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한남금북.금북정맥

금북정맥 9구간 (차령고개-국사봉-덕고개-전의산연수원)

킬문 2006. 7. 12. 16:39
2003년 5월 8일 (목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6:30)
천안터미널(07:33)
광덕면소재지(08:45)
개치고개(09:22)
장고개(09:53)
임도(10:13)
이수원고개(10:48)
봉수산(11:06)
차령고개(11:26)
118번송전탑(12:08)
383.3봉(12:43)
430봉(12:57)
되재고개(13:15)
국사봉(13:28)
123번송전탑(14:00)
358봉(14:45)
사거리안부(14:50)
탄약창후문(15:26)
철조망이탈(16:11)
요셉의마을(17:18)
덕고개(17:51)
사거리안부(18:21)
IMG골프장
사거리안부(19:16)
전의산연수원(19:24)
천안터미널(20:50)
동서울터미널(22:40)

◆ 산행시간
약 10시간 02분

◆ 후기

- 개치고개
천안터미널에서 오랫동안 기다려 광덕사가는 61번버스를 타니 초파일이라 그런지 절에 가는 노인분들로 버스는 만원이다.
광덕면소재지인 신흥삼거리에서 내려 미리 얘기해 놓았던 렌트카를 기다리고 있으니 개치고개밑에 있는 도인사까지 불자들을 실어나르는 승합차가 보인다.
차를 부르지 않았으면 불사가 아니더래도 절차를 타고 편하게 갈 수 있었는데 아쉬운 일이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도인사에서 산길로 접어드니 내려올 때는 몰랐지만 꽤 가파른 오르막이고 밤새 내린 비로 사방에서 물이 넘쳐 흐른다.
전에 내려왔던 개치고개에 올라서니 신록이 많이 짙어졌고 나무들도 며칠사이에 한뼘이상이나 훌쩍 커버린 것 같다.

- 이수원고개
낙엽이 두텁게 깔린 길을 올라가면 물기 머금은 나무들때문에 바지와 신발은 금방 젖지만 예상을 하고 방수가 잘되는 중등산화를 신고왔으니 안심이 된다.
완만한 봉우리들을 넘으면 송전탑 공사도로가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며 조금은 남아있는 능선에 올라 잡목들을 헤치며 나아간다.
석지골과 윗개치를 잇는 넓직한 장고개를 지나고 능선갈림길에서 정맥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방향을 꺽는다.
임도를 가로지르면 송전탑 공사도로를 다시 만나고 송전탑직전 왼쪽으로 꺽어져서 사거리안부를 넘으니 정답게 이야기하며 나물을 뜯는 부부가 부러워 보인다.
차량들의 굉음을 들으며 다시 사거리안부를 넘고 봉우리를 내려가면 임도삼거리가 형성되어있는 이수원고개인데 밑으로는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가 지나간다고 한다.
꾸불꾸불하게 임도들이 교차하는 고개에서는 부처님 탄생을 맞아 연등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절이 내려다 보이고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보고 있으면 낮게 깔린 먹구름사이로 차츰 햇볕이 나기 시작한다.

- 차령고개
고개를 넘고 송전탑이 흉물스럽게 서있는 봉우리를 지나서 임도로 내려서니 나물을 캐던 부부가 뭘 찾으려 다니냐며 궁굼해 해 그냥 웃음으로 답한다.
바위지대를 지나고 가파르게 잡목숲을 오르니 무덤 한기가 지키고있는 봉수산(366.4m)인데 삼각점은 없으며 옛 봉화대의 흔적인지 큰 돌덩어리들이 잔뜩 쌓여있다.
남근석을 닯은 큼지막한 바위들이 있는 숲길을 내려가면 임도가 나오고 임도 따라 가다가 삼각점이 있는 323.2봉에 오르니 큰 헬기장이 있으며 불피었던 자리에는 쓰레기들이 널려있다.
군용전화선을 따라 희미한 길이 이어지고 방향만 잡으며 급사면을 치고 내려가면 23번국도가 지나가는 차령고개이며 한창 공사중인 주유소가 보인다.
한적한 도로를 건너서 발목까지 빠지는 미끄러운 낙엽길을 지나 봉우리에 오르면 임도와 만나고 송전탑을 지나서 넓다란 진주강씨묘지가 나온다.
조경석을 쌓고 꽃나무들을 심어서 잘 치장한 묘지에 앉아 김밥을 먹고 앞에 솟은 봉우리들을 보고 있으면 졸음이 와서 엉덩이를 털고 일어난다.

