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한남금북.금북정맥

금북정맥 10구간 (고려산-태조산-성거산-위례산-엽돈재)

킬문 2006. 7. 12. 16:43
2003년 5월 11일 (일요일)

* 산행일정
강남터미널(06:30)
천안터미널(07:30)
전의산연수원(08:02)
고등고개(08:48)
포장군도(09:10)
고려산(09:35)
아야목고개(09:52)
한치고개(10:28)
돌고개(10:56)
216봉(11:20)
21번국도고개(12:09)
경암산(12:54)
배넘어고개
장고개(13:21)
321.3봉(13:46)
유랑리고개(13:55)
아홉싸리고개(14:05)
태조산(14:41)
359.6봉(15:11)
유왕골고개(15:22)
걸마고개(15:38)
만일고개(15:57)
성거산(16:14)
사리목고개(16:52)
우물목고개(17:04)
480봉(17:28)
위례산(17:47)
부수문이고개(18:27)
458.8봉(18:55)
엽돈재(19:18)
천안터미널(20:10)
동서울터미널(21:35)

* 산행시간
약 11시간 16분

* 후기

- 전의산연수원
천안터미널에서 예약해놓은 택시를 타고 전의산연수원으로 들어가니 내려올때는 어두어서 몰랐는데 아름드리 노송들과 쭉쭉 뻗은 거목들이 도열해있어 운치도 있고 정갈한 길이 이어진다.
도로를 말끔하게 쓸고 싸리빗자루를 소총처럼 어깨에 메고 올라가는 직원들을 보며 사슴목장을 지나고 연수원 오른쪽으로 들어가 철조망을 타고 넝쿨이 무성한 사면을 통과한다.
정맥능선으로 붙으면 역시 깨끗한 오솔길이 이어지고 아침부터 맹위를 떨치는 햇볕을 시원한 그늘이 막아준다.
잡목을 뚫고 낮은 봉우리에 올랐다가 왼쪽으로 길게 휘는 능선을 내려가다 내가 초입에 붙였던 표지기와 만나니 산에 다닌지 처음으로 왔던 길을 거꾸로 되돌아가는 해프닝을 벌인 셈이다.
좌우로 길이 뚜렸한 고등고개를 넘고 또 왼쪽 지능선으로 잘못 내려갔다가 황급히 올라온다.
오늘 가야할 구간이 만만치 않다는 자기 암시가 마음을 다급하게 하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모양이다.
아침부터 서두르며 잡목사이로 사면을 치고 내려가면 1번국도와 692번지방도로를 연결하는 2차선포장군도에 내려선다.

- 아야목고개
배수관을 따라 급경사 절개지를 오르니 넝쿨더미속에서 몸을 말리던 뱀 한마리가 잽싸게 도망간다.
봉우리를 넘으면 안부에 산불초소가 나오고 이정표가 서있으며 작은황골쪽에서 올라오는 선명한 길과 만난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따라 산성이 있는 고려산(302.7m)에 오르면 잡초들이 무성한 펑퍼짐한 정상에는 돌무더기만 놓여있고 천안시의 빌딩들이 흐릿하게 보인다.
낮으막한 능선을 내려가면 지능선들이 자주 갈리지만 잘못 빠지기 쉬운 쪽은 누군가 나무로 막아 놓았다.
울창한 나뭇가지들을 헤치며 내려가다 목이 근질거려서 만져보니 굵고 검은 쐐기 한마리가 붙어있는데 떼어버린 후에도 산행내내 따갑고 신경이 쓰인다.
굴머리와 아야목을 잇는 아야목고개로 내려가면 1차선 크기의 황토길은 포장을 하려는지 거푸집공사가 한창이고 정겨운 옛길이 없어지는듯해 아쉬운 마음이 든다.

