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백두대간을 그리는 강릉의 산줄기 (기마봉-피래산-만덕봉-석병산)

킬문 2006. 11. 1. 16:58
2006년 6월 18일 (일요일)

◈ 산행일정
서초구청
밤재(00:10-04:11)
기마봉(04:49)
밤재(05:28)
509.1봉(06:13)
노송봉(06:47)
피래산(07:07)
476봉(07:41)
덕우리재(08:01)
708봉(09:17)
755.2봉(09:28)
휴식(-09:58)
송전탑(10:17)
732봉(10:41)
임도(10:59)
헬기장(11:50)
만덕봉(12:06)
점심(-12:46)
임도
954봉(13:15)
선목치(13:46)
두리봉(14:27)
헬기장(15:00)
석병산(15:23)
고사목전망대(16:00)
쉰길폭포(16:15)
삼신당
상황지미(17:24)
옥계
남애리
녹천역(20:40-23:35)

◈ 도상거리
약 25.5km

◈ 산행시간
13시간 13분

◈ 동행인
돌양지, 권태진, 술꾼, 광인, 억새, 이경한, 먼산, 청산, 날뫼골물소리, 이사벨라, 최미란, 밤도깨비, 에버그린, 김귀천, 부리부리, 유케이, 한울타리, 월류, 행동대장, 소슬, 파란하늘, 해촌, 높은산 (총 23명)

◈ 산행기

- 기마봉
7번국도상의 밤재에 도착해 좁은 25인승 미니버스에서 억눌렸던 양다리를 펴고 휴게소 시멘트도로에 배낭을 메고 누우니 여름이지만 알싸한 밤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지고 터널로 동해고속도로를 지나가는 차량들의 굉음이 들려온다.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여명에 모습을 드러내는 시커먼 산봉들을 구경하다 일어나 5시 정도에 산행을 시작한다는 일행들을 뒤로 정동진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는 숲으로 들어간다.
휴게소 개가 짖는 소리를 들으며 구덩이에 술병등 쓰레기들이 모아져있는 산길로 올라가면 NO 076 삼각점이 있고 앞에 통신탑이 서있으며 뾰족한 기마봉이 어둠속으로 모습을 보인다.
임도처럼 넓은 길을 따라 올라가 돌탑이 서있는 삼거리에서 잠깐 망서리다 오른쪽 능선으로 붙어 올라가니 수림이 울창하고 등로가 희미해진다.
나뭇가지사이로 기마봉을 확인하고 연신 얼굴에 들러붙는 거미줄들을 떼어가며 잡목들을 헤치고 가다보니 반대쪽인 남쪽이라 돌아오지만 능선갈림길을 찾지못하고 임도로 다시 내려간다.
20여분 아까운 시간을 보내고 잘 나있는 임도를 따라가면 북쪽으로 방향이 틀어지며 좁은 숲길로 변하고 굵직한 소나무들이 많이 나타나는데 송이채취지역인지 붉은 비닐끈들이 보인다.
검은등뻐꾸기의 애절한 노래소리를 들으며 다가오는 일출시간에 맞추어 가파르게 이어지는 너덜지대를 따라 기마봉(말탄봉, 383.0m)에 오르면 삼각점(재설21/건설부77.6)과 오래된 정상목이 있고 옥계항과 막 잠에서 깨어나는 푸른 동해가 발아래에 내려다보인다.



▲ 기마봉 정상



▲ 기마봉에서 바라본 석병산과 만덕봉



- 피래산
청화산에서 피래산을 향하여 벽을 두루듯 서있는 산줄기와 멀리 통신시설이 있는 괘방산을 바라보며 일출을 기다리다 흐린 날씨를 탓하며 되돌아 내려가다 보니 아쉽게도 붉은 태양이 나뭇가지사이로 막 떠 오르고있어 제자리에 서서 가족들의 안녕을 잠깐 빌어본다.
동이 트는 5시쯤 밤재를 떠났을 일행들을 생각하며 서두르다 전망이 트이는 바위위로 올라서면 멀리 두타산과 청옥산에서 다 깍여 나간 자병산으로 달려오다 석병산과 두리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장쾌하게 펼쳐지고, 밤재에서 피래산을 지나 만덕봉으로 이어지는 가야 할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둘러 밤재로 내려와 텅 비어있는 휴게소 건물에서 오른쪽으로 이정표가 서있는 산길로 들어서니 벌써 해는 중천에 떠있고 묘지가 연달아 나오며 능선이 가팔라진다.
뚜렸한 등로 따라 송전탑을 지나고 또 다른 송전탑에 올라 내려온 기마봉과 괘방산을 바라보고 푸른 바다와 옥계항을 내려다보며 적송들이 빽빽한 산길을 올라가면 햇살은 뜨겁지만 바람은 시원하게 불어준다.
청정한 오지의 울창한 숲을 헤치며 오른 509.1봉에서 숨어있는 납작한 삼각점을 확인하고 완만해진 산길을 따라가니 쭉쭉 뻗어있는 송림사이로 피래산이 높게 올려다보인다.
유명한 남근송을 찾아 두리번거리며 노송들이 서있는 무명봉을 지나고 피래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오르면 옛 무덤과 망부석이 있고 일행들이 모여 아침을 먹고있어 건네는 냉막걸리 한잔을 단숨에 들이킨다.
배낭을 내린채 오른쪽으로 완만한 초원을 지나서 넓게 벌목되어있고 글씨 없는 삼각점이 있는 피래산(753.9m) 정상에 오르니 전망도 가려있고 따가운 햇살만 내려와 청학산쪽만 한번 바라보고 바로 삼거리로 내려간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피래산



