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우산 쓰고 오른 동네 산 (불곡산-도락산)

킬문 2006. 11. 1. 15:19
2005년 9월 21일 (수요일)

◈ 산행경로
창동
양주시청(09:55)
지적삼각점(10:18)
보루성(10:38)
360.8봉(10:48)
치성터(10:55)
상봉(11:11)
상투봉(11:31)
420봉(12:00)
사거리안부
임꺽정봉(12:07)
청엽굴고개
한북정맥갈림길(12:54)
지장사갈림길(13:18)
도락산갈림길(13:31)
도락산(13:37)
임도(14:12)
까치봉(14:22)
과골약수터갈림길(14:38)
헬기장(14:47)
탑동(15:14)
창동

◈ 도상거리
약 11km

◈ 산행시간
약 5시간 19분

◈ 산행기

매일 직장으로 출근하며 의정부 터미널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으면 차에서 항상 전면으로 빤히 보이는 소뿔 처럼 솟은 울퉁불퉁한 산이 바로 불곡산이다.
쉬는 날인데 아침부터 비는 부슬부슬 내려오고 그렇다고 집에 앉아있을 수만은 없어서 98년도인가 한번 다녀왔던 불곡산을 올라 도락산까지 이어가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아내가 억지로 건네는 우산을 쓰고 집 앞에서 막걸리 한병과 김밥 두줄을 사 넣고는 동두천 가는 시내버스를 타고 양주시청 앞에서 내린다.


더욱 굵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다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는 들머리로 들어서면 넓은 임도 길이 연결되고 우산을 썼어도 바지와 신발은 금새 젖어온다.
임도가 넘어가는 고갯마루에서 능선으로 붙어 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좁은 산길을 올라가려니 우산이 나뭇가지들에 걸리고 우산대는 안경을 연신 때린다.
비구름이 뭉실뭉실 피어나는 숲을 올라 지적삼각점이 있는 봉(240.66m)을 지나서 한손에는 우산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스틱을 짚으며 천천히 유람하 듯 바윗길을 올라간다.


보루성이란 안내판이 서있는, 돌구덩이가 파인 봉우리를 넘고 송전탑과 헬기장을 지나 삼각점(포천314/1994재설)이 있는 360.8봉에 오르니 통신탑이 있는 의정부 녹양동의 빡빡산(천보산)이 비구름을 머리에 얹고는 고산 처럼 멋지게 솟아있다.
널찍한 등로를 더 올라가면 노송들이 서있는 바위에 철계단이 놓여있고 위에는 돌로 쌓은 치성터가 있는데 날만 맑으면 멋진 조망이 보일 터이지만 온통 구름에 가려있어 아쉬운 마음만 든다.
곳곳에 있는 바위전망대들을 지나서 굵은 밧줄을 잡고 20여미터 슬랩지대를 올라 암봉으로 되어있는 불곡산(469m) 상봉에 서니 비바람이 거세게 불고 갈 길 바쁜 구름만이 산마루를 휘휘 넘어간다.
도봉산과 북한산 그리고 수락산은 물론 한북정맥과 천보산맥을 시원스럽게 한눈에 담아보던 봉우리지만 오늘은 한치 앞도 보이지않아 미련없이 바위를 내려간다.



▲ 불곡산 정상


몇년 전만 해도 아무런 시설물도 없었던 까다로운 암릉들을 철난간을 잡고 내려가, 굵은 밧줄을 잡고 수직 침니를 두차례 조심스럽게 통과해 안부로 내려선다.
안부에서 밧줄들을 잡고 도봉산 처럼 넓직하고 반들반들한 슬랩이 있는 상투봉(403.6m)을 지나 우산을 쓴 어정쩡한 모습으로 표지기를 확인하며 비에 젖은 바위사이를 이리저리 내려간다.
이정판이 서있는 420봉을 넘고 방성리와 부흥사로 넘어가는 사거리안부를 지나 전에는 양손으로 어렵게 올랐던 바윗길을 한손으로 우산을 받쳐들고 밧줄을 잡아가며 쉬엄쉬엄 올라간다.
돌탑들이 서있는 임꺽정봉(445.3m)을 오르고 밧줄이 길게 걸려있는 수직암벽을 내려가면 한북정맥 길과 만나며 방성리의 대교아파트로 내려가는 일반등로를 버리고 군 훈련장이 있는 북능으로 방향을 바꾼다.



