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지맥 (Ⅰ)

주왕지맥 4구간 (속사리재-백적산-잠두산-백석산)

킬문 2008. 2. 26. 12:42
2003년 12월 31일 (수요일)

◈ 산행일정
중계동(04:30)
속사리재(07:06)
878.5봉(07:53)
1003.3봉(08:48)
헬기장(09:22)
950봉(09:34)
이목정리지능선(10:06)
백적산(10:36)
978봉(11:20)
모릿재(11:38)
전위봉(12:00)
잠두산(13:01)
안부(13:30)
백석산(14:00)
마랑치(14:29)
계곡(15:10)
던지골(15:29)
속사리재(16:04)
중계동(19:00)

◈ 산행시간
약 8시간 23분

◈ 산행기

- 속사리재
몇년전 가리왕산에서 중왕산으로 내려가 청옥산으로 방향을 돌리며 백석산과 잠두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을 부러움의 눈으로 바라만 본 적이 있었다.
끝이 없이 아련하게 뻗어 나가던 산줄기를 찾을 날만 엿보다가 들머리까지는 승용차로 가서 하산지인 던지골에서는 주민의 차를 이용해 손쉽게 차량 회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바로 산행을 결정한다.
딴은 적설량이 엄청나게 많은 한겨울에는 잠두산과 백석산만 잇는 산행조차도 힘드리라는 얄팍한 계산이 작용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차를 끌고 속사와 진부를 잇는 6번국도상의 속사리재에 도착하니 서서히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고, 외딴 농가의 개소리를 들으며 반쯤은 무너진 황폐한 임도로 올라간다.


- 1003.3봉
덤불들이 발목을 잡아채는 능선으로 붙으면 수북히 쌓인 눈위에는 짐승들의 발자국만 보이고 길 흔적도 없지만 낮은 봉우리를 돌아 오르니 가야할 능선의 윤곽이 보이고 희미한 족적이 나타난다.
가슴이 시원하게 트이는 능선을 그리며 시작한 산행은 바짝 마른 잡목들과 덤불들이 꽉찬 황량한 산길로 이어지고 다가오는 새해를 시샘하는 듯 찬바람이 거칠게 불어온다.
송림숲을 지나서 지독한 덤불숲과 가시나무들을 뿌리치며 878.5봉에 오르니 삼각점은 보이지 않고 묘지로 내려와 두터운 점퍼를 벗고 있으니 찌푸린 하늘에는 기어이 싸래기눈이 휘날리기 시작한다.
눈 덮힌 쌍묘를 지나고 날등에 쌓여있는 잡목들을 피해서 낙엽송들 사이로 가파른 사면을 치고 오르면 높이 솟구쳐 보이던 1003.3봉인데 역시 삼각점은 찾을 수 없고 계방산자락만 흐릿하게 보인다.
잡목들을 헤치며 인적없는 산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면 회색빛 하늘에서는 밀가루같은 눈이 쉴새없이 내려오고 차디찬 바람은 숲을 울리며 얼굴을 때린다.


- 백적산
산허리를 구불구불하게 갉아 먹는 임도들을 바라보며 봉우리를 넘고 잡목들을 뚫으며 억새가 무성한 헬기장으로 내려간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로 올라서면 그제서야 백적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조금 더 진행한 950봉에서는 백적산을 바라보며 급하게 방향을 꺽어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간다.
좁은 날등을 타고 암릉들을 넘어 소나무 한그루가 서있는 멋진 암봉에 오르니 눈보라속에서도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과 계방산으로 분기되는 한강기맥이 잘 보인다.
마치 통천문처럼 바위 두개가 서있는 석문을 통과하고 지능선이 이목정리쪽으로 분기되는 곳에 닿으니 모처럼 표지기들도 반겨준다.
"정상 0.2km"라 쓰인 이정목을 지나면 곧 눈이 허옇게 덮힌 너덜지대가 나오는데 흰돌이 잔뜩 박힌 바위들이 널려있어 백적산이라는 이름의 유래를 짐작하게 해 준다.
돌탑들을 지나 삼각점이 있는 백적산(1142.2m)에 오르니 조망이 시원하게 트여서 지나왔던 능선이 잘 보이고 가야할 잠두산과 백석산이 모습을 드러내며 백덕산 너머로 치악산이 아득하게 보인다.



