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멀고 먼 오지의 산줄기 (문암산-맹현봉)

킬문 2006. 11. 1. 16:47
2006년 5월 20일 (일요일)

◈ 산행일정
상봉터미널
홍천터미널(05:50-07:35)
창촌(08:00-09:06)
956봉(09:51)
문암산(10:26)
문암재(10:56)
사거리안부(11:18)
992.1봉(11:32)
1064.1봉(12:10)
안부(12:33)
헬기장(12:50)
1041.7봉(13:22)
능선갈림봉(13:39)
밤밭이고개(14:18)
능선갈림봉(14:55)
1003.2봉(15:07)
1114.2봉(16:05)
무명암봉(17:29)
운리동갈림길(17:57)
맹현봉(18:18)
헬기장봉(18:27)
계수동계곡(18:46)
임도(19:01)
446번지방도로(19:32)
홍천터미널
용문역(21:00-21:35)
성북역(22:26-23:01)

◈ 도상거리
약 22km

◈ 산행시간
10시간 26분

◈ 동행인
술꾼

◈ 산행기

- 창촌
창촌 가는 버스 안에서 근처의 산을 잘 안다는 기사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산꾼이 어떻게 물을 건너냐는 술꾼님의 핀잔을 받고는 문암산에서 북릉을 타고 계곡으로 내려가 운리동을 통해 맹현봉으로 오르려던 산행 계획을 급작스레 변경한다.
술꾼님 생각대로 문암산에서 서능을 타고 맹현봉까지 능선으로 길게 이어지는 코스를 따라 부랴부랴 연필로 마루금을 그어보기는 하지만 상남에서 홍천 나가는 18시 30분 마지막 버스를 타지 못할 게 뻔해 마음이 복잡해진다.
산삼을 재배한다는 기사님의 집이 있는 창촌에서 내려 창촌교를 건너고 우주공업사가 있는 시멘트길로 올라가니 운두령국유림관리소가 나오며 아주머니 한분이 쑥이 잔뜩 들어있는 푸대자루를 머리에 이고 산에서 내려온다.
풍광 좋은 계곡 가의 너른 밭을 지나고 이정표가 서있는 갈림길에서 벌목된 나무들이 쌓여있는 오른쪽 산판길로 들어서면 문암산의 멋진 암벽들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 문암산 들머리인 창촌교



▲ 산판길에서 바라본 문암산



- 문암산
임도 끝에서 된비알로 능선을 향하는 술꾼님을 보면서 그냥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숲길로 들어가니 두릅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있는데 수탈을 면하고 용케 남아있는 두릅순들도 간간이 보인다.
구슬땀을 흘리며 잡목들이 빽빽한 가파른 사면을 치고 능선에 닿아 오른쪽으로 약간 떨어져있는 956봉에서 삼각점(현리465/2005재설)을 확인하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골바람을 맞으며 찐득거리는 땀을 흠친다.
석문을 통과해서 굵은 밧줄이 걸려있는 암벽을 올라가면 소나무사이로 동봉의 암벽들이 멋지게 펼쳐지고, 석화산이라고도 하는 문암산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짓푸른 능선은 새파란 하늘과 보기 좋은 조화를 이룬다.
연속해서 나타나는 밧줄을 잡고 한여름 같은 무더위에 진땀을 흘리며 암릉을 휘어돌아 전망대 바위에 서니 고사목 너머로 창촌에서 이어져 올라오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밧줄을 잡으며 가파른 암릉을 지나 동봉을 넘고 백석동 갈림길을 만나 완만해진 육산길을 따라 문암산(1146.0m) 정상에 오르면 커다란 소나무 한그루만이 서있고 정상석은 보이지않는다.
조망이 트이는 바위 위에서는 멀리 가야 할 맹현봉이 우뚝 솟아있고, 그 너머로 개인산에서 구룡덕봉을 지나 방태산으로 흐르는 산줄기가 장쾌하게 보이며, 멀리 오대산과 계방산에서 운두령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은 흐릿한 대기 속에 그저 아련하기만 하다.



