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한남금북.금북정맥

금북정맥 8구간 (천방산-봉수산-646.2봉-개치고개)

킬문 2006. 7. 12. 16:25

2003년 4월 26일 (토요일)

 

◆ 산행일정
남부터미널(07:20)
덕곡리(09:20)
머그네미안부(10:26)
천방산(11:14)
사거리안부(11:37)
봉수산(12:35)
사거리안부(13:11)
능선갈림길(14:00)
각흘고개(14:11)
310.2봉(14:41)
430봉(15:04)
갈재고개(15:39)
646.2봉(16:09)
630봉(16:20)
550봉(16:45)
곡두고개(16:57)
430봉(17:30)
사거리안부(18:23)
421.4봉(18:36)
개치고개(18:51)
도인사(19:10)
신흥삼거리
천안터미널(20:30)
동서울터미널(21:40)

 

◆ 산행시간
약 8시간 25분

 

◆ 후기

 

- 머그네미
머그네미로 들어가는 덕곡리는 유구까지 가서 다시 버스를 타야 하는데 미리 기사분에게 부탁을 하니 각흘고개를 넘어 근처에 세워 주신다.
20여분 걸어서 덕곡리 효자마을로 들어가면 낮은 산 답지않게 맑은물이 철철 흘러내려서 어릴적 천렵하던 일도 생각나지만 곳곳에 있는 축사들때문에 오염되지 않았을까 마음에 걸린다.
양지 바른 곳에 아늑하게 누워있는 머그네미 마을을 지나 산으로 올라가니 그저께 붙여놓은 표지기가 반갑게 맞아준다.
원래는 정맥산행하는 날이 아닌데 다음 주에는 다른 일정이 생겨서 무리인줄 알면서도 왔지만 해외여행후 쉬지도 못하고 거듭 정맥산행이 겹치니 몸은 말이 아니다.
한여름같이 더운 날씨에 시작부터 진땀을 흘리며 안부로 올라가 정맥을 이어간다.

 

- 천방산
바위봉을 넘고 좁은 날등을 지나면 바람이 불어오며 산벚꽃 이파리들은 마치 눈처럼 하늘에서 쏟아진다.
가파른 숲길을 오르니 흐르는 땀과 함께 어제 늦게까지 마신 술이 배어 나오는듯 몸에서 역겨운 냄새가 풍겨온다.
사거리안부를 넘으면 계곡에서 물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나무사이로 온양의 아파트들이 보이며 낙타등처럼 툭 튀어나온 천방산의 봉우리들이 멋지다.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길을 오르다 뭔가 이상해 내려다보니 발밑에서 중뱀 한마리가 황급히 도망을 간다.
중등산화를 신고있으니 망정이지만 산속에서 잘못 뱀에게 물리기라도 한다면 혼자서 큰 곤욕을 치를것이다.
암봉을 넘으니 일반산악회의 표지기들이 보이며 처음 보는 "옛동산"이란 큼지막한 리본이 촘촘히 달려있다.
천방산(473.9m)에 오르면 삼각점은 없지만 케른산악회에서 달아놓았던 프랭카드가 일부 남아있으며 방산지의 푸른 수면은 햇빛에 반짝거리고 가야 할 봉수산쪽으로는 송전탑이 흉물스럽게 보인다.

 

- 봉수산
아주 가파른 급사면을 조심해서 안부로 내려가면 "옛동산"의 주인공은 왼쪽으로 하산하였고 오른쪽으로는 계곡물이 몇미터 밑에서 소리를 내며 흘러가 마치 백두대간상의 단목령을 보는듯 신기하다.
탑곡리로 이어지는 사거리안부를 넘고 봉우리에 오르니 간벌한 나뭇가지들이 계속 길을 막아선다.
코가 닿을듯 아주 가파른 사면을 올라 능선에 닿으면 그제서야 송전탑과 봉수산이 올려다 보이고 한동안 완만하게 내려가다가 다시 급경사 오르막 길이 이어진다.
땀방울을 뚝뚝 흘리며 거대한 송전탑을 넘고 바위들이 놓여있는 봉우리에 오르면 좁은 공터에는 깨진 기와조각들이 널려있어 암자가 있었나 궁굼증을 불러 일으킨다.
능선갈림길인 봉우리에서는 조망이 훤히 트여서 광덕산이 잘 보이고 천방산을 넘어 송전탑들과 함께 각흘고개로 이어지는 정맥길을 가늠할 수 있다.
정맥에서는 벗어났지만 바로 앞에 있는 봉수산(534.4m)에 오르면 깨진 삼각점이 있고 나무들이 빽빽해 주위는 막혀있으며 오형제고개로 내려가는 북쪽 능선도 길이 넓직하다.