- 21번국도고개
묘지들을 지나고 사거리안부를 넘어 낮은 봉우리들을 넘으면 주의는 하고 있었지만 245.9봉은 삼각점도 확인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다.
넓은 임도를 만나서 오른쪽으로 길이 있는 굴머리고개를 넘으면 송전탑을 지나고 호화묘지들을 만나는데 예쁜꽃들이 놓여있고 관리를 잘해서 깨끗하다.
좌우로 넓직한 황톳길이 연결되는 한치고개를 넘고 송전탑이 있는 220봉을 지나면 큰밭들이 나오며 햇빛이 따갑게 내리쬐는 초지에 들어서면 수많은 날벌레들이 날라다니며 몸에 부딪치고 귀로 파고든다.
2차선 포장도로가 지나가는 돌고개로 내려서면 작은 공장이 보이고 차량통행이 없는 빈도로를 건너 층층이 있는 무덤들을 오르면 한여름같은 날씨에 숨이 턱턱 막혀오고 진땀이 흐른다.
사거리안부를 넘으면 닭똥냄새가 물씬 풍겨오고 오른쪽으로 양계장인듯 푸른색 지붕의 큰 건물이 내려다 보인다.
낮은 봉우리를 넘다 허기를 느끼고 숲가에 앉아 김밥으로 이른 점심을 먹으면 숲은 온통 송홧가루가 깔려있어 지저분하며 옷이고 배낭이고 노란 가루들이 덮고있다.
잡초사이에 삼각점이 있는 216봉을 지나면 발밑으로 경부고속도로가 나오는데 수많은 차량들이 굉음을 내며 달려가고 있고 건너편으로 이어지는 정맥은 아파트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그너머로 경암산이 높이 솟아있다.
해태상이 있는 21번국도고개로 돌아와 길도 없는 가파른 사면을 넝쿨들을 헤치며 오르니 송홧가루가 사방에 날리며 숨이 막힌다.



(고속도로너머로 보이는 경암산)


- 태조봉
잡목숲을 헤치면 동우아파트가 나오고 정맥은 아파트따라 길게 이어지다 밧줄이 설치된 등산로를 만난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지나고 큰 암봉을 올라가면 조망이 훤히 트여서 맞은편으로 시설물을 얹고있는 흑성산이 솟아있고 독립기념관의 푸른 지붕이 보이며 고속도로너머로 천안시내가 펼쳐져 있다.
밧줄을 잡고 암릉을 내려와 삼각점이 있는 경암산(319m)에 오르면 태조봉으로 이어지는 기나긴 능선이 잘 보이고 이정표를 따라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배넘어고개를 넘고 돌무더기가 쌓여있는 봉우리를 올라 희미한 장고개를 지나면 시종일관 잘 딱여진 등산로가 이어져서 빠른 속도로 걸어가지만 따분하기도 하다.
바위들 사이로 삼각점이 있는 321.3봉을 지나고 터널이 통과하는 유랑리고개를 넘으면 도로포장공사가 거의 끝나가며 차들도 다닌다.
이정표가 서있는 아홉싸리고개를 지나면 시원한 소나무 숲이 나오며 "정보통신공무원연수원"이라 쓰인 시멘트말뚝이 자주 보인다.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에 오르면 녹색 철제울타리가 시작하며 노송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발아래로는 천안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울타리 따라 가파르게 오르면 태조왕건이 올라왔었다는 유래석이 놓여있는 태조봉(421.5m)이며 흐르는 땀을 딱고 찬물을 들이키니 엄마따라 정상에 올라온 여자아이가 물끄러미 쳐다본다.


- 성거산
능선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꺽어져 내려가면 도라지고개를 넘고 고속도로같은 넓은 길을 지나면 등산객들이 많이 보인다.
앞에서 한무리의 젊은 여학생들이 오면서 마실 물 좀 없냐고 물어보는데 당연히 고개를 젓고 지나치니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내가 마실 식수를 줘버리면 오늘의 종주는 포기해야 할 것이다.
노송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성불사 갈림길에는 더위를 식히는 시민들이 많이 나와있으며 삼각점이 있는 359.6봉을 지나면 호서대학교가 내려다 보이고 학생들의 고함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벤치들이 놓여있는 넓은 유왕골고개를 지나고 이정표가 있는 봉우리에 오르면 북쪽으로 달려오던 정맥은 만일사 방향의 동북쪽으로 꺽어진다.
뚜렸한 사거리안부인 걸마고개를 지나고 좁은 날등을 타고 봉우리들을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느티나무 고목들 밑으로 작은 돌탑들이 놓여있는 고즈넉한 만일고개로 내려서면 쏴하고 지나가는 바람이 마치 물소리처럼 숲을 울린다.
검은색 계단을 따라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면 큰 바위들이 나타나고 땀방울을 흘려가며 유래석이 서있는 성거산(579.1m)에 오르니 사방으로 막혀서 답답하고 케른산악회의 플랭카드는 보이지 않는다.


