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외로움이 묻어나는 산길 (대득봉-각흘봉)

킬문 2006. 11. 1. 16:33
2006년 1월 28일 (토요일)

◈ 산행일정
의정부터미널
문혜리(06:40-07:51)
문혜사거리(08:19)
사거리안부(08:45)
시멘트도로고개(09:00)
벌목지대(09:21)
능선합류(09:57)
암봉통과
군사도로(10:20)
대득봉(10:39)
군사도로(11:12)
벙커봉(11:44)
653.4봉(12:10)
능선갈림길(12:57)
군사도로(13:12)
565.4봉(13:36)
542.0봉(14:21)
463번지방도로(14:46)
비포장도로(15:15)
능선복귀(15:59)
악희봉
795.5봉(16:19)
752.2봉(17:18)
각흘봉(18:15)
자등현(19:02)
이동
의정부역(20:05-21:35)

◈ 도상거리
약 21.5km (4km 헤멤)

◈ 산행시간
10시간 43분

◈ 산행기

- 문혜사거리
설 연휴 첫날, 북적거리는 귀향객들 틈에 끼어 의정부터미널에서 와수리 행 첫 버스에 노곤노곤한 몸을 눕히니 버스는 금방 운천을 지나고 고석정 표시판이 있는 철원에 닿는다.
혹시 자등현에서 내리게 될 때를 생각하고 준비했던 캔 커피를 그냥 기사 분께 건네고 문혜리에서 내리면 사람도 별로 보이지않고 북쪽의 차가운 냉기에 온몸이 움추러든다.
택시기사 분께 길을 물어 농협이 있는 사거리를 지나고, 끼욱거리며 수백마리씩 떼를 지어 낮게 비행하는 겨울 철새들을 바라보며 43번 국도와 463번 지방도로가 교차하는 문혜 사거리에 닿으니 군 검문소가 있고 컨테이너 박스 뒤로 뚜렷한 들머리가 보인다.
동 네개들의 환영을 받으며 무덤으로 들어가 야산 길 따라 검은 암릉과 참호들을 지나서 군 삼각점이 있는 봉에 오르면 왼쪽으로 수리봉이라고도 하는 560.1봉이 날카로운 모습으로 마주 서 있고 오른쪽으로 군 훈련장이 넓게 펼쳐져보인다.
언젠가 환경 오염의 위험성때문에 각흘봉과 대득봉 부근에서 많은 폐 타이어를 수거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폐 타이어로 만들어진 커다란 벙커 봉을 오르고 헬기장을 지나서 누렇게 황토를 드러내고있는 사거리 안부를 넘는다.
희미한 잡목 숲으로 들어가 오른쪽으로 꺾어져 목장 철선을 만나고 녹슨 철조망을 넘어서 가파른 절개지를 내려가면 얼어붙은 시멘트 도로가 나오고 군 훈련장이 밑에 보인다.



▲ 문혜사거리



▲ 시멘트도로에서 바라본 수리봉



- 대득봉
절개지를 올라가면 목장 철선과 함께 뚜렷한 길이 이어지고, 잔솔과 노간주나무들이 많은 산길을 따라가니 벌목 지대가 나오며 시야가 트이고 처음으로 대득봉이 뾰족한 모습을 보여준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넓은 길을 버리고 능선으로 붙어, 봉우리를 오른쪽 사면으로 길게 우회해서 왼쪽으로 가깝게 지나가는 임도를 바라보며 꽁꽁 얼어붙은 산길을 올라간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봉우리들을 연신 넘고 임도처럼 이어지는 넓은 길 따라 북쪽에서 내려오는 주능선과 합류하는 봉에 오르니 두리뭉실하고 넓은 웅덩이만 파여있다.
남동 쪽으로 꺾어져 바로 앞에 있는 암봉으로 오르면 대득봉이 정면으로 가깝게 보이는데 빙 둘러 절벽을 이루고있어 이리저리 우회할 곳을 찾아보지만 마땅한 길이 보이지않는다.
하는 수 없이 오른쪽으로 절벽을 돌아가 나무들을 잡고 바위사이를 내려가서, 바위에 몸을 간신히 지탱하고 낙엽에 미끄러지며 암벽을 내려가 뒤돌아 보니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낙엽 수북한 길을 내려가면 넓은 군사 도로와 만나고 깨진 유리처럼 부숴져내리는 빙설을 밟아가며 가파른 사면을 올라가니 문혜리에서 올라왔던 길다란 산줄기가 잘 보인다.
서너평 평평한 대득봉(630.4m) 정상에 오르면 삼각점(갈말21/1983재설)과 따사한 햇살이 반겨주고, 사방으로 조망이 트여서 각흘봉에서 명성산으로 이어져 올라가는 산줄기가 한 눈에 들어오고 대성산에서 복주산으로 흐르는 한북정맥의 장쾌한 흐름이 시원하게 펼쳐지지만 대기가 흐릿한게 아쉬울 뿐이다.



