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미천골의 추억 (조봉-응복산-암산)

킬문 2006. 11. 1. 15:15
2005년 9월 10일 (토요일)

◈ 산행경로
동서울터미널
황이리 그루터기쉼터(11:40-04:45)
제2야영장(06:34)
조봉(07:42)
능선갈림봉(08:25)
1045봉(09:56)
1116.9봉(10:43)
삼각점봉(10:54)
임도(11:35)
점심(11:40-12:10)
1027.7봉(12:34)
응복산(13:55)
샘터안부(14:23)
1126.5봉(14:47)
1280봉(15:23)
1063.5봉(16:12)
1138봉(16:50)
암산(17:31)
하산(18:02)
지계곡(19:05)
미천계곡(21:56)
그루터기쉼터
동서울터미널(23:30-03:15)

◈ 도상거리
약 23.5km

◈ 산행시간
15시간 22분

◈ 동행인
벽산, 배대인, 산진이, 안트공, 두루, 산정무한, 새들, 메아리, 막검, 하늘재, 높은산, 사계절, 신가이버, 산사, 신광훈, 반원, 빛샘, 영희언니, 서산아가씨, 대간거사, 류정수, 억새, 구자일, 캐이, 전배균, 이사벨라 (26명)

◈ 산행기

- 미천골
사다리팀과 높은산팀의 합동산행에 참가한 27명의 산꾼들은 동서울터미널 앞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단잠에 빠져 미천골의 입구가 되는 황이리의 그루터기식당에서 내린다.
이른 아침을 먹은 후 식당트럭을 타고 대형 버스는 못 들어가는 미천골 시멘트도로를 올라가면 암반 협곡사이로 옥류가 쏟아져 내려오고 주위의 깊은 산세와 새벽 운무가 어우러져 전에 못 느꼈던 가경을 드러낸다.
비에 젖은 차 바닥에는 앉지도 못하고 배낭을 맨 채로 난간만 잡고 쪼그리고 앉아 흙탕 길 8km정도를 덜컹거리며 산행깃점인 제2야영장에서 내리니 허벅지가 저리고 땡겨온다.


- 조봉
몇년전 동네의 친한 가족들과 3일간 지냈었던 미천골의 기억을 떠 올리며 조봉을 향하여 계곡으로 들어가면 낙엽 썩는 향긋한 내음이 코를 찌르고 부엽토에 발이 푹푹 빠진다.
연이어 나타나는 수량 많은 폭포들을 지나고 이어지는 음습한 등로를 따라 올라가니 어제 저녁의 달리기 때문인지 시작부터 힘이 들고 진땀이 흘러 내린다.
계곡을 몇번 건너고 조봉 등산로라고 쓰인 작은 이정판을 보며 능선으로 올라서면 서림리에서 올라오는 쪽은 휴양림 관리소에서 밧줄로 막아놓았고, 몇년 전 뒤따르는 가족들을 위해 촘촘히 달아놓았던 내 표지기들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모두 사라져버렸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능선을 지나고 암벽을 길게 우회하며 삼각점이 있는 조봉(1182.3m) 정상에 오르니 귀떼기청봉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설악의 연봉들이 전면으로 펼쳐지고, 뒤로는 시설물을 얹고있는 황병산과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아스라하며, 가야 할 응복산과 암산도 뚜렷하게 보인다.
친목회 가족들과 올라 팩소주를 마시며 희희낙락하던 조봉에 서서 신광훈님이 연신 따라주는 포도주를 마시고는 얼큰한 기분에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추억에 젖어본다.