- 국사봉
오락가락 임도를 만나며 봉우리를 오르고 임도따라 118번 송전탑을 지난다.
넓은 밤나무단지를 통과해서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오르고 임도를 가로지르니 옆으로 송전탑이 있는 383.3봉인데 삼각점은 없고 판자조각들만 널려 있다.
헬기장이 있는 430봉을 오르고 베어진 나무들로 길이 없어진 능선을 따라가면 정맥은 오른쪽으로 급하게 꺽어지는데 넘어진 나무들이 길을 가리고있어 조심해야 한다.
좌우로 길도 보이지 않는 흐릿한 되재고개를 지나고 능선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져 정맥에서 약간 벗어난 국사봉을 오른다.
삼각점과 쓰러진 깃대가 있는 정상(402.7m)은 굵은 나무들이 빽빽해 조망은 좋지않지만 약간 열려있는 남쪽으로 되재마을과 전답들이 평화스럽게 보인다.
케른산악회의 "속리산 천황봉기점 216km "라고 쓰인 플랭카드를 보니 두달전 눈보라치는 천황봉에 섰던 감격이 되살아나고 칠장산의 3정맥분기점에 도달하는 순간이 기다려지며 가슴이 설레인다.
차령고개에서 동남쪽으로 내려오던 정맥은 이곳 국사봉에서 방향을 바꿔 북진해 성거산과 서운산을 거쳐 한남정맥과 만날 것이다.

- 358봉
능선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꺽어져 사거리안부를 넘고 송전탑을 보면서 능선을 이어간다.
123번송전탑을 지나고 122번송전탑을 만나면서 길 찾기가 힘들어지고 오늘의 고생길이 시작된다.
대강 방향만 잡고 간벌한 나무들이 쌓여있는 능선으로 들어갔다가 넘어지면서 날카로운 나무밑등에 찔리고 정강이를 몇번씩이나 까이면서 헤메다가 돌아 나오니 임도옆으로 길이 이어지고 바로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에서 다시 능선으로 들어가니 잡목들이 꽉 차있고 까시에 찔리면서 손등은 금방 피투성이가 된다.
유일하게 걸려있는 거인표지기 하나를 보며 잡목을 헤치다가 임도로 내려서니 그제서야 정상적인 길이 연결되는데 임도 따라 가도 되는 것을 괜한 짓만 한 것같아 허탈해진다.
잡목과 소나무가지들이 거추장스러운 희미한 숲길을 오르면 소나무들은 일제히 자신의 생명을 이어갈 송화가루를 공중에 피어 올리고 대기는 온통 노오란 가루들로 운무를 이루고 있다.
배낭과 옷에 들러붙는 송화가루를 털어 내면서 참호가 있는 358봉에 오르고 사거리안부로 내려서니 앞에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으며 오른쪽으로는 부대를 우회하며 압실마을로 내려간 선답자들의 표지기들이 보인다.