▲ 벌목지대에서 바라본 대득봉



▲ 가까스로 내려온 암봉



▲ 대득봉 오르며 바라본, 문혜리에서 올라오는 능선과 뒤의 수리봉 능선



▲ 대득봉 정상



- 능선갈림길
빵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가니 간벌되어 지저분하며 인적 끊어진 숲에는 군 삼각점 하나가 한가로이 눈속에 묻혀있다.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갈림길을 잘 찾아 들어가면 곧 널찍한 군사 도로와 만나고, 도로를 따라가다 삼거리에서 역시 군사 도로가 이어지는 능선으로 꺾어져 참호들과 커다란 시멘트 벙커들을 지난다.
한동안 편한 군사 도로를 타고가다 이어지는 가파른 산길을 힘겹게 올라가니 김화 쪽의 산줄기와 갈라지는 분기봉으로 생각했던 벙커 봉이 나오는데 주인 잃은 철제 의자 하나만이 쓰러져 있고 앞에 더 높은 봉이 올려다보인다.
딱딱하게 굳은 빙설을 밟으며 안부로 내려가 진땀을 흘리며 황폐한 참호들을 지나 봉우리에 올라서면 생각지도 않은 삼각점(1977/건설부)이 있어 자세히 지형을 살펴보니 갈림길에서 김화 쪽으로 한참 떨어져있는 653.4봉이고 지나온 벙커봉 너머로 가야 할 산줄기가 마주 보인다.
바로 봉우리를 내려가 지나온 벙커 봉을 넘고 군사 도로를 따라가면 남쪽으로 휘어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반대에서 올 때는 문제되지 않지만 대득봉에서 군사도로를 따라오다가는 자칫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 653.4봉 정상



▲ 653.4봉에서 바라본, 맨뒤의 대득봉과 가운데의 가야할 능선



▲ 벙커봉으로 돌아와 바라본, 각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 463번지방도로
1시간 30분은 까먹고 표지기 한 장 걸고는 간벌되어있는 흐릿하고 지저분한 잡목 숲을 따라가면 다시 군사 도로가 나오고 '제설책임구역'이라 쓰인 작은 나무판이 서있어 눈길을 끈다.
군 안테나봉과 참호들이 있는 절개지를 올라 눈길에 미끄러지며 아주 가파른 능선을 올라가니 철제 의자가 놓여있는 봉우리가 나오고 밑에 군 부대들이 보인다.
참호들을 지나서 납작한 삼각점이 있는 565.4봉에 오르면 542.0봉에서 서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돌리는 산줄기가 잘 관찰되고 잘못 올라갔던 653.4봉이 우뚝하게 올려다보인다.
인적 끊어진 적적한 산길 따라 헬기장처럼 둥그런 봉우리들을 넘고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지능선들을 조심하며 희뿌옇게 박무에 가려있는 산줄기를 따라간다.
참호들이 연달아 나오고 군움막들이 놓여있는 봉우리를 지나서 '종송동' 나무이정표가 서있는 542.0봉 헬기장에 오르니 삼각점은 보이지않고 가야 할 각흘봉과 광덕산 쪽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트인다.
'목련공원' 이정표가 있는 서쪽 능선으로 꺾어져 내려가면 아주 뚜렷한 등로는 왼쪽 무덤가로 내려가고, 간벌되어있는 거치장스러운 길 따라 낮은 봉우리들을 넘어 내려가니 목련공원과 가파른 절개지가 보이고 곧 463번 지방도로가 나타난다.
시멘트 도로를 내려가 '서면'과 '갈말읍' 이정판이 서있는 도로를 건너고 철계단을 타고 능선으로 올라 잡목들을 헤치며 흐릿한 족적을 이어간다.



▲ 565.4봉 정상



▲ 542.0봉 정상



▲ 463번 지방도로



- 795.5봉
잡목 가지에 뺨을 맞아가며 남서쪽으로 방향을 돌려 군 삼각점을 지나고 커다란 노랫소리를 들어가며 넓은 비포장 도로로 내려가니 왼쪽은 목련공원과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바로 군 부대가 보인다.
무덤 따라 잘 나있는 산길을 올라가다 통신 탑을 만나고 군 부대 철조망이 앞을 막아 벌려진 틈으로 부대 내로 들어간다.
참호사이로 조금 올라가면 철조망 밖으로 능선이 이어지는데 왼쪽 바로 밑으로 목련공원의 도로가 보여서 다시 철조망을 넘어 도로로 내려간다.
화려한 꽃으로 장식한 수많은 망자들을 바라보며 시멘트 도로를 따라가다 도로는 끝이나고 사면으로 붙어 대강 올라가면 공원과 이어지는 산길이 나타난다.
허옇게 눈을 쓰고있는 산마루를 바라보고 한동안 진땀을 흘리며 능선으로 올라가니 베어진 통나무들이 놓여있고 뚜렷한 산길이 이어진다.
발목까지 빠지는 가파른 눈길을 헤치며 봉우리에 올라서면 다른 봉우리들이 나타나고, 악희봉이라 생각한 봉우리를 올라 흘낏 바라보니 정상석이 없어 그냥 지나친다.
암릉을 넘고 마지막 봉우리에 오르면 삼각점이 있는 795.5봉인데 밑에는 헬기장이 있고 용화저수지가 내려다보이며 약간 못미처서 각흘봉으로 이어져 올라가는 갈림길을 확인할 수 있다.
갈림길로 돌아와 10여분 거리에 있을 악희봉 정상석을 확인할려다 서서이 저물어가는 산줄기를 바라보고는 그냥 각흘봉 쪽으로 꺾어 내려간다.