▲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옥산과 두타산에서 이어지는 백두대간



▲ 밤재



▲ 송전탑에서 바라본 기마봉



▲ 송전탑에서 바라본 옥계항과 동해



▲ 송림사이로 보이는 피래산



▲ 남근송



▲ 피래산 정상



- 망기봉
김밥 한줄을 바삐 먹고 서쪽으로 펑퍼짐한 숲으로 들어가 무덤을 지나서 너덜지대를 치고 올라가면 바위지대로 이루어진 476봉이 나오고 암릉이 계속 이어진다.
길이 끊어지는 절벽지대로 올라가니 앞에 망기봉이 우뚝 서있어 기를 죽이고 멀리 만덕봉과 암벽으로 이루어진 석병산이 파란 하늘아래 모습을 드러내 오지의 산속임을 실감나게 해준다.
절벽에서 내려와 오른쪽으로 사면을 치고 돌아 숨어있던 능선과 만나 바위지대를 따라 뚜렸한 산길을 내려가면 돌탑이 서있는 덕우리재가 나오고 오른쪽으로는 재밑마을이 가깝게 보인다.
제단이 있는 안부에서 한동안 숨을 돌리고 흔치않은 더덕을 찾으며 노송들이 빽빽한 산길을 올라가니 한여름같은 무더운 날씨에 땀이 뚝뚝 떨어진다.
계속되는 봉우리들을 넘고 가뿐 숨을 몰아쉬며 601봉에 올라서면 그제서야 한굽이 넘어 망기봉이 서있고 755.2봉이 오른쪽으로 우뚝하게 올려다보여 힘이 빠진다.
안부로 내려갔다 다시 된비알을 치고 오래된 무덤을 지나 너덜지대를 통과해서 지형도상 망기봉이라 표기된 708봉에 오르니 아무런 특징도 없고 단지 펑퍼짐한 둔덕에 불과하다.
오른쪽으로 꺽어져 다소 희미해진 숲길 따라 삼각점(1977/3(4)/건설부)과 반듯한 돌 한개가 서있는 755.2봉에 오르면 역시 조망은 가려있고 투명한 백색 햇살이 꽂히듯 내려와 머리만 지끈거린다.



▲ 절벽지대에서 바라본 망기봉



▲ 절벽지대에서 바라본 왼쪽 끝의 석병산과 오른쪽의 만덕봉



▲ 덕우리재



▲ 755.2봉 정상



- 만덕봉
뒤에 오는 일행들을 기다리며 30여분 서늘한 숲에서 국화주와 매실주를 돌리다가 완만해진 숲길 따라 엇 비숫한 높이의 봉을 넘는다.
산중에서 만나는 데친 오징어에 현혹되어 빈 속에 독한 술을 연신 들이켜서인지 후둘거리는 발걸음으로 굵직한 적송들이 서있는 숲을 따라가다 최근 세운듯한 송전탑을 지나고 오른쪽으로 피래산과 망기봉이 잘 보이는 초지를 오른다.
능선이 갈라지는 732봉에서 칠성대로 향하는 산줄기를 부럽게 바라보고 왼쪽으로 꺽어 넓은 임도로 내려가 시원한 골바람을 맞으며 얼음이 푸석거리는 맥주를 한모금 마시니 끈적거리던 땀이 쑥 들어간다.
한동안 쉬다가 꾸준하게 이어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잡목들을 헤치며 천천히 올라가면 땡볕까지 내리쬐어 숨이 콱콱 막혀온다.
어렵게 헬기장을 오르고 통신시설이 있는 만덕봉(1035.3m) 정상에서 삼각점을 확인하고는 서늘한 숲그늘에 엉덩이를 내리고 땀을 딲으며 점심으로 빵을 먹는다.



