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강풍이 몰아치는 설악산의 변두리 (신선봉-마산-죽변봉)

킬문 2007. 12. 20. 10:43
2007년 12월 16일 (일요일)

◈ 산행일정

서초구청앞
미시령(24:00-05:33)
상봉(06:49)
화암재(07:20)
아침(-07:41)
신선봉(08:03)
869.5봉(08:48)
대간령(09:04)
890봉(09:33)
병풍바위(10:07)
마산(10:28)
돌참호(10:44-11:20)
삼거리안부(11:39)
점심(12:06-12:43)
855봉(13:07)
750봉(13:31)
암봉(14:07)
산성터봉(14:31)
전위봉(14:50)
죽변봉(15:07)
임도(16:25)
22사단후문(16:35)
22사단정문(17:35)
인제(18:40)
용문역(19:50-20:55)
청량리역(21:11-22:20)

◈ 도상거리
약21km

◈ 산행시간
11시간07분

◈ 동행인
술꾼, 캐이, 높은산, 바람부리, 전배균, 이사벨라, 연어

◈ 산행기

- 상봉
어둠에 묻혀있는 미시령에서 술꾼님, 바람부리님과 승합차를 내려 대구에서 온 백두대간팀과 함께 철망문을 열고 산으로 들어간다.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황량한 돌밭길을 따라 올라가면 속초시의 야경이 펼쳐지고 바닷가의 구름이 마치 고산의 연릉처럼 시커멓게 시야에 들어오지만 예상치 못했던 강추위에 몸이 움츠러든다.
아려오는 손가락들을 꼬물락거리며 나목들사이로 길을 찾아 올라가니 앞서가는 사람들의 랜턴불로 착각한 밝은 별들이 겨울하늘에 총총히 떠있다.
오늘 따라 흐릿한 랜턴불을 밝히고 진달래들이 곱게 피었었던 바위지대를 따라가다 잘못 암벽으로 올라서면 일진광풍이 불어오며 쓰고있던 모자를 절벽쪽으로 날려보낸다.
철쭉가지에 뺨을 굵혀가며 눈이 살짝 덮혀있는 너덜지대를 따라 어둠속에 돌탑 한기가 어슴프레 서있어 산객을 반겨주는 상봉(1239m)을 어렵게 넘는다.



▲ 속초와 바다의 야경


- 신선봉
멀리 떨어진 신선봉을 바라보며 밧줄들을 잡고 바위지대를 통과해 험한 암벽을 휘돌아 능선으로 올라서니 서서이 여명이 밝아오며 북설악과 향로봉산맥의 연릉들이 기지개를 펴듯 모습을 드러낸다.
화암사와 이어지는 화암재로 내려가 라면을 끓이며 아침을 준비하고 있으면 일출이 시작되어 붉은 기운이 동해와 설악산자락을 골고루 비춰준다.
산악회 사람들을 천천히 추월하며 황철봉같은 너덜지대를 지나서 마루금에서 약간 떨어져있는 신선봉으로 꺽어지니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에 족적은 보이지 않는다.
너덜지대를 따라 신선봉(1204m) 정상으로 올라가면 몸을 휘청거릴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어오고 한기가 엄습하지만 조망이 사방으로 트여서 설악산일대와 가리봉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향로봉너머로 아련히 보이는 금강산이 가슴을 설레이게 하며, 가야할 죽변봉이 정면으로 서있어 녹녹치 않은 산세를 보여준다.
갈림길로 돌아와 뚝 떨어지는 눈길을 서둘러 내려가니 신선봉은 뒤로 뾰족하게 솟아있고 정면으로 대간령을 지나 마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가깝게 보인다.
삼각점(설악21/2007재설)이 있는 869.5봉을 지나 집터들이 있는 대간령으로 내려가 막 도원저수지쪽에서 산행을 시작한 일행들과 반갑게 만난다.