▲ 조봉 정상



▲ 조봉에서 바라본 설악산



▲ 조봉에서 바라본, 응복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 조봉에서 바라본 암산





- 1116.9봉
선두를 보내고 느긋하게 등로아님 밧줄을 홀로 넘어서면 멧돼지들이 마구 파헤쳐 놓은 흐릿한 능선 길이 이어진다.
호젓한 숲길을 따라가다 바위들이 있는 봉우리에서 길을 찾다 돌아와, 왔던 길이라는 새들님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흘리며 무심코 좋은 길을 유유자적 따라간다.
노루궁뎅이버섯이라도 있을 까 두리번거리며 맥놓고 뚜렷한 산길을 따라가다 뒤늦게 알아차리고 봉우리로 돌아오니 어언 1시간 가까이 흘러가 버렸고 숲은 정적에 묻혀있다.
봉우리에서 남동쪽으로 꺾어져 일행들의 발자국을 밟으며 산길을 내려가다 산죽들이 많은 1045봉에서는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어져야 하는데 지나쳤다가 올라오며 길을 간신히 찾는다.
산죽들을 헤치며 인적 끊어진 오지의 봉우리들을 연신 넘어 동쪽으로 휘어지는 능선 정점의 1116.9봉에 오르면 산죽 숲에 구덩이 하나만 파여있을 뿐 삼각점은 보이지않고 진행 방향으로 붉은 헝겊 하나가 걸려있다.


- 임도
울창한 산죽들을 뚫으며 방향을 잡고 내려가니 지도에도 없는 삼각점(연곡313/2005재설)이 벌목된 능선에 보여 어리둥절해지고 위치 파악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거친 잡목과 싸리나무들을 헤치며 내려가면 날이 맑아오며 햇볕이 쨍쨍 내리쬐고, 앞에서 인기척이 나더니만 반갑게도 맨 뒤에 쳐져서 가던 배승호님과 벽산님을 만난다.
곧 운신하기 힘들 정도로 빽빽한 산죽밀림이 나타나고, 어렵게 산죽들을 뚫고 능선으로 붙으니 이번에는 가시덤불들이 너무나 심해 사면을 치고 앞에 보이는 임도로 내려간다.
불바라기약수로 이어지는 임도따라 고개로 올라가면 선두는 막 점심을 먹고 일어나는 중이라 셋이서 땅바닥에 주저앉아 막걸리 반주에 점심을 먹으며 어쨌든 일행들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이야기를 나눈다.


- 응복산
30여분 식사를 마치고 울창한 잡목과 덤불들을 뚫으며 삼각점(연곡435/2005재설)이 있는 1027.7봉에 오르니 앞에 응복산이 피라미드처럼 우뚝 서있고 암산으로 이어지는 맞은 편의 암봉들이 눈길을 끈다.
키 낮은 억센 관목들을 헤치고 산죽사이로 희미한 족적 따라 꾸준하게 올라가면 앞에 다른 봉우리가 나타나고 응복산은 그 너머에 보인다.
진땀을 흘려가며 다시 가파르게 봉우리를 올려치니 비로서 응복산이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옆으로는 복룡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장벽처럼 솟아있다.
합실골로 내려가는 길을 기웃거리며 잡목들을 헤치고 끝없이 이어지는 사면길을 한동안 올라가면 파란 하늘이 열리며 응복산(1359.6m) 정상이 나타난다.
1등 삼각점(연곡11/1994재설)과 이정목이 서있는 응복산을 3번째로 올라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니 조봉은 뾰족하게 서있고 산죽과 잡목으로 덮혀있던 능선은 부드러운 산세만 보여준다.



▲ 1027.7봉에서 바라본 응복산



▲ 응복산 정상



▲ 응복산에서 바라본 조봉



- 1280봉
응복산을 내려와 고속도로처럼 뚫려있는 미끄러운 진흙길을 따라가다 대간종주를 하는 단체 산행객들을 여럿 만난다.
암산을 바라보며 샘터가 있는 안부로 내려서면 일행들이 쉬고있고, 5분정도 왼쪽의 계곡으로 내려가 찬물을 마음껏 마시고 걱정했던 식수를 충분히 보충한다.
브라질 커피도 한잔씩 마시고 삼각점(연곡436/2005재설)이 있는 1126.5봉을 넘어 표고차 160여 미터의 급사면을 치고 1263봉에 오르니 약수산이 마주 서있고 암산이 갈라지는 1280봉이 앞에 보인다.
안부로 떨어졌다 1280봉에 올라 캐이님이 타 주시는 콩가루물 을 마시고 간식을 먹으며 지친 몸을 얼마간 다독거린다.