▲ 상투봉 정상



▲ 임꺽정봉 정상



암릉을 우회하며 내려가 철조망을 넘고 반질반질한 황토 길 따라 유격훈련장을 지나가면 전에 안 보이던 간이 여군 화장실이 서있고 굵은 자물쇠가 채워져있다.
비구름으로 오리무중인 능선길을 내려가니 산마루에는 군인들이 텐트를 치고 훈련을 하고있어 청엽굴고개를 우회하여 다시 능선으로 붙는다.
텅 빈 넓은 임도를 따라가면 비는 더욱 거세지고 우산으로 가려보지만 옷은 흠뻑 젖어 바람이 불 때마다 몸은 떨려온다.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는 도락산 갈림길에서 한북정맥을 동으로 흘려보내고 북쪽의 임도로 꺾어 들어가 무덤가 소나무 밑에서 찬 막걸리를 마시며 김밥 한줄을 허겁지겁 먹는다.



▲ 등산로 안내도


나무들을 마구 베어낸 묘지들을 몇기 지나면 넓은 임도는 소로로 변하고 호젓한 산길을 따라가니 전에는 군사지역이었는지 육훈이라 쓰인 시멘트석이 계속 넘어져있다.
지장사 갈림길을 지나고 잡초들이 그득한 숲을 넘어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는 도락산 갈림길로 오르면 넓은 바위위에 노송들도 서있고 덕계리와 맞은 편의 회암리 쪽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져 능선에서 약간 벗어나있는 도락산 정상을 대신하는 것 같다.
서쪽으로 꺾어져 내려가니 비포장도로가 나오고 간이화장실이 세개나 서있는데 열린 문으로 좌변기가 보여 아마 미군이 주둔했던 것으로 추측해 본다.
차량들이 다녀 움푹 패인 돌밭 길을 따라가면 역시 영어 낙서가 쓰여있는 격납고들이 나오고, 곧 무인 산불감시시설이 있는 도락산(440.8m) 정상에 오르니 삼각점(포천00/1982재설)이 있고 깃대와 화생방 신호 규정판이 서있다.



▲ 도락산 정상


아무 것도 보이지않는 정상에서 갈림길로 돌아와 조금 밑의 너럭바위로 내려가니 돌탑이 서있고 조망이 더욱 좋아서 덕계저수지 너머로 천보산과 해룡산이 우뚝 솟아있고 덕정사거리를 향해서 길게 이어지는 능선이 잘 보인다.
양쪽으로 줄이 걸려있는 미끄러운 급사면길을 내려가면 완만하고도 의외로 호젓한 산길이 이어지고 회천2동에서 붙힌 표지기들이 계속 걸려있어 길을 인도해준다.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를 맞으며 깨끗하게 정돈된 산길을 내려가 이정판이 있는 임도를 건너고 노간주나무들이 많이 보이는 급한 산길을 올라간다.
까치봉이라고 쓰여있는, 돌무더기들이 쌓여있는 봉우리에 올라 비 내리는 덕계저수지를 바라보고는 커다란 송전탑을 지나서 적막한 숲길을 걸어간다.



▲ 도락산 삼거리의 돌탑



▲ 삼거리에서 바라본 가야 할 능선과 덕계저수지



▲ 삼거리에서 바라본 천보산과 해룡산



과골 약수터로 내려가는 갈림길들을 지나고 뚜렷한 등로는 동쪽의 탑동 방향으로 꺽어지지만 이어지는 능선을 끝까지 밟으려 북쪽 능선으로 들어가니 곧 오래된 헬기장이 나오고 군부대의 철조망이 빈틈없이 막고있다.
갈림길로 돌아와 금방 떨어진 밤송이에서 튼실한 놈들만 줏어가며 어둠침침한 숲길을 한동안 내려가니 밭이 나오고 곧 회정리의 탑동마을로 내려서게 된다.
덕정사거리 옆의 정류장에서 서울 가는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가을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종일 우산을 쓰기는했지만 머리에서는 빗물이 뚝뚝 떨어지고 젖은 몸은 마냥 떨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