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한남금북.금북정맥

한남금북정맥 7구간 (회엄이재-갈목이재-667.3봉-천황봉)

킬문 2006. 7. 12. 14:05

2003년 3월 6일 (목요일)

* 일정표
강남터미널(06:10)
대전터미널(07:50)
말치고개(09:17)
530.7봉(09:44)
회엄이재(10:22)
547.8봉(10:43)
능선갈림길
갈목이재(11:19)
651.2봉갈림길(11:58)
불목이재(12:23)
561봉(12:45)
십자로안부(12:53)
636봉(13:54)
667.3봉(14:05)
삼거리안부(14:50)
922봉
천황봉(16:33)
세심정(17:44)
관리사무소(18:17)
속리산터미널(18:28)
남부터미널(22:07)

* 산행시간
약 9시간 11분

* 동행인
이경한

* 후기

- 말치고개
한남금북정맥을 마무리하는 날이라 대전의 이경한님이 동행해 주시기로 했고 또 차로 말치고개까지 데려다 주신다고하니 송구스럽기도 하고 고마운 마음 뿐이다.
서울을 벗어나며 차창을 때리던 비는 진눈깨비로 바뀌더만 대전 쯤에서는 굵은 빗방울로 변한다.
모래를 뿌리는 제설 작업차를 뒤쫓아 얼어붙은 고개를 올라가면 길가에 그냥 서있는 차량들이 여러대 보인다.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말치고개에서 장비를 챙기고 차에서 나오니 싸락눈이 펑펑 쏟아진다.(09:17)

- 회엄이고개
나무마다 얹고 있는 눈꽃들을 보고 감탄사를 터트리며 능선으로 올라가면 신설은 발목까지 빠진다.
550봉에 오르니 잠깐 시야가 트이면서 잿빛 하늘속에서도 흰눈으로 덮혀있는 산봉우리들이 우람하게 보인다.
허리를 구부리고 소나무 사이를 지나면 쌓였던 눈은 온몸으로 떨어지고 베어놓은 나뭇가지들이 자주 발에 걸린다.
530.7봉을 지나서 가파르고 미끄러운 눈길을 내려가니 벌목된 나무들이 사방으로 쌓여있어 성가시다.(09:44)
안부에서 낮은 봉우리들을 넘으면 갈목리와 서원리를 잇는 회엄이재인데 국립공원표시석이 서있어 속리산에 들어왔 음을 실감하게 된다.
하염없이 내리는 눈속에 고개는 적적하게 누워있고 민초들의 수많은 애환을 기억하는듯 돌무더기들만이 옹기종기 모여있다.(10:22)

- 갈목이재
순백색으로 단장한 묘지들을 지나서 좁은 날등을 올라가니 절벽사이에 노송들이 멋있게 서있고 서원리 마을들과 도로가 내려다 보인다.
국립공원표시석이 있는 547.8봉에 오르면 바람이 거세게 불어 눈속에서 삼각점은 찾을 엄두도 못낸다.(10:43)
허리를 굽혀가며 키작은 소나무들을 지나고 암릉들을 지나서 한동안 내려가니 엉뚱하게 동쪽으로 가고 있어 되돌아 온다.
마지막 봉우리에서 표지기들이 가리키는 북쪽으로 내려가면 잠시후 급사면의 절벽같은 곳으로 떨어지는데 구름이 잠깐 걷히며 왼쪽으로 능선이 나타나고 고개 정상이 보인다.
봉우리 전에서 갈림길이 있었을텐데 눈속에서 보지를 못했고 표지기도 잘못 붙혀졌을 것이다.
눈길을 트래버스해서 정맥으로 돌아와 완만한 길을 내려가 묘지들을 지나고 곧 505번 지방도로상의 갈목이재로 내려선다.(11:19)

- 불목이재
갈목리와 삼가저수지를 잇는 도로를 건너서 잡목숲을 헤치고 묘지를 지나 능선으로 붙는다.
잠깐 안부로 내려섰다가 가파른 눈길을 한동안 오르니 노송들이 서있는 580봉이다.(11:45)
이제 바람은 윙윙 소리를 내며 사납게 불어 닥치고 날리는 눈발은 얼굴을 때리며 귓구멍을 날카롭게 찔러댄다.
십자로안부를 넘고 눈길을 오르다가 직진하는 651.2봉쪽을 버리고 정맥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꾼다.(11:58)
안부를 넘고 487봉을 지나 시들어버린 억새가 누워있는 헬기장에서 이경한님이 건네는 물 한모금 마시고 숨을 고른다.
한남금북의 마지막날에 모진 시련을 받는 셈이지만 기다리고 있는 천황봉을 만나기위해 바로 발걸음을 옮긴다.
봉우리를 올랐다가 완만하게 내려가면 불목이마을에서 올라오는 불목이재인데 잡초와 억새들이 무성한 넓은 빈터들이 눈에 띈다.(12:23)

