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제천에서 열린 금수산 산악마라톤에 다녀왔습니다.
벌써 7회째라고 하는데 참가선수들도 많고 사람들의 열기가 대단해서 대회장 근처가 난전처럼 시끌벅적하며 간간이 아는 사람들도 만나 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이 대회는 충주호의 청풍랜드에서 출발하여 가리봉과 미인봉을 거쳐 최고봉인 신선봉을 오르고 학현리로 내려와 다시 작은동산을 올랐다가 원점회귀하는 경관이 수려한 코스로 유명하며 총 22km중 4km 정도가 아스팔트이고 18km가 산길입니다.
함성과 함께 출발하여 아스팔트도로를 내려가면 영아치라는 고개까지 약 600여미터의 가파른 오르막 길이 시작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숨을 헐떡이며 걸어서 올라가고 초반에 오버페이스를 피하려는 저도 뒷줄에서 천천히 뛰어서 올라가지만 금방 더운 땀이 흐릅니다.
고개를 내려가면 도로는 오른쪽으로 꺽어지며 쏜살같이 뛰어나가던 사람중에서 한분은 벌써 얼굴이 노오래지고 경기를 포기합니다.
조금 더 뛰어가니 드디어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나오는데 한명이 지나갈만한 좁고 가파른 비탈길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니 처음부터 밀리고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애초 가파른 산길을 뛰어서 올라갈수도 없는 일이고 밀린 사람들의 엉덩이만 쫓아가는데 길옆으로 무리하게 추월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힘만 빠지는 일이고 앞서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포기합니다.
한두명씩 추월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힘든 산길을 올라가니 뒤따라 오는 분의 호흡이 너무나 거칠게 들려 나도 모르게 뒤돌아 봅니다.
그러다 밧줄이 걸려있는 곳에서는 마냥 기다리게 되고 아까운 시간만 살처럼 흘러가서 처음에 빨리 뛰지 않았음을 크게 후회하게 됩니다.
능선에 오르면 드디어 시야가 트이며 아름다운 충주호가 내려다 보이고 사방으로 금수산의 멋있는 봉우리들이 삐죽삐죽 솟아 있습니다.
암릉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첫번째 체크포인트인 가리봉(550m)에 오르니 49분이 걸렸고 이미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노송들과 어우러진 기묘한 모습의 바위들을 따라 오르막은 걷고 평탄한 곳은 달리면서 미인봉(565m)에 도착하면 신선봉이 올려다 보이고 이어지는 날카로운 암릉을 기어 오르는 사람들이 아슬아슬하게 보입니다.
거친 바윗길을 오르내리면 밧줄이 걸려있는 위험한 곳에는 어김없이 제천소방서 대원들이 지키고 있지만 또 차례를 기다리며 아까운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헉헉거리면서도 서로 먼저 갈려고 다투고 있고 그 와중에 어떤 분은 커다란 송이버섯을 따서 한손에 들고 자랑합니다.
굵은 밧줄이 걸려있는 20여미터의 수직암벽을 조심해서 오르니 무덤 한기가 보이고 완만해진 참나무 숲길을 뛰어 오르면 오늘 코스의 최고봉이며 두번째 체크포인트인 신선봉(845m)인데 이때까지 1시간 57분이 소요되었습니다.
물도 한컵 마시고 사탕하나 입에 넣고 빼앗긴 시간을 보충하려 빠른 속도로 뛰어 내려가니 날카로운 돌멩이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오고 굉장히 미끄럽지만 산악마라톤화를 신어서인지 별 무리가 없습니다.
아침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반마라톤화를 신고있어 나만 투박하고 무거운 산악마라톤화를 고른것 같아 후회도 되었지만 이럴때는 덕을 단단히 봅니다.
고개로 내려가면 코스는 오른쪽 계곡길로 연결되며 사과 한조각과 사탕한개를 더 얻어 먹고 물에 젖은 미끄러운 너덜길을 한동안 뛰어갑니다.
