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이른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지만 그렇다고 그냥 놀 수는 없는 일이라 대강 괴나리 배낭을 메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내려 소리소리 지르며 풋살을 차는 젊은이들을 지나쳐 나지막한 산으로 들어 곳곳의 데크 계단들을 보며 정갈한 산책로를 타고 지형도의 망봉산인 매봉산(x93.9m)로 올라가면 비에 젖은 나무의자 하나만이 적적하게 놓여 산객을 맞아준다.
월드컵터널을 지나 전철 길 따라 모든 나무마다 봄꽃들의 개화를 기다리는 공원을 지나 홍제천을 건너서 민가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난 서대문이음길을 만나 철조망과 억센 가시나무들을 뚫고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궁동산(104.4m)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와 백련산을 기웃거리며 거센 바람에 우산이 몇 번이나 뒤집어지고 모자가 흙탕물로 날아다니는 고역을 겪고 연신 지피에스를 보며 복잡한 도로를 따라간다.
길을 가득 메운 젊은이들로 분주하기 짝이 없는 홍익대학교를 지나 골목길 따라 배드민턴장 옆으로 아슬아슬한 사면을 치고 군부대 철망으로 막혀있는 와우산(x101.9m)에 올라 오래 전 아파트 붕괴 사고를 떠올리며 대강 흩어보고 내려와 방향을 못 잡고 헤매다가 강풍에 시달리며 추위에 벌벌 떨리는 몸을 편의점에서 따뜻한 컵라면으로 데우고 힘을 내어 이대역을 찾아 지친 발걸음을 옮긴다.
대로 오른쪽으로 보이는 노고산자락으로 올라갔다가 빈틈없이 민가 사이를 막고 있는 철망에 되돌아와 이대역에서 꺾어져 노고산 둘레 길을 따라가며 학내 건물과 주차장으로 들어가 보지만 번호 키와 철문에 번번이 실패하고는 짜증을 내며 포기하고 전철역으로 가다가 서강대학교 후문을 만나 교내 건물 끝에서 나무 계단들을 타고 손쉽게 바위 지대에 삼각점(서울463/2001이설)이 놓여있는 노고산(104.8m)으로 올라간다.
사방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와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주민들 몇 명을 보고는 지금껏 고생한 사실에 개탄을 하다 종일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가까운 대흥역으로 걸어가 계속되는 산행과 모진 강풍과 차가운 비에 시달렸던 몸을 추슬러 집으로 돌아간다.
(11:03-15:48, 12.8km, 4’45“, 2026.3.2)

▲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에서 바라본 매봉산

▲ 매봉산 정상

▲ 매봉산에서 바라본 백련산

▲ 산책로

▲ 궁동산 정상

▲ 와우산 정상


▲ 노고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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