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ⅹⅰ)

미련한 발길 (불무산)

킬문 2022. 6. 20. 19:57

2022년 6월 19일 (일요일)
◈ 산행경로
도봉산광역환승센터
문암리(06:25-07:51)
철조망안부(09:57)
불무산(10:34)
방골고개(14:09)
운천
의정부터미널

◈ 도상거리
9.4km

◈ 산행시간
6시간 17분

◈ 후기
일기 예보도 확인 안 하고 문암리 정거장에서 버스를 내렸다가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에 놀라 우장을 차리고 앞에 보이는 포장도로로 무작정 들어가지만 길이 사라져 돌아 나와 조금 더 위의 불무사 진입 임도로 들어간다.
불무사를 보며 임도 끝의 무덤가를 지나 반가운 표지기들을 만나 능선으로 붙어 가파른 산길을 한동안 타고 불무산 공군부대로 올라가 무성한 잠복과 넝쿨들을 헤치며 철조망을 따라가면 거의 닳은 비브람 창은 너덜에 쭉쭉 미끄러지고 빗물은 계속 시야를 가려 이런 험한 날에 지뢰지대를 선택한 미련한 결정에 한숨이 나온다.
유실지뢰라도 밟을까 잔득 긴장을 해서 끝이 없이 이어지는 철조망을 한동안 돌아 전에 없던 밧줄들이 얼기설기 매어져있는 급경사 사태지역을 힘겹게 통과해 가로놓인 철제 사다리들을 밟으며 능선으로 붙으니 빗줄기도 서서히 그쳐가서 안심이 된다.
그래도 별 통증 없이 잘 버텨주는 무릎에 안도를 하며 금방 나오지 않는 불무산(669m)에 힘겹게 올라 반듯한 바위에 젖은 옷들을 풀어놓고 앉아서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소주와 막걸리를 꺼내서 마시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는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조망이 트이는 암 능 지대들을 연신 건너고 용도 모를 철통이 뒹구는, 경고판들이 있는 사격장을 통과해서 암 봉을 우회하며 신발을 믿지 못해 날카로운 칼바위 지역을 엉금엉금 기어서 통과한다.
흐릿한 족적을 보며 앞에 보이는 오른쪽 지 능선으로 내려가다 두 번이나 돌아와 잘못 붙여진 표지기를 정리하고 지맥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진다.
곳곳의 조망대에서 운무에 가린 보장산과 종자산을 바라보다 성하의 잡목과 덤불들을 헤치고 금방 나타나지 않는 고개를 기다리며 사격장 지역을 빠져나와 지루한 산길을 타고 가다 예전에 손쉽게 올라왔던 생각만 한다.
무덤들을 지나고 임도와 만나서 전차 방호벽이 서 있는 방골고개로 떨어져서 끊임없이 덤벼드는 날파리 떼들이 지겨워 남은 보장산 구간을 생략하고 다행히 무릎이 괜찮아 내키지 않는 산행을 끝내기로 한다.
고갯마루 널판 조각에 앉아 남은 술을 마시며 젖은 옷들을 갈아입고 포천까지 가깝지 않은 거리의 도로를 터벅터벅 걸어가다 마침 반대에서 차를 타고 고개를 넘어오던 직장 동료를 만나서 운천리까지 가 3001번 좌석버스를 타고 아침에 출발한 도내지고개를 거쳐 의정부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