- 11탄약창
철조망을 오른쪽으로 붙으면 드넓게 자리잡은 군부대가 펼쳐지고 곳곳에 초소들이 보인다.
허리를 낮추고 빠른 걸음으로 철조망을 따라서 정맥길을 이으니 봉우리들을 따라 끝이 없이 이어지는 철조망은 사람의 기를 콱 죽인다.
드디어 망루초소에서 초병의 제지를 받고 마을로 내려가겠다고 말하곤 뛰어서 산등성이를 넘는다.
갈 수있는데 까지는 간다는 마음으로 한동안 빈 초소들을 지나며 능선을 오르내리면 부대후문이 나오고 갸우뚱하는 초병들을 지나 일단 도로로 나왔다가 다시 능선으로 붙는다.
뙈약볕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가다가 다시 초병의 제지를 받는데 이번에는 따라오면서 발포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는 말에 무작정 강행하지를 못한다.
탄약부대가 차지한 5km가 넘는 마루금중에서 애석하게도 1km정도를 남기고 논밭으로 내려가니 어디가 어디인지도 몰라 잡목숲에서 돌다가 간신히 마을로 내려가 691번 지방도로를 만난다.
탄약창부대 입구에서도 한참을 헤메고 "요셉의 마을"을 찾아 들아가니 천신만고끝에 찾은 안부에는 낯익은 정맥표지기들이 반겨준다.
타이어계단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참외 한개 깍고 소주한잔 마시며 지도를 살피니 오늘 목표로 했던 돌고개는 커녕 아야목고개도 갈 시간이 부족하다.

- IMG골프장
군부대 통신선을 따라 정맥길을 이어가면 길도 희미해지고 수시로 방향이 바뀌어서 긴장을 한다.
굴다리로 1번국도를 통과하고 경부선 철로를 조심해서 건너 커다란 표지석이 서있는 덕고개를 만난다.
인적없는 도로를 건너 희미한 길을 이어가면 산불지대가 나오고 무덤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방향이 꺽이는데 쓰러진 나무들때문에 한참을 길을 찾는다.
잡목들을 헤치고 나아가면 절개지가 나타나고 길도 없는 사면을 치고 내려가 골프장 진입도로를 넘어서 가슴이 확 트이는 넓은 잔디밭으로 들어선다.
몇년전만 하더래도 1주일에 한번 이상 나가지 않으면 몸살을 앓았을 이 골프장을 오늘은 방관자의 입장에서 다소 부러운 마음도 가지며 터벅터벅 걸어간다.
왼쪽으로 조금 남아있는 정맥을 바라보며 골프장도로를 따라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산위로 큰 건물 한채가 서있고 잠시 사라졌던 마루금이 다시 이어진다.

- 전의산연수원
느티나무 고목에 비스듬하게 얹어있는 새집을 바라보며 흐릿한 길을 이어가면 숲은 점점 어두어지고 마음은 바빠진다.
사거리안부를 지나고 잡목을 헤치며 가파르게 오르니 개들이 짖어대고 철조망이 앞을 막는다.
철망을 왼쪽으로 돌아서 올라가면 전의산연수원이 나오는데 조경도 잘 되어있고 유럽풍의 저택에 환한 가로등이 비춰져 연수원이라기 보다는 개인별장처럼 보인다.
다음번 들머리를 확인하러 기웃대니 젊은 관리인이 나오는데 예상외로 상냥하고 설명을 잘 해준다.
서서히 어두어지는 도로따라 하염없이 내려가다 관리인 차를 얻어타고 한기레미콘공장이 있는 691번 지방도로로 나가니 날이 완전히 어두어진다.
교통사정을 알아볼래도 인적은 전혀 없고 컴컴한 도로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고등리 마을의 가게가 나오는데 버스는 끊어졌다고 한다.
찬 캔맥주로 갈증을 달래고 택시를 불러 천안으로 향하니 기사분도 등산과 마라톤을 즐기신다고 한다.
기사님의 배려로 천안터미널까지 편하게 오고 다음에 가야 할 전의산연수원까지도 데려다 주기로 약속을 한다.
밀려드는 인파들로 혼잡한 천안터미널에서 온몸에 송화가루를 뒤집어 쓴 초라한 몰골을 하고 고속도로 정체로 오지않는 서울버스를 마냥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