▲ 목련공원과 이어지는 비포장도로



▲ 목련공원묘지



- 752.2봉
모처럼 푸르른 노송들이 서있는 암릉지대를 넘어 짧은 밧줄을 잡고 안부로 내려가 낡은 밧줄이 걸려있는 가파른 능선을 바삐 오른다.
험준한 암봉에 올라 바위지대를 따라 내려가다 왼쪽으로 꺾어지는 능선을 발견하고 트레버스하면 수직으로 뚝 떨어지는 길이 이어진다.
수북하게 쌓여있는 낙엽에 연신 미끄러지며 봉우리를 내려가 뒤돌아보니 뾰족하게 솟은 암봉이 마치 마테호른처럼 인상적으로 솟아있다.
봉우리를 하나 더 올라서면 사방 걸리는 것이 없는 방화선이 나타나고 넓은 용화저수지가 밑으로 펼쳐지며 돔처럼 솟은 명성산 너머로 지는 해가 마지막 붉은 기를 토해내며 안간 힘을 쓰고있다.
찬바람 불어오는 까까머리 능선을 바쁘게 올라 참호가 파여있는 752.2봉에 오르니 푸른 소나무들만 서있고 삼각점은 없는데 자등리의 불빛이 너무나 멀어보여 불안해진다.



▲ 방화선에서 바라본 용화저수지



▲ 방화선에서 바라본 명성산



▲ 해는 지고...



- 각흘봉
서서이 모습을 감춰가는 해를 바라보며 암릉들을 우회하고 사면으로 미끄러운 진흙 길을 오르며 자등현으로 확실하게 길이 이어지는 각흘봉이 언제나 나올까 학수고대한다.
몇년 전에 각흘봉을 오르며 잠시 내려왔다가 그 넓게 펼쳐지는 억새밭에서 가슴 저미는 고독감과 틈새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던 그 능선 길을 그저 허허한 마음으로 바람처럼 스쳐간다.
저수지의 불빛들을 바라보다 각흘봉 근처의 숲만 생각하며 군 경고판을 지나 밧줄이 걸린 바위지대를 넘어서니 어둠 속에 삼각점이 보이는데 단순한 군삼각점으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친다.
밧줄을 잡고 암릉을 내려가며 바라보면 앞에는 멀리 명성산으로 생각한 봉우리 밖에 보이지 않는데 저것이 각흘봉이라면 적어도 두시간은 더 걸릴 것이란 생각에 암담해진다.
표지기들이 많이 걸려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왼쪽으로 특이하게 생긴 급 사면 절개지를 만나고는 각흘봉을 지나왔다는 생각이 번쩍 들어 되돌아간다.
올 때는 느끼지도 못했던 험한 암릉을 줄을 잡으며 올라 삼각점이 있던 봉우리에 돌아가니 돌 무더기가 쌓여있어 어둠 속에도 각흘봉(838.2m)임을 알아차리지만 잘못 생각했었는지 이정목은 보이지않는다.



▲ 각흘봉 정상


- 자등현
랜턴을 켜고 내려가면 군 경고판이 서있는 헬기장이 나오고 오른쪽 남동방향으로 불을 비추니 반가운 표지기들이 보이는데 아마 헬기장에서 방화선까지 남아있던 몇백 미터의 수림이 그동안 방화선으로 완전히 바뀌었던 모양이다.
탄탄하게 뚫려있는 고속도로같은 길을 따라가면 어둠 속에서도 표지기들이 끊임없이 걸려있어 도움이 되고 어둠 속으로 자등현을 넘나드는 차량의 불빛들이 간간이 보인다.
등산객들이 많이 다녀 반질반질하게 얼어붙은 눈길을 조심스럽게 따라가다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가 되는 47번국도 상의 자등현으로 내려서니 가로등이 훤하게 불을 밝히고 있고 곰 동상이 외로운 산객을 맞아준다.
옷 매무새를 챙기고 한동안 기다리다 와수리에서 넘어오는 직행 버스에 손을 흔들어 보지만 매정하게 가버리고, 서울 가는 승용차를 얻어타고는 이동으로 내려간다.
이동갈비를 먹으러 다니던 갈비촌의 매표소에서 한겨울 석룡산과 도마치봉을 같이 넘던 산우들을 떠 올리며 캔맥주 하나를 마시고있으니 의정부 가는 시내버스가 금방 들어온다.



▲ 자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