪽 능선을 확인하고 축석령으로 이어지는 북서쪽 능선으로 내려가니 처음에는 길이 뚜렷하다가 점차 족적이 어지러워지고 갑자기 하늘이 검게 변한다.



▲ 용암산 정상


한밤 처럼 컴컴해진 숲속에서 길을 잃고 내려가다 옆 능선으로 트래버스하니 정맥종주 할 때 보았던 표지기 하나가 걸려있어 한북정맥에서 분기하는 이쪽 마루금을 찾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임도처럼 넓은 길을 따라가다 다시 길을 못찾고 무덤가로 내려가면 바로 위가 안부인데 내루동 마을이 가깝고 축석령으로 이어지는 낮은 산줄기가 앞에 보인다.
날은 점점 어두어지고 빗방울이 다시 후두둑 떨어져 산행을 끝내고 내려가니 무림1리 마을회관이 나오고, 정면으로 한북정맥을 바라보며 도로를 따라가면 펜션들을 지나 곧 축석령으로 이어지는 98번 지방도로가 나온다.
정류장에서 옷을 추스리고 어둠에 묻혀가는 산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광릉과 의정부를 연결하는 21번 시내버스가 금방 달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