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멀고도 험한 俗離의 길 (동릉-문장대-석문-수정봉)

킬문 2006. 11. 1. 16:29
2006년 1월 14일 (토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
청주터미널(05:40-06:53)
화북(07:20-09:15)
사모봉(10:16)
831봉(11:50)
878봉(12:55)
주능선(13:26)
입석대(13:34)
문장대(14:19)
문장대(15:16)
중사자암(15:43)
계곡(15:54)
석문(16:43)
여적암능선(17:04)
성황당안부(17:15)
수정봉(17:30)
법주사도로(17:55)
매표소(18:00)
청주터미널(18:55-20:18)
강남터미널(20:35-22:04)

◈ 도상거리
약 13km

◈ 산행시간
8시간 45분

◈ 동행인
이경한

◈ 산행기

- 사모봉
청주터미널에서 7시 20분 첫 버스를 타고 남청주에서 합류한 이경한님과 화북에 내리니 일기예보와는 달리 날도 흐리고 구름이 잔뜩 끼어서 실망스러워진다.
고목나무 보호수를 끼고 면사무소옆으로 들어가 시멘트도로를 따라가다 왼쪽으로 보이는 능선을 겨냥하고 찐득거리는 황토밭을 통과하니 초입에 표지기 한장이 달랑거린다.
처음부터 가파르게 올려치는 산길따라 능선으로 붙으면 아래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고 잔솔사이로 탄탄한 길이 이어진다.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올라가니 곳곳에 바위전망대들이 있고 운무사이로 청화산쪽이 잠시 보이다 다시 구름에 갇혀버린다.
처음 나오는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올라가면 바위표면은 얇은 얼음으로 덮혀있어 굉장히 미끄럽고 사방은 오리무중이라 긴장이 된다.
어제 내린 비로 녹아가는 습설에 미끄러지며 바위지대를 가파르게 우회하고 얼음 깔린 바위를 피해서 사모봉(735m) 정상에 오르니 커다란 암봉위에 노송들이 서있고 조망이 좋을듯 하지만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어 안타깝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화산쪽 조망



▲ 사모봉 정상



▲ 속리산 동릉(강산에님 사진)



- 암봉
서쪽으로 방향을 바꿔 길다란 밧줄을 잡고 암릉을 조심해서 내려가 완만한 육산길을 지나고 습설로 미끄러운 설사면을 밧줄을 잡아가며 힘겹게 오른다.
봉우리들을 넘다가 서울막걸리를 한잔씩 마시며 갈증을 달래고 연이어 나타나는 바위지대를 이리저리 우회하며 얼어붙은 바위들을 네발로 기어 넘는다.
한치 앞도 보이지도 않는 등로를 한동안 따라가다 가파르게 831봉을 우회해서 내려가면 해주오씨 묘가 나오는데 몇년전에 반대로 진행했었던 이경한님이 이제서야 생각이 난다고 반가워한다.
가늘게 내려오는 빗줄기를 느끼며 완만해진 능선길을 계속 따라가다 굵은 밧줄을 잡고 수직 절벽지대를 올라 876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를 넘는다.
키작은 산죽지대를 따라가면 점차 눈이 많이 쌓여있고 스펫츠를 착용하지않아 등산화가 질퍽거리기 시작하며 이따금씩 한기가 몰려온다.



▲ 운무사이로 보이는 암봉


- 주능선
평소에는 쉽게 올라갈 바위들은 모두 얼어 붙어있어 작은 나무들을 잡으며 사면으로 오르고 습설에 여지없이 미끄러지며 봉우리들을 우회한다.
바람 잔 바위뒤에서 각자 빵으로 점심을 먹고 젖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주능선이 언제나 나올까 속절없이 바위들을 넘는다.
좁은 바위사이의 침니를 배낭을 벗고 통과해서 내려가면 줄을 잡고 바위를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곳이 나오는데 아래가 절벽이라 조심스러워 나무에 의지해 간신히 건넌다.
허리를 굽히며 낮은 바위지대를 기어서 통과하고 암봉을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올라가니 구름위에서 등산객들의 함성이 크게 들려온다.
산죽지대따라 눈속에 푹푹 빠지며 올라가면 백두대간 주능선이 나오고 통나무 울타리를 넘어 올라서니 사람들의 발길로 반질거리는 눈길이 나타난다.


- 문장대
봄날처럼 푸근하고 질척거리는 능선따라 입석대(1016m)로 올라가니 상고대가 예쁘게 피어있고 반대쪽에서 등산객들이 속속 올라온다.
눈에 익은 길따라 신선대를 지나면 날이 개면서 천황봉에서 이어지는 설능과 산수유릿지길이 잘 보이고, 문장대쪽에서 단체산행객들이 몇백명씩 올라와 등로가 지체된다.
문장대휴게소를 지나고 경찰 통신시설이 있는 암봉을 넘어 문장대(1028m)로 올라가 월간 山지의 개념도에 나타난 등로를 찾다가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지저분한 능선길로 내려간다.
안부쯤에서 직진하는 능선길을 버리고 암봉을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돌아가니 쓰러진 나무들과 바위지대뿐이고 등로는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앞서 가는 이경한님을 불러세우고 뒤돌아 올라가 통신시설옆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아도 역시 등로는 보이지않고, 휴게소까지 내려가 주인에게 길을 물어도 역시 문장대에서 갈라진다는 뻔한 소리 뿐이다.