- 우물목고개
오른쪽으로 조금 올라가 삼각점을 확인하고 돌아와 출입금지경고판이 막고있는 왼쪽 숲으로 들어가면 군부대 철조망이 가로 막는다.
철조망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잡초들 사이로 제법 뚜렸한 길이 이어지고 군견 한마리만이 짖어댈 뿐 저지하는 사람은 없다.
배수관들을 넘고 부대정문으로 나오면 포장도로가 이어지고 왼쪽으로 약간 남은 능선이 보여 들어가 보지만 길은 안 보인다.
도로 따라 내려가다 혹시나해서 다시 능선으로 들어가도 잡목들만 성가시고 결국 바로 밑으로 지나가는 도로로 나오게 된다.
"성거산순교성지"와 "제2줄무덤" 안내판을 지나고 나무밑에서 고기를 구어먹는 가족들을 보면서 "제1줄무덤" 안내판이 있는 사리목고개를 지난다.
보라매농장을 지나서 시멘트도로가 이어지는 우물목고개로 내려서니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인적도 드물고 버스를 타려면 마을로 많이 내려가야 할 것같다.

- 위례산
고개를 넘으면 송전탑이 서있는 산판길을 만나며 돌무더기들이 놓여있는 사거리안부를 지나면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구슬땀을 뚝뚝 떨어트리며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면 발밑의 낙엽들은 바스락 소리를 내며 숲의 정적을 깨트린다.
잡초가 무성한 작은 공터에 이정표가 서있는 480봉에 오르면 성거산에서 이어지는 정맥길이 훤하고 시장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며 억새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안부를 지나서 유래석과 산성안내판이 서있는 위례산(524m)에 오르니 넓은 정상에는 숲이 우거져있고 서쪽으로 시야가 훤히 트인다.
이제는 목적지도 얼마 남지 않았고 풀밭에 앉아 참외 하나 깍고 소주 한잔 마시면 적적한 숲에는 새소리만 들려온다.
이정표를 보며 부수문이고개 방향으로 올라가면 바위들 사이로 삼각점을 볼 수 있으며 낮은 봉우리들을 넘고 완만한 능선을 내려가면 산판길과 만난다.
넓은 길 따라 휘적휘적 내려가면 691번 지방도로가 지나가는 부수문이고개가 나오며 자연발생유원지 안내판과 빈 매표소가 있다.



(480봉에서 바라본 성거산)


- 엽돈재
차량통행이 없는 2차선 포장도로를 건너 통신탑을 지나고 잡목숲을 헤친다.
나뭇가지들이 성가시게 하는 가파른 능선을 오르고 헬기장을 지나서 458.8봉에 오르니 잡초사이로 삼각점이 있고 나무들이 빽빽해서 조망은 막혀있다.
잠시 방향을 헷갈렸다가 조금 되돌아 내려가서 왼쪽능선으로 들어가면 깨끗하고 한적한 길이 이어진다.
마을을 바라보며 완만한 능선을 따라가다 봉우리들을 우회하며 내려가면 드디어 절개지가 나타나고 34번국도가 지나가는 엽돈재로 내려서는데 "生居鎭川"이라는 표시석이 서있다.
충청남도 천안과 충청북도 진천의 경계선이기도 한 고갯마루에서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천안쪽에서 손을 흔드니 마침 지나가던 승합차가 세워준다.
땀냄새가 진동하는 몸으로 깨끗한 차를 얻어타니 좌불안석인데 증평의 기원사라는 사찰에 계신 스님은 일부러 천안터미널까지 태워다 주시고 언제 근처에 오면 공양이라도 하게 들르라고 하시니 그 고마운 마음을 어찌 표현할 수가 없다.
화장실에서 냄새나는 옷들을 갈아입고 찬 맥주 한모금 마시니 칠장산에 벌써 다온 듯 3정맥분기점이 아른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