 

- 각흘고개
갈림길로 돌아와 남동쪽으로 꺽어져 가파르게 내려가면 송전탑공사를 하면서 마구 베어버린 나무들이 사방에 쓰러져 있고 누렇게 변색된 이파리들로 숲은 지저분하다.
아름드리 푸른 노송들과 키 큰 참나무들이 빽빽한 능선으로 들어가니 숲은 어둠침침하고 간간이 암릉들이 나타난다.
사거리안부를 넘어 송전탑들을 만나고 작은 암봉에서 직진하니 잡초로 뒤덮힌 넓은 공사도로와 송전탑이 나오는데 여기서 길은 없어져 버린다.
오래된 정맥표지기들도 보여서 왔다 갔다 길을 찾다가 다시 암봉으로 돌아가니 정맥은 암봉 가기 전에 왼쪽사면으로 급하게 꺽이는데 여기서 30분 이상은 까먹고 말았다.
쓰레기가 널려있는 암봉을 우회하고 묘지 따라 내려가니 39번국도가 지나가는 각흘고개인데 식수를 보충하려고 생각했던 금계령주유소는 진작 폐쇄되었고 방치된 집기사이로 황량한 바람만 불어온다.
도로를 건너 임도를 조금 올라가 보면 산길가든이란 식당이 있어 식수를 보충하고 찬물도 양껏 마신다.

 

- 646.2봉
잡목을 헤치고 삼각점이 있는 310.2봉에 오르니 광덕산임도가 바로 밑으로 길게 지나간다.
한적한 숲길을 걸어가면 너무나 기운이 없어 애꿎은 얼음물만 연신 마시며, 가다쉬다를 반복하고 주저앉아 있으니 졸음이 쏟아지며 10분이라도 자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행여 깊은 잠에 빠질까 눕지를 못한다.
넓게 파헤쳐져 잡초로 덮혀있는 작업도로를 지나 흉물스런 송전탑을 넘고 헬기장이 있는 430봉을 오른다.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사거리안부를 넘으면 임도와 연결되고 북쪽으로 광덕산이 갈라지는 480봉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지나친다.
넓은 비포장도로인 갈재고개로 내려서니 문금리와 광덕산임도를 알리는 이정표가 서있고 식당 간판은 풀속에 쓰러져 있다.
묘지를 지나고 가파른 숲길을 한동안 오르면 능선갈림길이고 오른쪽으로 꺽어져 정맥에서 약간 벗어난 646.2봉을 오른다.
삼각점이 있는 정상에는 누군가의 표지기에 태화산이라 적혀있으며 조망이 좋아서 국사봉으로 길게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또 다른 국사봉이 여기서 남쪽으로 갈라진다.
지나온 정맥길을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쐬고 있으면 정신이 좀 맑아지고 다행히 기력이 돌아오는듯 하다.

 

- 곡두고개
갈림길로 돌아와 북동쪽으로 암릉지대를 지나고 바위들이 널려있는 630봉에 오르니 가파른 내리막 길이 이어진다.
바위봉들과 좁은 날등을 지나고 오르락 내리락 봉우리들을 넘으면 550봉이 나오는데 다시 급경사의 내리막 길이 시작된다.
낙엽속에 숨어있는 진흙길에 미끄러지며 급사면을 조심해서 내려가면 곡두재와 주막거리를 잇는 곡두고개인데 자갈이 깔린 넓은 비포장길에는 물이 축축하다.
찬물을 마시며 오늘의 목적지인 차령고개를 포기하고 개치고개에서 구간을 끊는다고 결정을 내리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능선갈림길인 380봉을 오르고 바위지대와 참호를 지나서 헬기장이 있는 430봉에 오른다.
잡목들사이로 희미한 길을 내려가 사거리안부를 넘고 가파른 능선을 힘겹게 오르면 유난히 맑은 새소리들로 숲은 시끄럽다.

 

- 개치고개
능선갈림길인 450봉을 내려가니 왼쪽으로 멋있는 바위지대가 눈길을 끌고 맞은편으로는 송전탑들과 정상까지 꾸불꾸불하게 이어지는 임도들이 볼성 사납다.
산림을 실제로 황폐화시키고 망가트리는 주범은 임도라고 하는데 꼭 필요하지 않은 임도는 더 이상 만들지 말고 기존의 임도는 적극적으로 친환경적인 관리를 해야 하겠다.
가파르게 뚝 떨어져서 사거리안부를 넘고 완만한 잡목길로 삼각점이 있는 421.4봉에 오르니 나무들이 많아 조망은 그리 좋지 않다.
봉우리에서 조금 내려가면 돌무더기들이 쌓여있는 개치고개가 나오며 오른쪽은 채석장이 있었는지 뭉텅 잘려져나가 절벽을 이루고 있다.
산행은 여기에서 마치기로하고 왼쪽으로 쓰러진 나무를 넘어가니 바로 임도와 연결된다.
한적한 길 따라 조금 내려가면 도인사라는 최근에 지은 사찰이 있는데 어울리지않게 커다란 불상이 서있는것을 보니 웬지 마음이 씁쓸해진다.
어느 절에서나 무조건 큰 불상을 세울려고 하는데 부처님이 크다고 불심이 더 깊어지는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마침 절에서 나오는 젊은 신도의 승용차를 얻어타고 광덕면사무소가 있는 신흥삼거리로 나가 곧 천안가는 버스를 탄다.
멀고도 먼 이 정맥길은 언제나 끝날 것인가?
어두어진 밤거리를 맹렬하게 달려가는 버스안에서 피로에 찌들은 몸둥이를 추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