- 667.3봉
사방으로 눈에 보이는것은 흰눈 뿐이라 쉴새 없이 눈길을 오르고 봉우리들을 넘는다.
574봉을 지나고 험준한 암봉위에 노송들이 멋있게 서있는 561봉은 왼쪽으로 길게 우회한다.(12:45)
십자로 안부를 넘고 바람이 그치면서 조용해진 숲을 지나가니 나무위의 눈덩이  떨어지는 소리만 간간이 정적을 깨트린다.(12:53)
540봉에서 안부로 내려가 빵과 우유로 점심을 먹고 소주 한모금씩을 마시며 힘을 북돋는다.
가파른 눈길을 올라 옛성터처럼 돌무더기가 있는 636봉을 지나서 암봉들을 우회하고 날카로운 암릉들을 건넌다.(13:54)
667.3봉으로 생각되는 봉우리를 올라가도 삼각점은 볼 수 없으며 바람이 거세서 지도를 펴보기도 힘들다.(14:05)
지금쯤은 천황봉도 보이고 속리산 주변의 여러 풍경들을 볼수 있을 텐데 거친 눈발이 모든것을 덮어 버리고 앗아가 버렸다.
눈길을 내려가면서 숨은 바위를 딛고 연신 미끄러진다.
하늘은 시커멓고 바람은 더 기승을 부리며 천황봉은 아직도 먼 것 같아 마음만 급해진다.
눈보라가 일며 눈이 사방으로 날리니 이제 지형 확인 같은것은 사치스러운 일이고 어서 빨리 이 눈밭을 벗어나야 어둡기 전에 산을 내려갈수 있을 것이다.
암릉들을 지나서 안부에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대목리로 내려가는 길이 보이고 왼쪽은 길이 없는 듯 눈만 덮혀있다.(14:50)

- 천황봉
가파른 눈길을 올라가 노송들이 멋있는 봉우리에서 얼어 붙은 수직절벽을 조심해서 내려간다.
안부에서 급경사 눈길을 오르고 커다란 암봉을 우회하니 눈은 무릎까지 빠져든다.
봉우리를 힘겹게 오르면 이제 하늘로 치솟은 봉우리들이 보이고 천황봉에 다 온 듯 기운이 난다.
암릉길을 지나고 가파른 암봉을 오르니 겨우내 쌓인 눈은 허벅지까지 빠져 진땀을 흘리며 한걸음 한걸음 나무들을 잡아가며 미끄러운 봉우리들을 넘는다.
천황봉으로 착각한 922봉인듯한 암봉을 지나고 계속해서 바위지대를 통과하면 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어대고 기온이 떨어진다. 
묘지들을 지나고 눈덮은 산죽들을 헤치며 눈속에 묻힌 길을 찾아 계속되는 암봉들을 우회한다.
미끄러운 바위들을 넘고 산죽들을 지나서 계속 올라 드디어 백두대간과 만나는 삼거리에 닿는데 대간쪽으로도 발자국은 볼 수 없다.(16:28) 
잠시후 한남금북의 종착점인 천황봉(1057.7m)에 올라서 이경한님과 악수하고 소주 한모금씩을 마시며 대장정의 끝을 축하한다.(16:33)
몸뚱이를 날릴 듯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천황봉에 서니 김포에서 시작한 한남정맥의 마루금 밟기가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이렇 듯 빠른 시간에 천황봉에 닿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산줄기를 찾아 다니며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렸을 여러 선답자들의 노력 덕분이리라...
우리의 산줄기들을 밟고 이해하고 보존해야 하는것은 이제 우리 모두들의 몫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희망의 눈으로 대간과 정맥길을 바라보고 서둘러 천황봉을 내려간다.

- 법주사
정규등산로에도 눈은 엄청 쌓여 있어 길 찾기가 힘들고 등로를 벗어나면 허리까지 눈에 빠진다.
상고암 갈림길로 들어서니 바람이 잠잠해지고 눈에 덮힌 숲은 정적에 빠져 있다.
석문을 지나고 눈속에 파묻힌 나무계단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시원한 물줄기가 보이고, 이어 문 닫힌 세심정을 지난다.(17:44)
눈이 녹아내리며 질퍽질퍽한 길을 내려가 법주사에서 두드리는 은은한 종소리를 들으며 일주문을 넘는다.
서울 가는 마지막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 비에 축축한 도로를 뛰듯이 걸어가니 어둠은 서서이 다가와 산줄기를 휘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