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설악산 그리메 (가리봉-주걱봉-1226.5봉-1044.9봉-원통)

킬문 2007. 11. 8. 12:29
2007년 11월 4일 (일요일)

◈ 산행일정
동대문운동장
한계령(22:00-01:55)
1003.6봉(04:20-05:12)
사거리안부(05:32)
962.7봉(07:18)
1087.2봉(08:01)
나무이정표(09:07)
가리봉(09:43)
1421.5봉(10:01)
가리산리갈림길(10:13)
주걱봉
절벽지대(10:40)
느아우골안부(11:06)
삼형제봉통과(11:44)
1246봉(12:16)
고목안부(12:45)
1226.5봉(13:04)
능선갈림봉(13:38)
국립공원경계(14:57)
960봉(15:13)
임도(15:15)
1044.9봉(15:31)
임도종점(16:11)
830봉
삼각점봉(16:44)
포장도로(17:19)
원통터미널(17:35)
홍천터미널(17:45-18:55)
용문(19:10-20:10)
청량리역(21:11-22:15)

◈ 도상거리
약 22km

◈ 산행시간
13시간

◈ 산행기

- 한계령
설악산 가는 산악회 버스를 타고 새벽 2시도 안되어 한계령에 도착하고 보니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휴게소는 불이 꺼져있고 가스 난로가 이글거리던 화장실도 냉기에 썰렁하기만 하다.
등산용품과 간단한 먹거리 등을 파는 간이 포장트럭의 의자에 앉아 더운 어묵 국물에 소주를 마셔가며 시간을 죽이고 있으면 잠깐은 몸둥이가 데워지지만 시간이 갈 수록 한기가 들고 떨려온다.
직직거리는 트럭의 티브이를 기웃거리며 수많은 산악회의 단체 등산객들을 지나쳐 보내고 참다 못해 예정보다 이른 4시경에 시커먼 산자락으로 들어간다.
교통 안내판 뒤에서 깍아지른 황토 절개지를 오르다 떨어질까 불안해 다시 내려오고, 이리저리 길을 찾아보다 나무들을 잡고 능선으로 간신히 올라서니 참호들이 파여있으며 검은 케이블선이 지나간다.
가파른 능선 따라 공터가 있는 봉에 오르고 표지기들을 보며 글씨 없는 삼각점이 있는 1003.6봉을 지나서 약한 랜턴빛에 의지해 고난의 길을 열어간다.


- 가리봉
쳔연보호구역 표시석을 만나 좌우로 길이 뚜렷한 안부를 지나고 바로 앞에서 괴이하게 울어대는 산짐승을 쫓으며 정적에 묻혀있는 숲을 오르면 소음과 함께 44반국도를 오가는 차량들의 불빛이 스쳐가고 건너편 설악산의 실루엣이 마치 거벽처럼 느껴진다.
봉우리들을 우회해서 낮은 산죽이 깔린 능선을 오르니 설악산 쪽으로 일출이 시작되며 어둠 속에 숨을 죽이고 서있던 점봉산과 만물상의 기기묘묘한 암봉들이 기지개를 펴듯 반짝거리며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암봉들을 우회하며 삼각점(설악428/2007재설)이 있는 962.7봉에 오르면 조망이 트여서 지나온 산줄기 너머로 안산에서 귀떼기청봉을 지나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설악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오늘 따라 유난히 힘이 들고 컨디션이 안 좋아 걱정이 앞선다.
줄줄이 나타나는 표시석들을 지나 낙엽에 미끄러지며 산죽으로 덮혀있는 능선을 타고 봉우리들을 넘어 1087.2봉으로 올라가니 정상의 바위 밑 둔덕에 삼각점(설악430/2007재설)이 놓여있고 아침이라 그런지 주위의 검은 색 나는 암벽들이 한결 우중충하게 보인다.
시간 상으로는 벌써 나왔어야 할 가리봉을 생각하며 암릉을 넘고 암봉들을 우회하며 쓰러진 나무들을 피해서 봉우리로 올라서면 또 다른 봉우리가 나오고 파란 하늘만이 눈부시게 머리위에 펼쳐진다.
필례계곡 쪽으로 긴 능선이 분기 하는 봉으로 오르니 작은 나무이정판이 서있어 몇년 전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제서야 가리봉을 향한 급한 암릉길이 시작된다.
설악산과 점봉산 그리고 방태산과 오대산자락이 훤히 펼쳐지는 곳곳의 전망대들을 지나서 암봉들을 우회하고 고사목들이 서있는 암릉을 힘겹게 올라간다.
구슬땀을 흘리며 드디어 산악불사조부대의 정상목이 서있는 가리봉(1518.5m)에 올라가면 독수리같은 큰새 한마리가 막 창공으로 도약을 하고있고, 사방 거칠 것 없는 조망에 가슴이 뚫리지만 3시간 반이면 올라온다는 코스를 5시간 반이나 걸렸으니 그저 자신이 한심스러울 뿐이다.



