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불 붙은 石火星 (덕룡산-주작산)

킬문 2006. 11. 1. 14:08
2005년 4월 17일 (일요일)

◈ 산행일정
양재역
소석문(07:00-12:10)
삼거리안부(13:18)
동봉(13:42)
덕룡산 서봉(14:00)
삼거리안부(14:21)
땅끝기맥갈림길(15:18)
476봉(15:40)
작천소령(15:53)
주작산(16:36)
수양관광농원(17:03)
양재역(17:35-23:30)

◈ 도상거리
약 9.0km

◈ 산행시간
약 4시간 53분

◈ 동행인
ㅇ 산악회

◈ 산행기


얼마전 땅끝기맥종주를 하면서 마루금에서는 벗어나있는 덕룡산과 주작산을 아쉽게 바라보기만 했었는데 마침 당일로 일정을 잡은 안내산악회가 있어 가급적 산행을 피하는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양재역으로 나간다.
꽃피는 봄철이라 그런지 북적거리는 산꾼들사이에서 백두대간종주를 같이했던 분도 만나 이런저런 지난 이야기를 나누다가 덕룡-주작이라 쓴 산악회버스에 올라탄다.
강진땅까지 5시간이 넘게 버스에서 시달리며 암릉이야 다 똑같은데 괜한 짓을 했다고 후회를 했지만은 진달래들이 붉게 타고있는 멋진 암릉들을 보자마자 금방 마음이 풀린다.
출발하기 전에는 가능하면 근처에서 유명한 석문산을 갔다올려고 했는데 들머리인 소석문에서는 거리도 꽤 떨어져있고 산행시간이 빡빡하다는 대장의 말에 그냥 일행들을 따라간다.


시작부터 가파른 암릉길을 올라가면 바위마다 진달래가 만개해 산상화원을 이루고있고, 석문산에서 만대산으로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암봉들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한다.
암릉들을 넘고 뚜렸한 등로따라 진달래 가득한 길을 올라가면 억새너머로 다도해가 눈앞에 펼쳐지고 남도의 푸른 전답들이 어우러져 가슴이 시원하게 트인다.
작천소령부터 오소재까지의 암릉에 비해 그리 위험하지도 않고 아기자기한 바윗길이 계속 이어지며 때맞춰 피어난 분홍색 진달래꽃들은 험준한 바위들을 아름답게 장식하고있다.
조망이 시원하게 터지는 전망대바위에 올라서면 좌우로 짓푸른 수양제와 봉황저수지가 내려다 보이고, 계라리고개에서 첨봉을 지나 덕룡산으로 이어지는 땅끝기맥 까시밭길도 그저 소잔등처럼 낮고 유순한 야산줄기로만 비춰진다.



▲ 암릉의 시작



▲ 불타는 암릉



▲ 석문산과 만대산으로 이어지는 암릉



굉음을 내며 아름다운 산자락을 까먹고있는 만덕광업의 레미콘공장을 내려다보고, 진달래를 벗하며 여유롭게 산길을 내려가면 만덕광업과 이어지는 삼거리안부가 나오고 앞에 기암괴석들로 만들어진 암봉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회하는 길을 버리고 암릉들을 직등해서 밧줄을 잡고 가파른 바위지대를 휘돌아 덕룡산 동봉(420m)에 올라서니 수양농원에서 올라온 단체산행객들로 만원을 이루고있어 난장처럼 시끌벅적하다.
밧줄을 잡고 봉우리를 내려가 급하게 이어지는 암사면을 조심스레 통과해 덕룡산 정상인 서봉(432.9m)에 올라서면 조망이 확 트여 지나온 암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불타오르듯 치솟은 서봉이 앞에 우뚝하며, 진달래로 치장한 험한 암봉들이 끊이지않고 이어진다.
인파로 들썩거리는 암릉을 내려가 조용한 바위에 앉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산 김밥을 풀어보니 주문했던 참치김밥이 아니고 느끼해서 평소에는 싫어하는 치즈김밥이 나오지만 시장했던 터라 억지로 먹어둔다.