▲ 응복산 내려가며 바라본 암산


- 1063.5봉
약수산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을 버리고 북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면 선답한 분들의 표지기들이 보이고 희미하지만 족적있는 잡목숲이 이어진다.
갈천리 쪽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노루궁뎅이버섯을 따면서 이리저리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가니 운무가 몰려오면서 숲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만든다.
지천으로 피어있는 금강초롱들을 바라보며 삼각점(연곡438/2005재설)이 있는 1063.5봉에 오르고 베어진 나무에 앉아 흐르는 땀을 딱는다.
잡목들을 헤치며 금방 나올 것 같은 암산으로 향하다 문득 봉우리에 놓고 온 모자가 생각나지만 뒤에 오는 분들을 믿고 그냥 일행들을 따라간다.



▲ 1063.5봉 정상


- 암산
서서히 바위지대들이 나타나서 간간이 붙어있는 표지기들을 확인하며 암릉들을 우회하고 타 넘는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바윗길을 틈새로 넘고 사면을 돌아 힘들게 1138봉에 오르면 아직 암산은 오리무중이고 아름드리 거목 한그루를 지나며 봉우리들이 연속 나타난다.
커다란 암봉을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사면으로 통과하고 나무들을 헤치며 거친 암릉들을 힘겹게 오르내리니 너덜지대가 나오고 다시 암봉이 보인다.
암릉을 기어올라 일행들이 모여있는 암산(1152.7m) 정상에 닿으면 좁은 바위턱에 삼각점(연곡314/2005복구)이 반겨주고 운무에 가린 설악산이 멋진 모습으로 다가서며 꾸불꾸불한 56번 국도와 구룡령이 발아래로 내려다보인다.



▲ 암봉



▲ 암산 정상



▲ 암산에서 바라본 설악산



▲ 암산에서 바라본 조봉



- 지계곡
운무에 휩싸인 산봉들을 바라보며 30여분 뒤쳐진 분들을 기다렸다가 웬일인지 애초에 목표로 한 갈평교쪽 능선이 아닌 미천골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하산을 서두른다.
간간이 보이는 표지기들을 바라보며 북릉으로 들어서고 험준한 바위지대들을 피해 약간씩 사면으로 우회하며 길을 만들어가다 어느 틈에 선두는 원시의 너덜지대들을 밟으며 왼쪽 계곡으로 내려간다.
이쯤에서 길이 끊어지니 미천골이 있는 오른쪽 사면으로 떨어져 내려가던지 아니면 갈천리 쪽으로 휘며 이어지는 북서릉으로 되돌아갔어야 하는데 어쨋든 판단을 잘못한 셈이다.
점점 어두어가는 이끼 낀 너덜지대를 발이 빠지고 미끄러지며 1시간동안 힘들게 내려가면 이윽고 물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계곡 상류로 내려서니 금방 찰흑같은 어둠에 묻혀버린다.


- 미천골
랜턴을 커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않은 계곡을 이리저리 따라 내려가다 바위사면을 타고 험한 지형을 연신 우회한다.
물길을 수없이 건너며 덤불들을 뚫고 내려가도 계곡은 끝이없이 이어지며 앞에서 내려가는 일행들의 불빛만이 점점이 외롭게 비춰진다.
바위들을 타고 넘고 우회하고 이리저리 물을 건너며 지겹도록 이어지는 계곡을 내려가니 흰 포말을 일으키는 멋진 폭포들이 줄지어 나타나 와중에도 탄성이 끊이지 않는다.
총총한 별을 바라보며 2시간이 넘게 계곡을 타고 잡목들을 헤치며 내려가면 이윽고 마을에서 올라온 물 파이프가 나타나고 쓰레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지막 절벽을 피해서 사면을 타고 내려가니 미천골 주계곡과 만나고 앞에 불바라기산장의 다리가 보이며 먼저 내려간 신광훈님이 불을 비춰준다.
기다리고 있던 식당트럭으로 다시 그루터기쉼터로 내려가 간단히 몸을 딱고 찬 맥주 한잔을 마시며 15시간이 넘었던 험난한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