▲ 여명의 설악산



▲ 일출과 만물상



▲ 962.7봉에서 바라본 서북능선과 귀떼기청봉



▲ 962.7봉에서 바라본 안산



▲ 전망대에서의 방태산쪽 조망



▲ 뒤돌아본 설악산



▲ 가리봉 정상



▲ 가리봉에서 바라본 방태산과 오대산



▲ 가리봉에서 바라본 주걱봉과 삼형제봉



- 주걱봉
아름다운 소가리봉을 둘러보고 가야 할 주걱봉과 삼형제봉을 향하여 밧줄이 걸려있는 암릉길을 내려가면 주걱봉 너머로 1226.5봉을 지나 원통으로 길게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리봉 정상부의 길게 뻗어내린 흰색 암벽들을 바라보며 암릉 따라 이등삼각점(설악23/2007재설)이 있는 1421.5봉을 넘고 점점 다가서는, 우람하게 솟아오른 주걱봉을 경이스럽게 쳐다본다.
이정표가 서있는 안가리산 하산로를 지나고 거대한 주걱봉(1401m)을 왼쪽으로 우회하며 낙엽 깔린 바위지대를 따라가니 주걱봉의 두 봉우리 사이에 만들어진 깊은 협곡이 오금을 저리게 한다.
미끄러운 바위들을 조심스레 넘고 우회하며 밧줄이 걸려있는 까다로운 절벽지대를 몸을 바짝 붙이고 통과하고 나면 주걱봉 암벽의 푸른 소나무들과 빨간 단풍나무들이 동양화를 보듯 아름답게 눈에 들어온다.
잔 너덜이 깔린 낙엽길을 뚝 떨어지며 가파르게 내려서니 느아우골로 이어지는 안부가 나오고 반들반들한 공터에는 잔잔한 바람이 불어오며 산객의 진땀을 말려준다.
육산으로 바뀐 능선을 타고 삼형제봉으로 향하면 왼쪽 사면으로 족적이 어지럽지만 완전히 삼향제봉 암벽까지 올라가 표지기들을 확인하며 왼쪽으로 우회한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흐릿한 족적 따라 인수봉처럼 뾰족하게 솟아오른 삼형제봉(1225m)을 완전히 돌아 통과하니 이제 암릉 길이 다 끝난 것 같아 안도감이 든다.



▲ 가리봉에서 바라본 소가리봉



▲ 다가서는 주걱봉과 삼형제봉



▲ 절벽지대



▲ 주걱봉의 협곡지대



▲ 삼형제봉



- 1226.5봉
안부를 지나서 다시 나타나는 거친 바위들을 타고 넘어 나무뿌리들을 잡으며 험한 암릉길을 땀을 흘리며 올라가면 뒤로는 가리봉에서 삼형제봉으로 이어지는 암봉들이 시야에 멋지게 들어온다.
3면이 절벽으로 되어있는 1246봉의 바위로 올라가니 역시 일망무제로 사방이 트여 가리산리 일대가 훤하고, 그 너머로 한석산과 매봉이 잘 보이며, 지나 온 그리고 가야 할 능선이 일목요연하게 펼쳐진다.
정상에서 조금 뒤로 1246봉을 휘돌아 내려가고 다음 암봉을 직등해서 넘어 고목 한그루 서있는 안부로 내려가면 양쪽으로 길이 뚜렷하고 나물꾼들이 버렸는지 온갖 쓰레기들이 널려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
촘촘히 달려있는 붉은 헝겊들을 보며 참호들이 파여있는 가파른 능선을 따라 올라가니 지저분한 참호와 삼각점(설악309/2007재설)이 있는 1226.5봉이 나오는데 남쪽 장승고개로 능선이 갈라져 나가고 조망은 별로이다.
정상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참호들이 파여있고 간간이 비닐끈들이 걸려있는 흐릿한 능선을 따라가면 점점 잡목들이 심해지고 거치장스러운 미역줄나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1110m 정도의 암봉을 잡목들을 헤치며 오른쪽으로 길게 우회해서 내려가 다음의 1010m 정도의 암봉도 역시 오른쪽으로 우회해 빽빽한 미역줄나무 군락들을 제치며 사방에 쓰러져있는 나무들을 넘는다.