▲ 송전탑에서 바라본 칠성대쪽 능선



▲ 만덕봉 정상



- 석병산
작년에 진행했던데로 남서쪽으로 뚜렸한 등로를 따라 아까 헤어졌던 임도를 건너고 지형도상 선목치라 표기된 954암봉에서 왼쪽으로 꺽어 내려간다.
고사목사이로 두리봉과 석병산을 바라보며 울창한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안부가 나오는데 왼쪽은 길이 흐릿하고 오른쪽으로는 표지기까지 달린 뚜렸한 길이 갈라져 실제적인 선목치라 추정이 된다.
가파르게 끝없이 이어지는 잡목숲을 헤치고 올라가며 더덕들을 여럿 캐고 웃 자란 곰취들을 뜯으며 백두대간과 만나 둥그런 두리봉(1034.0m) 정상에 세번째로 오른다.
그늘에서 앉아 쉬다가 탄탄하게 나있는 산죽길을 따라 반대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을 만나며 시야가 트이는 전망대로 나아가니 석병산의 거대한 암봉들이 시야에 멋지게 들어오고 정상에 오른 등산객들이 까마득하게 올려다보인다.
예전에 두리봉 정상으로 써있던 안내판이 서있는 헬기장으로 올라가면 그간의 세월에 글씨는 지워져 안 보이고 알길 없는 대간꾼들만 단체로 내려와 무심히 지나가 버린다.
삼거리에서 계곡을 통해 상황지미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깨진 삼각점과 정상석이 서있는 석병산(1055.3m) 정상에 오르니 등산객들로 벅적거리기는 하지만 잠시 기다리다 바위위로 올라서니 그야말로 조망이 일망무제로 트여서 멀리 피래산에서 만덕봉과 두리봉으로 이어서 온 산줄기가 뚜렸하고, 빙 둘러 노추산과 사달산, 두타산, 청옥산 뿐만 아니라 대관령으로 달려가는 백두대간이 아스라하게 펼쳐져 감탄사가 터져나온다.



▲ 고사목사이로 보이는 두리봉



▲ 두리봉 정상



▲ 더덕



▲ 전망대에서 바라본 석병산



▲ 석병산 정상부



▲ 석병산 정상



▲ 석병산에서 바라본, 피래산에서 이어온 산줄기



▲ 석병산에서 바라본, 두타.청옥산을 지나는 백두대간



▲ 석병산에서 바라본, 대관령으로 달려가는 백두대간



- 상황지미
혼란한 정상에서 조금 내려가 암벽에 톱니바퀴처럼 둥그런 구멍이 뚫린 일월문을 지나고 앞에 서있는 남봉으로 올라가면 오금이 저릴만큼 절벽이 아찔하고 조망 또한 뛰어나서 한마리 새가 된 것처럼 가슴이 시원하게 뚫려온다.
굵은 밧줄이 걸린 가파른 돌길을 내려가니 등로는 암봉을 크게 휘돌며 우회하는데 깨진 돌들이 사방에 널려있고 밟을 때마다 굴러떨어져 아주 조심스럽다.
밧줄을 잡고 겨울이면 내려가기 힘들 급사면을 따라 아들바위를 지나면 설악산 마등령의 독수리를 닮은 고사목이 서있는 암봉이 나오는데 험준한 석병산의 정상부가 올려다보이고 범바위를 향하여 깊게 패어나간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시로 나타나는 이정표를 보며 음침한 사면 따라 쉰길폭포를 지나고 삼신당이 있는 치성폭포로 내려가니 먼저 내려온 일행들은 둥그렇게 패인 용추같은 구멍에서 알탕을 하느라 애들처럼 소리를 지르고 정신이 없어 얼굴과 지저분한 손만 딱는다.
아기자기한 폭포지대를 다시 지나면 계곡물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이른바 복천지대로 변하고 마른 계곡을 이리저리 건너며 지루한 하산길이 이어진다.
산뽕나무들을 만나서 손가락과 입술을 벌겋게 물들이며 잘 익은 오디를 배불리 따 먹고 밭을 지나 등산로 안내판이 서있는 시멘트도로를 조금 내려가니 마을이 있는 상황지미가 나오고 힘들었던 오지산행은 끝이 난다.
시원한 맥주 한잔을 그리며 버스에 올라 뒤풀이 장소인 주문진 남애리로 향하면 잔뜩 찌푸린 하늘에서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고, 멀리 오대산쪽으로는 폭우라도 쏟아지는지 검은 먹구름이 뒤덮고있지만 바다쪽으로는 밝은 햇살이 부채살처럼 내려와 묘한 경계를 짓는다.



▲ 일월문



▲ 석병산 암릉



▲ 고사목 전망대에서 바라본 만덕봉줄기



▲ 고사목 전망대에서 올려다본 석병산



▲ 쉰길폭포



▲ 삼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