▲ 입석대



▲ 상고대



▲ 문장대 오르다 바라본 천황봉과 주능선



▲ 문장대



- 석문
다시 내려가 이경한님의 발자국을 보며 암봉을 길게 우회해서 내려가면 앞에는 절벽이 막아서고, 급사면을 힘겹게 우회해서 위로 올라가도 아까 봤었던 통신시설물 밑이고 역시 등로가 있을 지형이 아니다.
밑의 계곡쪽에서 이경한님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내려갈 수가 없어 포기하고, 휴게소로 다시 내려가니 등산객 한분이 이름을 부르는데 청주의 심형규님이고 몇년전 낙동정맥할 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뵌 후로는 처음이라 반갑기 그지 없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일반등로를 내려오다가 심형규님과 헤어져서 중사자암으로 들어가면 밭을 지나 능선을 넘는 뚜렸한 등로가 이어지고 산죽지대를 내려가니 금방 계곡이 나타난다.
개념도상 계곡 오른쪽으로 줄곳 표시되어있는 등로를 찾으며 잠시 흐릿한 산죽지대를 따라가니 금방 길은 없어지고 차가운 물소리만이 낭랑하게 산중을 울린다.
바위들을 넘고 미끄러지며 얼어붙은 계곡을 어렵게 내려가다가 이경한님의 전화가 터지는데 절벽에서 고생하다 중사자암을 지나 세심정으로 내려가는 중이라고 한다.
계곡을 내려가다 깊은 협곡을 만나고 하는 수 없이 오른쪽 능선으로 조금 올라가면 위에서 뚜렸한 등로가 내려오는데 처음부터 이길을 찾았으면 수월한 진행이 되었을 터라 못내 아쉬워진다.
한적한 길을 조금 내려가니 기다렸던 커다란 석문이 나오는데 옆에는 오두막까지 있으며 차바퀴자국이 나있는 넓은 임도로 길이 바뀐다.



▲ 석문


- 수정봉
서서히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는 임도를 내려가다 오른쪽 여적암 방향으로 희미한 족적을 발견하고 올라가면 능선과 닿으며 616봉쪽에서 내려오는 뚜렸한 길과 만난다.
오른쪽으로 묘봉과 상학봉을 바라보며 노송들이 서있는 기분좋은 길을 한동안 따라가다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성황당안부를 넘고 곧 왼쪽으로 법주사와 이어지는 흐릿한 소로를 지난다.
암릉지대를 바삐 올라가니 밑으로 법주사가 내려다보이고 속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와 땀흘려 올라온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일몰은 점차 다가오고, 초조한 마음으로 커다란 바위가 있는 암봉에 올라 오른쪽으로 꺽어져 가느다란 줄이 달린 바위지대를 지나서 수정봉(569m) 정상으로 올라가면 오각형 정자가 서있고 조망은 막혀있으며 주위는 어둠에 빠지기 시작한다.
올라왔던 암봉으로 되돌아가 조금 내려가니 거북바위의 머리격인 너럭바위가 나오고 조금 밑에는 옛날 10층 석탑의 잔해라고 하는 직사각형 모양의 큰돌 두개가 놓여있다.
넓직한 바위절벽에 서서 불을 밝히기 시작하는 법주사와 저수지를 내려다보고 어둠에 젖어가는 속리산 주능선을 한동안 바라보다 하산을 서두른다.



▲ 수정봉 오르며 바라본 속리산 주능선



▲ 수정봉 오르며 바라본 법주사



▲ 수정봉 정상



▲ 너럭바위



▲ 석탑의 잔해



▲ 너럭바위에서 내려다본 법주사와 저수지



▲ 너럭바위에서 바라본 문장대



- 시설지구
거북바위로 올라와 법주사쪽으로 산죽사이의 흐린족적을 따라가면 얼마후 까마득한 절벽이 나오고 길이 끊어져 다시 올라와 오른쪽으로 보이던 길로 내려간다.
거북바위를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내려가니 등로는 법주사가 있는 왼쪽에서 벗어나 오른쪽으로 이어지고 바위지대를 지나 뚝 떨어지며 고도를 낮춘다.
컴컴해진 산길을 뛰어서 내려가면 밭이 나오고 법주사 일주문에서 약간 내려온 보도블럭 깔린 도로와 만난다.
어두어진 도로를 휘적휘적 내려가니 길은 철망으로 막혀있고, 얼어붙은 계곡을 건너서 철망을 뛰어넘으니 매표소를 바로 지난 포장도로이다.
시설지구로 내려와 기다리던 이경한님과 만나고 식당에서 버섯전골에 소주를 들이키면 이경한님은 험준한 절벽지대를 거푸 만나 죽을 고생을 했다고 푸념을 한다.
5km밖에 안되는 암릉길을 4시간이 넘게 걸려 통과했고 석문으로 내려가는 계곡길을 찾지못해 고생만 한채 俗離를 하지못한 그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