▲ 1246봉 오르며 뒤돌아본 가리봉



▲ 1246봉에서 바라본 왼쪽의 매봉과 한석산 그리고 가운데의 1226.5봉



▲ 고목 안부



- 1044.9봉
힘겹게 암봉들을 통과하고 펑퍼짐한 지형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잘 잡아 빽빽한 잡목들을 뚫으며 능선만 가늠하고 내려가니 지형도상 국립공원이 끝나는 안부가 나온다.
자작나무 숲을 지나고 맞은 편의 1044.9봉을 바라보며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길을 따라 960봉에 오르면 간벌된 나무들이 뒹굴고 밑으로는 기다리던 임도가 내려다 보인다.
임도로 내려가 가파른 절개지를 타고 능선으로 붙어 다시 임도와 만났다가, 휘어지는 임도를 버리고 마루금에서 약간 떨어져있는 1044.9봉으로 오르니 삼각점(1977/3(4))이 묻혀있고 간벌된 나무들만 쌓여있다.
갈림길로 돌아와 다시 임도로 내려가면 시야가 확 트여서 대암산에서 도솔지맥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와 매봉산에서 향로봉으로 흐르는 산줄기가 나란히 길다란 하늘금을 그려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수북하게 쌓여있는 낙엽들을 밟으며 능선을 바짝 끼고 이어지는 호젓한 임도를 따라가니 늦가을 오후의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청명하고 바람은 또 부드럽게 불어온다.
멀리 원통 시가지를 바라보며 줄곳 임도를 따라가면 점차 바위들이 나타나고 길이 묵어 험해지다가 830봉 바로 앞에서 시멘트 차량 대피호가 나오며 3km쯤 되는 임도는 끝이 난다.



▲ 1044.9봉 정상



▲ 임도에서 바라본 대암산과 향로봉



▲ 적적한 임도



- 원통
산으로 들어 노송들이 서있는 암봉을 뚜렷하게 이어지는 왼쪽 사면길로 돌아 무심코 서쪽의 다른 지능선으로 내려가다 되돌아온다.
830봉을 완전히 돌아 묵은 헬기장을 지나서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가니 바위지대와 소나무들이 어우러진 730m 정도의 능선 갈림봉이 나오고 뚜렷한 길은 북쪽의 갈골 방향으로 휘어진다.
남서쪽의 면경계로 길을 잡아 지형도에도 없는 새 삼각점이 놓여있는 벙커봉을 지나 고도를 낮춰가며 가파른 낙엽길을 몇번이고 미끄러지며 내려간다.
노송 서있는 전망대 절벽에서 북천을 내려다보고 삼각점이 표기된 414.1봉을 눈에 불을 켜고 찾으며 참호들이 파여있는 호젓한 능선 길을 뚝 떨어져 내려간다.
막판에 흐지부지 길이 없어지는 숲을 지나 임도를 만나서 얼굴에 검정칠을 하고 훈련 나온 어린 군인들을 지나쳐 포장도로로 내려가면 산행은 끝난다.
찬바람을 맞으며 원통교를 건너 터미널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으니 원통시내에는 불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하고 북천 너머로 낯익은 칠성고개와 어둠에 물들어가는 봉화봉이 뾰족하게 올려다 보인다.



▲ 벙커봉의 삼각점



▲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북천



▲ 북천너머의 봉화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