▲ 덕룡산 정상부



▲ 동봉 정상



▲ 서봉 정상



▲ 서봉에서 바라본, 지나온 암릉



▲ 서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암릉과 그너머의 두륜산



수양제로 내려가는 안부를 지나서 진달래꽃 만발한 암봉을 어렵게 올라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하며 내려가고, 다시 암봉에 올랐다가 두륜산에서 보았던 철제손잡이들을 잡고 가파른 암릉을 내려간다.
동백꽃들이 떨어져 발에 밟히는 암릉을 돌아 마지막 암봉을 내려가면 앞에 광활한 초원지대가 펼쳐지고 가장 높은 476봉이 앞에 우뚝하게 서 있으며, 수양제너머로 주작산이 가깝게 다가선다.
억새들이 넘실거리는 초지를 올라가다 오른쪽으로 첨봉 0.15km라 쓰인 이정표를 보고 잡목과 덤불들을 헤치며 낮은 봉우리에 가보니 무덤 한기가 있고 산불이 났었는지 고사목들이 서있으며, 올려다보는 덕룡산의 옆모습이 더욱 수려하다.
얼마전 지나온 땅끝기맥갈림길을 지나고 세찬 바람을 맞으며 476봉에 오르면 오소재로 이어지는 일명 "해남 공룡릉"너머로 두륜산이 거대한 실루엩으로 서있어 다시 한번 감탄사를 터뜨리게된다.



▲ 서봉앞에 솟아있는 아름다운 암봉



▲ 수양제와 다도해



▲ 476봉으로 이어지는 초원지대



▲ 첨봉에서 덕룡산으로 낮게 이어지는 땅끝기맥



▲ 내려온 암봉



▲ 올려다본 덕룡산



▲ 476봉에서 바라본, 오소재로 이어지는 공룡릉과 두륜산



주작산이 봉황의 머리부분이라고 하면 소석문에서 올라왔던 덕룡산은 왼쪽 날개이고 오소재로 이어지는 암릉은 오른쪽 날개이며 첨봉은 꼬리정도가 될터이니 그 사이에 제일 높은 476봉은 몸통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양란재배지가 있는 작천소령 임도로 내려가 능선에서 왼쪽으로 꺽어져 다시 암릉을 오르니 두리뭉실한 주작산은 손에 닿을듯 앞에 가깝게 보인다.
임도가 나란히 지나가는 고개로 내려갔다 완만한 산길을 천천히 올라가 전망대같은 절벽에 서면 소석문에서 이어져 올라가는는 덕룡산 암봉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반대편 오소재로 달려가는 공룡릉의 뒷모습도 또한 아름답게 보여 봉황의 양날개를 한꺼번에 감상한다.
이정표만 서있는 주작산(429m) 정상에 올라가니 맞은편 다도해에 완도의 상왕봉이 서있으며 멀리 국토의 최남단인 땅끝이 보이는것 같아 욕심많은 산객의 마음을 들뜨게한다.



▲ 주작산 오르며 바라본 해남 공룡릉



▲ 주작산 오르며 바라본 덕룡산



▲ 주작산 정상



▲ 주작산에서 바라본 다도해와 완도 상왕봉



아름다운 산하를 마냥 바라보다 뚜렸한 산길을 내려가면 임도와 만나고 앞에 주작정이란 정자가 서있으며 그너머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등로같지만 임도를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이정표도 보이고 수양관광농원으로 내려가는 등로가 이어진다.
수양저수지를 바라보며 완만한 길을 내려가니 붉은 꽃망울들을 맺고있는 동백나무 군락지가 나오는데 바위밑으로 물소리가 들리고 이름모를 작은 새들은 노래하며 낮게 날라다닌다.
굵어진 물줄기에 땀때 묻은 얼굴과 바위에 굵힌 손을 딱고 내려가니 곧 벚꽂들이 만발한 수양관광농원 주차장이 나오고 산악회 버스들도 서너대나 서있다.
햇빛 따사한 개천가에 서서 시원한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있으려니 갑자기 몰아치는 심술궂은 바람에 꽃비가 사방으로 날리우고 봄날은 그렇게 시나브로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