▲ 956봉 정상



▲ 암릉 초입의 석문



▲ 암봉



▲ 전망대에서 바라본, 창촌에서 올라오는 능선



▲ 전망대에서 바라본 문암산 북릉



▲ 소나무사이로 보이는 동봉



▲ 문암산 정상



▲ 문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봉



▲ 문암산에서 바라본, 왼쪽의 맹현봉과 오른쪽의 방태산



- 1064.1봉
원래 계획했었던 북쪽 능선과 생둔으로 꾸불꾸불 이어지는 계곡을 아쉽게 바라보다 서쪽 산길로 내려가면 맞은 편으로 수려한 암봉 하나가 솟아있고 시계 방향으로 빙 돌며 맹현봉으로 길게 이어져 올라가는 산줄기를 가늠할 수 있다.
표지기들이 걸려있는 뚜렷한 등로를 내려가다 남쪽으로 꺾어져 창촌과 문암동을 잇는 문암재를 지나고 평탄하고도 기분 좋은 산죽길을 여유롭게 따라간다.
다시 뚜렷한 사거리안부를 지나고 어디선가 재잘거리는 나물꾼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니 뾰족하게 솟은 문암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삼각점(413?/1975.10복구)이 있는 992.1봉을 지나고 고랭지 채소밭이 가깝게 보이는 잣나무 지대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막걸리 한잔 씩으로 갈증을 풀지만 식수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된다.
어지럽게 벌목된 사면을 힘겹게 지나 넓은 초지에 통신용 철주가 서있고 삼각점(현리318/1990재설)이 있는 1064.1봉에서 맞은 편으로 벽을 두른듯한 산봉들을 바라보며 마루금에서 벗어나있는 멋들어진 암봉을 아쉬워한다.



▲ 문암산 내려가며 바라본 암봉과 그뒤의 맹현봉



▲ 992.1봉 정상



▲ 1064.1봉 정상



- 밤밭이고개
1064.1봉에서 길이 없는 숲으로 내려가다 되돌아오고, 마을사람들을 지나쳐 다시 방향을 맞춰 내려가다 왼쪽으로 능선을 발견하고 트레버스하니 좋은 길이 이어진다.
어둠침침한 안부를 지나고 묵은 헬기장을 넘어 잡초 무성한 산길을 내려가면 사면에서 나물을 뜯는 사람들이 보이고 커다란 푸대안에는 온갖 취와 참나물들이 꽉 차있다.
삼각점(현리 458/2005재설)이 있는 1041.7봉을 지나고, 여기 저기 군락을 이룬 참나물들을 뜯으며 내려가다 능선갈림봉에서 마루금은 북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데 촘촘하게 달려있는 분홍색 리본을 따라 한동안 급하게 떨어지니 계곡이 나온다.
까마득한 사면을 되돌아 올라가다 힘들어 포기하고 계곡으로 내려가 앞에 올려다보이는 능선으로 올라가며 우연히 더덕밭을 만나 실한 놈으로 수십 수를 캐는 횡재를 한다.
능선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신흥동과 밤밭이를 잇는 밤밭이고개가 나오는데 가파른 수직 절개지를 피해 오른쪽으로 돌아 내려가니 점심을 먹자던 술꾼님은 흔적도 보이지않고 한 낮의 도로는 정지된 화면처럼 텅 비어있다.



