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옛 山友들이 생각나는 쓸쓸한 눈길 (운무산-봉복산)

킬문 2007. 1. 10. 22:12
2007년 1월 7일 (일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
홍천터미널(06:15-07:37)
서석터미널(08:00-08:32)
먼드래재(08:50-09:02)
무명봉(09:37)
717.6봉갈림길(10:06)
이정표안부(10:22)
암봉(11:04)
돌탑(11:46)
867.2봉(12:09)
치마바위갈림길(12:31)
운무산(12:42)
노송전망대(12:58)
송암우회(13:13)
안부(13:30)
능선갈림봉(13:42)
삼년대이정표(14:03)
황장곡안부(14:28)
775.0봉(14:41)
959.0봉(15:15)
1013봉(15:41)
한남대갈림길(15:55)
봉복산(16:10)
신대리갈림길(16:42)
신대삼거리(17:45)
원주역(19:05-20:45)
청량리역(21:20-23:10)

◈ 도상거리
약 14.0km

◈ 산행시간
8시간 43분

◈ 산행기

- 먼드래재
이것저것 사는 일이 바쁘기는 하지만 술도 덜 깬 몸을 일으켜 전에 준비해 놓은 자료를 챙겨서 홍천의 지하식당에서 아침을 든든히 먹어둔다.
서석에서 동네아주머니들과 원주행 버스를 타고 19번 국도상의 먼드래재에서 내리면 전날의 폭설로 온산은 흰 눈에 덮여있고 도로 건너로는 수리봉으로 이어지는 710봉이 뾰족 솟아있어 정상 쪽의 험한 절벽을 과시한다.
수북하게 덮여있는 숫눈길을 뚫고 시작부터 가파른 절개 지를 낑낑대며 올라가니 웬일인지 새로 장만한 중등산화가 양 발목의 윗부분을 아프게 찔러서 곤혹스러워진다.
나무들마다 아름다운 눈꽃을 맺고 있는 산길을 올라가면 찬바람이 불어오고, 가야 할 운무산 쪽은 잿빛 하늘로 덮여있어 을씨년스러우며 간혹 고개를 올라오는 차량의 소음만이 적막한 산자락을 울린다.
연이어 나타나는 가파른 봉들을 어렵게 넘고 낙엽송지대가 깨끗하게 펼쳐지는 눈길을 따라가 717.6봉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니 '하산 2km'라 쓰인 작은 이정 판이 눈을 쓰고 서있다.



▲ 먼드래재



▲ 먼드래재에서 바라본, 반대쪽의 710봉



▲ 낙엽송지대



- 운무산
점점 무릎까지 빠져오는 눈길을 뚫고 오르면 더디어지는 진행에 불안감이 들고 오늘의 산행이 순탄치 않으리란 예감이 떠올라 계획했던 주봉산까지의 종주는 지레 포기하고 만다.
삼근암과 내촌마을을 잇는 이정표 안부를 지나고 암봉을 왼쪽으로 돌아 내려가니 다음의 암 봉은 오른쪽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밧줄이 걸려있지만 발 딛을 곳도 없고 미끄러워서 아주 위험해 보인다.
완력을 쓰며 어렵게 암벽을 통과해 밧줄을 잡고 시야가 트이는 암봉으로 올라가면 발아래로 눈에 덮여있는 속실리의 민가와 전답들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이고 앞에 우뚝한 설봉들이 험준하게 서있지만 아직 운무산은 멀리 떨어져있다.
오른쪽으로 능현사 갈림길을 지나고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 처마를 우회하며 쓸쓸히 눈을 덮고 있는 돌탑 한기를 지나서 미끄러운 설 사면을 내려간다.
나뭇가지들을 잡으며 가파른 바위지대를 어렵게 넘고 헬기장에 이정표가 서있는 867.2봉으로 올라가니 삼근암으로 등산로가 갈라지고 그제야 운무산이 앞에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눈길에 마구 미끄러지며 안부를 넘고 다음 봉우리에 오르면 왼쪽으로 치마바위가 300m 떨어져있지만 한강기맥 할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 여유가 없어 아쉽게 발길을 돌린다.
점차 거세지는 바람을 맞으며 긴 밧줄을 잡고 멋지게 피어있는 상고대사이로 가파른 눈길 따라 운무산(980.3m) 정상에 오르니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지만 하늘은 흐리고 카메라는 얼어붙었는지 작동을 하지 않는다.