(너덜지대가 있는 백적산)



(소나무가 서있는 암봉)



(석문)



(백적산 정상의 너덜지대)



(너덜지대)



(너덜지대에서 바라본 지나온 능선)



(백적산 정상)



- 모릿재
재치로 내려가서 금당산을 일으키는 남서쪽 능선을 확인하고 잠두산을 바라보며 남동쪽 능선으로 꺽어져 이정목을 지난다.
눈덮힌 가파른 암릉을 조심스레 내려가면 바람에 휘날리는 눈발은 연신 얼굴에 와 닿고 배낭끈은 주인의 목덜미를 아프게 때려댄다.
이정목이 있는 안부를 지나고 978봉에 오르니 뚜렸한 족적이 왼쪽으로 이어지지만 능선은 오른쪽으로 길게 휘어지며 안부로 뚝 떨어진다.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산길을 내려가면 임도삼거리를 이루고 있는 모릿재인데 포장도로는 밑의 터널로 지나가고 이동통신 중계소와 산불초소가 쓸쓸하게 바람을 맞고 있다.
고개를 넘어 겨우살이 군락지를 지나고 전위봉에 오르니 능선은 오른쪽으로 꺽어지며 반대쪽에서 내려오면서 잘못 직진하기 쉬운 왼쪽능선은 누군가 굵은 나무로 막아 놓았다.
바람이 좀 덜하고 햇빛이 따뜻하게 내리쬐는 숲길에 앉아 소주 한잔에 언몸을 녹이고 늦은 점심을 먹으며 앞에 솟아있는 잠두산의 닮은 모습을 이리저리 연상해 본다.



(모릿재)


- 잠두산과 백석산
낙엽위로 눈이 덮여 미끄러운 능선길을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한발 한발 올라가면 눈은 점차 발목을 덮고 바람이 거세지며 눈꽃들도 터널을 이루고 있다.
암릉을 휘돌아 작은 암봉에 삼각점이 있는 잠두산(1243.2m)에 오르니 나뭇가지 사이로 걸어왔던 능선이 훤히 보이며 더 높게 솟아있는 백석산은 거대한 산세를 자랑하고 있다.
굴곡없이 평탄한 능선길을 따라 키 작은 푸른 산죽지대를 통과하고 맞은편으로 겨울해에 반짝이는 금당산과 거문산을 바라본다.
자작정에서 올라오는 등로가 있는 넓은 안부를 지나고 가팔라지는 눈길을 오르면 바람은 더 기승을 부리고 추위는 옷속으로 사정없이 파고 든다.
통신시설물을 지나 넓은 헬기장으로 이루어진 백석산(1364.6m)에 오르니 조망이 한점 막힘이 없어, 빙 둘러가며 겹겹히 쌓인 봉우리들은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고 주왕산과 가리왕산으로 힘차게 뻗어 나가는 능선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쿨해 진다.
오늘의 최고봉에 올랐고 이제 하산하는 일만 남았으니 소주 한잔을 따라 정상주를 하고 사방을 둘러보며 거침없이 펼쳐지는 전망들을 다시 한번 만끽한다.



(잠두산 정상)



(잠두산 내려오며 바라본 백석산과 가리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백석산에서 바라본 잠두산)



(백석산 정상)



- 던지골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능선을 내려가면 바위전망대 하나가 눈에 띄고 가까히 가 보니 천길벼랑에 오금이 저리는데 온통 설화를 피우고 있는 백석산의 뒷통수가 아름답게 보인다.
봉우리를 오른쪽으로 우회하며 능선을 따라가면 1348봉을 거쳐 주왕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장쾌하게 보이고 영암사 이정표를 보며 마랑치로 내려가니 주왕산쪽으로도 발자국이 뚜렸하게 나 있다.
산사면을 돌면서 주황색 함석지붕이 있는 영암사로 내려가니 주인없는 요사채에는 풍경소리만 그윽하고 쌓여있는 장작더미를 보니 문득 따뜻한 사람이 그리워진다.
돌탑들을 구경하며 산허리를 빙빙돌아 고도를 낮추는 산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계곡으로 떨어지고 두텁게 얼어붙은 바위틈으로 가느다란 물줄기가 나지막한 소리를 내며 흘러간다.
곧 임도와 만나고 몇가구 안되는 던지골로 내려가니 미리 연락해둔 트럭이 벌써 시동을 걸어놓고 기다리고 있다.
새해 새날에는 또 어떤 산행이 기다리고 있을지 사뭇 기대에 부풀어 던지골을 빠져 나오며 층층히 솟아있는 흰 봉우리들을 다시 한번 쳐다 본다.



(백석산의 눈꽃)



(백석산의 눈꽃)



(영암사)



(영암사밑의 돌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