▲ 1041.7봉 정상



▲ 밤밭이고개



- 1114.2봉
절개지를 올라가면 목장 철선이 나타나고, 시장기도 잊은 채 먼저 간 술꾼님을 따라가며 무명봉에서 북서쪽으로 꺾어져 산죽들을 헤치다 1003.2봉에서는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잡목 숲을 올라간다.
안부를 지나고 가파르게 봉우리를 올라서 기다리던 술꾼님과 남은 막걸리에 간식을 먹고 지형도를 관찰하니 아직도 맹현봉까지는 5km 이상이 남아있어 버스는 지레 포기하고 속 편하게 택시를 타기로 한다.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억센 철쭉과 울창한 잡목들을 헤치며 바위지대들을 이리 저리 사면으로 우회하면 시간은 덧없이 흘러가는데 뿌연 대기속으로는 희미한 봉우리들만이 첩첩히 솟아있고 숲은 적적하기만 하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산죽지대를 한동안 올라가다 바람이 시원하다는 핑계로 주저앉아 내키지않는 김밥을 먹으며 힘을 내어본다.
삼각점(현리317/2005재설)이 있는 1114.2봉에 오르니 시야가 트이며 맹주처럼 우뚝 솟아있는 영춘지맥상의 응봉산이 전면으로 잘 보이지만 멀고 먼 맹현봉은 아직 모습조차 보이지않아 맥이 빠진다.



▲ 1114.2봉 정상


- 맹현봉
나뭇가지에 얼굴을 긁혀가며 빽빽한 관목과 잡목들을 지겹도록 헤치고 끝없이 나타나는 봉우리들을 힘겹게 넘는다.
암봉을 크게 우회하여 높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드디어 앞에 맹현봉이 우뚝 솟아있고 넓은 초지가 펼쳐지며 길이 좋아진다.
간간이 나타나는 곰취들을 뜯으며 처음으로 산사랑 산악회의 표지기 한장을 발견하고 뚜렷한 초원길을 따라 올라가다 운리동에서 올라오는 계곡길과 만난다.
햇살 기울어가는 풀밭에 앉아 마지막 남은 간식을 먹고 아껴두었던 물도 충분히 마시며 쉬다가 급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여유롭게 올라간다.
넓은 헬기장에 삼각점(현리24/1989재설)이 있는 맹현봉(1213.8m) 정상에 오르면 조망은 막혀있지만 반갑게도 오늘 일찍 다녀가신 '인천유림산악회' 정대장님의 메모가 꽂혀있어 따뜻한 산사람의 마음씨를 느끼게 해준다.



▲ 맹현봉 정상



▲ 정대장님의 메모



- 계수동
이어지는 북릉길을 잠시 따라가니 헬기장 두개가 연달아 나오고 나뭇가지사이로 그저 뭉툭한 봉우리로 밖에 보이지않던 맹현봉 정수리가 오늘 처음으로 뚜렷한 모습을 드러낸다.
봉우리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표지기는 없지만 길은 뚜렷하게 이어지고, 계속 내려가다 왼쪽 산죽 숲으로 꺾어져 계수동 계곡으로 내려가니 바로 위에 뚜렷한 등로가 이어지는데 아마 아까 헬기장봉에서 조금 더 능선을 따르다 꺾어져야 했던 모양이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수수한 계곡을 계속 내려가면 임도가 나오고 앞에는 멋진 전원 주택이 한채 서있으며 맞은 편으로 개인산과 방태산을 에워싸는 준봉들이 첩첩히 솟아있아 오지 임을 실감케 해준다.
빗물에 패여져 나간 비포장도로를 따라 상남으로 이어지는 446번지방도로로 내려가니 내린천의 맑은 물이 퀄퀄 흘러 내려가고 개인약수로 들어가는 낯익은 다리가 바로 앞에 보인다.
텅 빈 도로에서 택시를 수소문하다 산장에서 나오는 차를 얻어타고 이미 어둠에 잠긴 도로를 쏜살같이 달려 마지막 버스를 탈 수있는 홍천으로 향한다.



▲ 쌍헬기장에서 바라본 맹현봉



▲ 임도에서 바라본 전원주택과 개인산줄기



▲ 계수동과 개인약수 들머리인 446번지방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