▲ 내촌마을로 이어지는 안부



▲ 암릉



▲ 밧줄을 잡고 어렵게 오른 암봉



▲ 암봉



▲ 설경



▲ 눈을 덮고있는 바위지대



▲ 설경



▲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속실리



▲ 넘어야할 설릉



▲ 상고대



▲ 상고대



- 암능
카메라를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배낭에 집어넣고 정상을 내려가면 노송들이 서있는 멋진 전망대가 나와 앞으로는 한강기맥의 연릉들이 펼쳐지고 오른쪽으로 허옇게 눈을 쓰고 있는 봉복산이 봉황을 닮은 멋진 모습으로 서있어 가슴이 시원하게 뚫린다.
밧줄을 잡고 암벽을 휘돌아 내려가니 다시 20여 미터의 슬랩지대가 나오는데 눈이 덮여있어 굉장히 미끄럽고 한쪽은 아찔한 벼랑이라 잔뜩 긴장이 된다.
장갑을 벗은 채 꽁꽁 얼어붙은 밧줄을 맨손으로 잡고 뒤로 내려가면 손가락은 얼어 감각이 없어지고 잡은 밧줄마저 손에서 미끄러져 조심스레 발자국을 딛는다.
암능을 내려와서도 급한 눈길이 계속 이어지고, 밧줄을 잡고 엉거주춤 힘겹게 봉우리를 다 내려가니 몇 년 전 여름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올라갔던 길이지만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송암' 이정판이 서있는 안부에서 직진해서 봉우리를 올라가 보면 앞에 천야만야한 절벽이 펼쳐져, 되돌아와 이정표가 가리키는 오른쪽으로 꺾어져 내려가니 험한 암봉을 우회하는 급사면 눈길이 이어진다.
밧줄을 잡고 미끄러져 내려가 보리울 임도와 황장곡을 잇는 뚜렷한 안부를 지나니 다시 급사면 눈길이 이어지는데 한강기맥을 반대 방향에서 종주할 때 꺾어지는 지점을 놓치고 헤매던 바로 그곳이다.
나뭇가지들을 잡고 절벽을 이리 저리 돌아 힘겹게 올라가면 원주의 '고든치'님 표지기 한 장이 걸려있어 몇 년 전 술잔을 같이 하며 산 이야기로 꽃을 피우던 그때의 기억이 잔잔하게 떠오른다.


- 봉복산
힘겹게 능선이 갈라지는 암봉을 넘어 눈 속에 숨어있는 바위에 연신 미끄러지며 무릎을 넘는 눈을 헤치고 황량한 산길을 올라간다.
암봉을 우회해서 바로 삼년대 이정판을 만나고는 갈림길로 생각해 무심코 왼쪽 가파른 지 능선으로 잘못 빠졌다가 마루금을 보고 되돌아온다.
눈꽃과 상고대가 어우러진 수목의 터널을 빠져 나오다 흰옷을 입은 멋진 산타클로스가 되어서 삼년대와 황장곡을 잇는 뚜렷한 사거리안부를 지난다.
가파른 눈길 따라 775.0봉을 오르면 그제야 동쪽으로 흘러가는 한강기맥의 마루금이 확인되고 봉복산 갈림봉이 앞에 보인다.
눈을 덮고 있는 키 작은 조릿대들을 헤치며 한결 편해진 눈길 따라 전위봉을 하나 더 넘고 능선이 갈라지는 1013봉에 오르니 좁은 공터가 있고 양쪽으로 표지기들이 많이 걸려있다.
왼쪽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길을 버리고 남서 방향으로 완만한 산죽 길을 신나게 내려가다 한남대에서 올라오는 왼쪽 등로와 만나 더 뚜렷해진 능선을 올라간다.
사방으로 눈꽃들이 펼쳐지는 호젓한 능선을 따라 정상판이 두개나 서있는 봉복산(1021.5m) 정상에 오르면 반갑게도 등산객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나있고 무엇인가 끊여먹은 흔적이 보여 사람들의 따뜻한 체취가 그리워진다.


- 신대리
조망도 가려있는 정상에서 저물어오는 시간을 생각하다 발자국을 따라 완만하게 이어지는 눈길을 내려가니 나뭇가지사이로 유동리로 떨어지는 나지막한 산봉들이 모습을 나타낸다.
뚜렷하고 굴곡 없는 편안한 산길을 한동안 따라가면 등산로 이정표가 보이고, 발자국은 왼쪽의 신대계곡 쪽으로 꺾어져 주봉산은 이제 포기하고 만다.
지능선을 잠시 내려가다 말라버린 계곡으로 떨어지고, 돌밭 길을 따라 눈길에 미끄러지며 한적한 길을 내려가니 서서히 날이 저물며 인적 끊어진 적막한 산중에는 어둠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조금씩 넓어지는 길을 한동안 따라가다 덤불들을 헤치고 내려가면 갑자기 서양식의 펜션이 나오고 하나 둘 불을 밝히고 있는 신대마을이 앞에 보인다.
태기산 등산로가 갈라지는 도로 삼거리에서 무작정 도로를 내려가려다 혹시나 하고 불 켜진 가겟집으로 들어가 물어보니 바로 삼거리에서 7시에 막차가 떠난다고 한다.
마음씨 좋은 주인 할머니의 배려로 뜨끈하게 불을 지핀 안방에 앉아 호사스럽게 소주를 마셔가며 1시간 남은 원주 버스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