넓은 임도로 나오니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고 숨을 헐떡이며 뛰어가면 어디선가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리며 승합차 지붕위로 올라온 자원봉사자가 몸을 흔들고 춤을 추며 사기를 북돋아 줍니다.
학생야영장으로 내려가는 상학현리에 도착하니 차양이 쳐져있는 쉼터에서 아주머니들이 바나나를 까주고 얼음물에 탄 미숫가루를 주어 게걸스럽게 두사발이나 마십니다.
지체하지 않고 작은동산을 향해 햇볕이 뜨거운 임도로 들어가면 완만한 돌길이어서 처음에는 뛰어보지만 진땀이 줄줄 흐르고 곧 다른 사람들처럼 걸어서 올라갑니다.
빠른 걸음으로 앞서가는 사람들을 추월하다가 서늘한 숲길로 들어가서 평지가 나오면 뛰고 역시 오르막 길은 걷습니다.
중고개(500m)와 모래고개(450m)는 어디인줄도 모르고 지나치며 곳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물을 준비하고 쵸코파이를 나누어주지만 마지막으로 파워겔만 먹어둡니다.
진땀을 흘리며 가파른 오르막 길을 한동안 오르면 작은동산(545m)에 닿는데 시간은 벌써 2시간 44분이나 지나 서둘러 뛰어가니 마주오는 등산객들이 화이팅을 외치며 격려를 합니다.
큼지막한 바위들이 널려있는 너른 암릉에는 노송 한그루를 얹고 아름답게 솟아있는 바윗돌이 눈에 띄고 발밑에는 출발했던 청풍랜드가 가깝게 내려다 보이며 호수에서는 시원한 분수줄기가 하늘높이 솟구칩니다.
사진찍는 사람에게 포즈 한번 취하고 수직절벽을 뛰어 내려가면 암릉길이 시원하게 펼쳐지며 마지막 남은 봉우리가 앞에서 어서오라 손짓합니다.
쥐가 나서 누워있는 사람들을 지나고 처음에 늦게 올라간다고 짜증내며 사람들을 추월하던 맹렬 여자선수들을 모두 제치고 봉우리에 올라 돌멩이가 쏟아지는 가파른 암릉길을 열심히 뛰어 내려갑니다.
잡초가 무성한 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드디어 도로에 닿고 완만한 아스팔트고개를 넘으면 바로 청풍랜드입구이며 느긋한 발걸음으로 3시간 16분만에 골인점을 통과합니다.
즉석에서 발급해주는 완주증을 받고 화장실에서 대강 찬물로 딱은후 무료로 주는 육개장 한그릇 먹으니 오늘의 일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처음에는 천천히 지치지않게 달리고 후반전에 빨리 뛸려는 생각이었지만 산으로 올라붙는 초입에서 앞사람들에 막혀 시간을 보내고 밧줄이 걸려있는 험한 곳에서도 차례를 기다리며 많은 시간을 버린채 힘이 남아 들어왔으니 애초 생각이 잘못된 것입니다.
즉 처음부터 속도를 내어 3.5km정도의 아스팔트도로를 재빨리 달리고 선두에서 산으로 올라 붙었으면 3시간 이내에 충분히 들어올수 있었는데 무척 아쉬운 일입니다.
산악마라톤은 나름대로의 매력도 있고 색다른 맛도 있지만 어차피 내리막에서는 빠른 속도로 뛰게 되므로 무릎에 많은 부담을 준다고 할수 있으며 좋은 기록을 위해 가벼운 마라톤화를 신는것은 부상의 위험성이 많아 산악마라톤화가 좋을듯 합니다.
내년에 다시 도전하면 더 좋은 기록으로 완주할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003.09.29)
◈ 경로와 시간
청풍랜드(09:00)
영아치
가리봉(09:49)
미인봉
신선봉(10:57)
학현리(11:15)
중고개
모래고개
작은동산(11:44)
청풍랜드(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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