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인산인해 月出山

킬문 2007. 12. 3. 17:18
2007년 11월 11일 (일요일)

◈ 산행일정
동대문주차장
탐방지원소(07:00-12:10)
구름다리
천황봉(14:48)
바람재
미왕재(16:37)
도갑사(17:26)
동대문(18:10-23:55)

◈ 도상거리
약 10km

◈ 산행시간
5시간 16분

◈ 동행인
아내

◈ 산행기

4년전인 2003년 여름, 폭우속에 월출산을 올랐던 아내는 간간이 비구름속에서도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암봉들을 보고는 날 좋을 때 다시 한번 가자고 은근히 채근을 해왔다.
마침 한가한 날을 잡아 동대문에서 산악회의 버스를 타고 영암으로 내려가니 고속도로는 단풍철을 맞아 내장산으로 향하는 차량들로 야단이 났고, 또 5시간 넘게 좁은 버스안에 갇혀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 가벼운 멀미기운까지 들며 답답해진다.
입구부터 막히는 버스에서 내려 낯익은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각지에서 몰려든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고 시끄럽지만 평야에서 암봉으로 홀연히 솟아오른 월출산은 역시 오늘도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맨몸에 물통 하나 들고 가족들끼리 또는 연인들끼리 놀러나온 사람들과 뒤섞여 새로 지은 천황사를 지나고 좁은 등산로를 왁자지껄 올라가니 갈림길에서 산악회의 가이드가 코스도 짧고 사람들도 덜 몰리는 바람폭포쪽으로 유도하지만 여기를 몇시간이나 걸려서 왔는데 하고 중얼거리며 새로 놓았다는 왼쪽의 구름다리 방향으로 꺽어진다.
가파른 돌밭길 따라 구름다리 근처로 올라가면 수백명의 사람들이 뒤섞여 움직이지도 못하고 웅성거리고 있으며 다리를 통과하는 사람들도 반대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때문에 가지도 못하고 제자리에 서있다.
찬바람을 맞으며 30여분 기다려 간신히 구름다리를 건너서 철계단을 타고 정체구간을 힘겹게 빠져나오니 본격적인 암릉길이 시작되는데 발밑으로는 영암벌과 푸른 월성저수지가 시원스럽게 펼쳐지며 송신탑들이 서있는 활성산이 잘 보인다.
불티재에서 이어지는 땅끝기맥과 만나고 사자봉을 사면으로 내려가 다시 가파르게 이어지는 등로 따라 정상쪽으로 올라가면 이번에는 좁은 통천문을 한줄로 통과하느라 또 병목현상이 생긴다.
난전처럼 소란스러운 월출산 천황봉(808.7m)을 올라 기념사진 한장 박고 또 한동안 기다려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꽉 막힌 구간을 내려가니 이제 정체구간은 끝나며, 구정봉으로 이어지는 암릉구간이 앞에 멋지게 펼쳐져 아내는 연신 감탄사를 터뜨린다.









▲ 천황봉



▲ 천황봉에서 바라본, 불티재로 이어지는 땅끝기맥






▲ 멀리 보이는 주지봉



경포대로 내려가는 바람재를 넘고 자그만한 남근석을 지나 구정봉옆의 바위에 앉아 삶은 달걀에 소주 한컵으로 몸을 달래고 김밥을 꺼내지만 입도 쓰고 날이 추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사면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로 따라 땅끝기맥상의 월각산과 정면으로 멋지게 서있는 주지봉을 바라보며 미왕재로 내려가면 아직 꽃술을 달고있는 억새들이 바람에 살랑거리며 지고있는 햇살에 반짝거린다.
무릎이 아파 가파른 돌밭길을 천천히 내려오는 아내를 데리고 수많은 등산객들과 함께 남아있는 단풍들을 구경하며 도갑사로 내려가니 본전을 새로 짓는지 어수선하다.
불타듯 새빨간 단풍들이 반겨주는 도로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가 산악회에서 준비한 김치찌개에 소주를 마시며 앉아있으면 무성한 산죽만이 기억나는 도갑산자락에는 금방 어둠이 몰려온다.





















▲ 월각산과 주지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