▲ 암릉에서 바라본 향로봉



▲ 신선봉에서 바라본 대청봉



▲ 신선봉에서 바라본 가리봉줄기



▲ 신선봉에서 바라본 오른쪽의 죽변봉



▲ 신선봉에서 바라본 금강산



▲ 신선봉에서 바라본 울산바위



▲ 대간령 내려가며 뒤돌아본 신선봉



▲ 대간령 내려가며 바라본 오른쪽의 마산



- 마산
등산객들로 번잡한 고개를 서둘러 떠나 가파른 바위지대를 올라가면 시야가 훤히 트여서 지나온 능선과 운봉산이 잘 보이고 짓푸른 겨울바다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진다.
너덜지대를 지나 참호가 파여있는 890봉을 넘고 호젓한 산길 따라 병풍바위(약1070m)에 오르니 매봉산에서 칠절봉과 향로봉을 지나 금강산으로 이어지는 신줄기가 장쾌하고 마산에서 진부령으로 몸을 낮추는 백두대간이 내려다 보인다.
반대에서 오는 단체 등산객들을 만나며 마산(1051.8m)에 오르면 삼각점(간성23/2004이설)과 정상목이 서있고 예전의 타종하던 군시설물은 보이지 않는다.
거센 바람을 피하며 막걸리와 더덕주를 나눠마시고 홀리로 이어지는 잘나있는 길을 따라가다 바로 능선으로 붙어 발자국 없는 잡목숲을 내려간다.
매섭게 불어오는 찬바람에 정신을 뺏긴채 주민들의 비닐끈들이 묶여있는 지능선으로 내려가다 돌아와 돌참호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꺽어진다.
급하게 뚝 떨어지는 너덜지대를 방향만 맞추고 한동안 내려가 왼쪽의 홀리방향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니 키낮은 산죽사이로 호젓한 등로가 이어진다.



▲ 마산 오르며 바라본 운봉산과 도원저수지



▲ 병풍바위에서 바라본 설악산과 가리봉줄기



▲ 병풍바위에서 바라본 향로봉산맥



▲ 마산 정상



- 죽변봉
내내 눈에 들어오는 향로봉을 바라보며 송이때문인지 붉은 비닐끈들이 지저분하게 걸려있는 산길을 타고 바위지대들을 연신 지나친다.
마치 바벨탑처럼 뾰족하게 서있는 신선봉을 돌아보며 소나무들이 많은 산길을 따라가다 바람이 약한 사면에서 라면을 끓이고 소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는다.
시종 거세게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참호들이 파여있는 좋은 길 따라 암릉이 있는 855봉을 넘어서면 멀리 마지막 봉인 죽변봉옆으로 바다가 잘 보인다.
발목에 자꾸 걸리는 군전화선과 함께 구덩이 하나 파여있는 750봉을 넘어서니 앞으로 멋진 암봉이 보이고 엇비숫한 봉들을 몇개 지나 머리가 까인 죽변봉이 모습을 나타낸다.
뚝 떨어져 내려가 왼쪽으로 길이 갈라지는 안부를 지나고 가파른 산길을 타고 능선이 북동쪽으로 꺽이는 암봉을 힘겹게 넘는다.
고사목들이 많은 능선길 따라 신선봉과 마산에서 이어온 산봉들을 바라보며 산성터인지 돌무더기들이 쌓여있는 봉우리를 넘는다.
미친듯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안부에서 넓은 헬기장으로 되어있는 죽변봉(680.1m)에 오르면 삼각점은 없고 반듯하게 네모난 돌에 누군가 메직펜으로 이름만 적어놓았다.
정상에서는 역시 사방으로 조망이 좋아 지나온 마루금이 거침 없이 펼쳐지고 낮은 구릉지대사이로 불쑥 올라선 운봉산이 내려다 보이지만 이어지는 능선을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 750봉에서 바라본 죽변봉



▲ 뒤돌아본 신선봉



▲ 죽변봉 정상



▲ 죽변봉에서 바라본 운봉산



- 학야리
남동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잠시 따라가다 동쪽으로 방향을 잡아 급사면을 치고 내려가니 낮은 능선이 이어지지만 산길은 전혀 없고 야산에는 잡목들만 빽빽하다.
찔리고 긁히며 이리저리 잡목들을 뚫고 답답한 능선을 대강 치고 낮은 봉우리로 올라가면 비로서 시야가 트여 암봉을 지나 운봉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가늠되고 오른쪽으로는 넓게 자리잡은 군부대가 보인다.
한동안 잡목과 억새들을 뚫고 폐무덤가로 간신히 내려가 앞의 암봉을 우회해서 억새밭을 내려가니 임도가 나오고 추위에 지친 일행들은 산행을 끝내자고 한다.
군부대가 보이던 오른쪽으로 내려가 부대후문을 만나고 왼쪽으로 철조망을 따라가다 산쪽으로 너무 길게 이어져 올라가 다시 돌아온다.
추위에 덜덜 떨며 기다리다 우여곡절끝에 넓은 부대를 통과해 학야리의 22사단 정문을 빠져나가면 벌써 주위가 어두어지기 시작한다.
못 올라간 운봉산을 아쉽게 바라보며 승합차에 올라 속초에서 새로 개통된 미시령터널을 빠져나와 뒤풀이를 할 인제로 향한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운봉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



▲ 낮은 야산지대에서 바라본 운봉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