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지리산 (ⅰ)

지리 중봉 지능선과 장당골 (칠선폭포-지능선-중봉-장당골)

킬문 2006. 7. 18. 13:03
2002년 10월 5일 (토요일)

◈ 산행경로
남부터미널(23:00)
함양터미널 (02:45)
추성리(03:40)
선녀탕(05:26)
칠선폭포(06:46)
대륙폭포
중봉지능선(07:40)
동굴(08:20)
사태지역(10:36)
중봉(11:32)
치밭목산장(12:56)
무재치기폭포
장당골
장당보호소(17:57)
내원사(19:40)
대포리
산청터미널
함양터미널(23:10)
남부터미널(02:20)

◈ 산행시간
약 16시간

◈ 동행인
강환구

◈ 산행기

일전의 칠선계곡 산행때 홀로 떨어졌던 단풍님은 어찌어찌해서 길도 없는 밀림을 헤메다가 중봉으로 올라갔는데 그때의 비경을 잊을 수 없다고 해서 장당골도 한번 볼 겸 칠선계곡을 또 가게 된다.
대륙폭포로 들어가 이른 아침을 먹으니 "광속단"의 커다란 표지기가 폭포위에 걸려있는데 폭포를 넘으면 하봉으로 가는 길이 있고 또 중봉쪽으로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마폭포쪽으로 정상적인 등로를 따라 봉우리를 내려가니 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지만 단풍님은 여기에서 곧장 위쪽의 능선으로 올려쳤다고 한다 .



(대륙폭포)


뚜렸한 길을 보고 올라갔다고 하는데 빗물이 흘러내린 흔적으로 길처럼 보이는 곳이다.
가파른 사면을 치고 오르니 능선은 잡목으로 빽빽한데 등로는 아예 없다.
소나무 가지를 잡아가며 낮으막한 암봉을 3개나 우회하니 희미한 족적이 보이는듯 하다.
양쪽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암봉들을 오르고 바윗길을 어렵게 통과한다.

잡목과 산죽들을 헤치고 오르면 곰이라도 살 것 같은 깊은 동굴이 나오는데 뭔가 안에서 나올 분위기라 서둘러 올라간다.
빽빽한 산죽군락을 지나면 간혹 길 흔적을 보일 때도 있지만 대개는 등로를 개척해야 한다.
험준한 암봉들을 오르기도 하고 관목들이 가로막는 사면을 우회하기도 한다.
한참 가다보면 깊은 산속에서 어울리지도 않는 방치된 철조망도 구경하고 약초꾼이 버린듯한 오래된 가스렌지도 보인다.

주능에서 나는 말소리가 들릴때 쯤 나무사이로 촛대봉과 하봉이 언뜻 언뜻 보이고 숲속에 꽂아놓은 텐트폴대도 있으니 간혹 사람들이 내려오기는 하나 보다.
봉우리를 내려가면 앞에 큰 사태지역이 나타나는데 아마 마폭포에서 왼쪽 지계곡으로 올라오다 만나는 그 사태지역인 것 같다.
왼쪽으로 두번째 사태지역이 나오고 흙더미와 바위들을 잡고 가파른 사면을 기어 오른다.
사태지역 위에 서면 흙더미들은 밑으로 끝이 안보이게 흘러 내려가고 있고 깊은 계곡들은 막 단풍으로 치장할 준비를 하는 듯 어수선해 보인다.
오래된 주목들과 형형색색 물들은 단풍으로 치장한 멋진 암봉을 우회하고 세번째 사태지역을 지나면 고사목들이 자주 나타난다.



(사태지역에서 바라본 중봉지능선)


완만해진 숲길로 들어가면 등산객들이 버린 통조림통과 쓰레기들이 사방에 뒹군다.
잘라진 고사목 밑둥을 지나고 키높은 잡풀과 억새들이 우거진 중봉으로 오른다.
중봉에는 동부능선을 가려는 등산객들이 하봉헬기장에서 기다리는 공단직원들 때문에 가지도 못하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길을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닐텐데 행정편위주의로 웬만한 곳은 다 막아 놓았다.

치밭목산장에서 민대장과 인사하고 김치찌개로 점심을 먹고 부리나케 내려간다.
물이 조금씩 떨어지는 무재치기폭포는 단풍에 둘러 쌓여 아름답게 보이고 지리의 가을은 서서이 익어간다.
헬기장에서 장당골을 들어간다고 알고 있어 단풍님은 진작 계곡으로 내려갔건만 홀로 능선을 오르며 헬기장을 찾아 본다.
한참 오르니 계곡은 멀리 도망가고 있어 그제서야 급사면을 낑낑대고 내려가 장당골로 붙는다.

칠선계곡을 보아서인지 수량도 별로 없고 작은 계곡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다소 실망이다.
단풍잎들이 떨어진 계곡가에는 또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와 비닐봉투들이 어지럽게 섞여있다.
수량이 점차 많아지면서 바위들을 밟고 내려서는데 상당히 미끄러워서 조심스럽다.
크고 작은 폭포들을 지나고 내려가면 갈수록 깨끗한 담과 소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물줄기는 점차 굵어지고 변화없는 계곡에 지루함이 생길 무렵 산죽사이로 뚜렸한 길이 이어진다.
조금 올라가니 폐허처럼 방치된 집이 나오는데 글에서 읽었던 장당보호소 같으며 다 무너져 가는 화장실이 세월의 무상함을 보는듯 하다.
넓은 임도와 만나고 저물어 가는 옛길을 하염없이 내려간다.
비어있는 농가들을 지나고 랜턴을 켜고 내려가면 굉음을 내며 물줄기가 흘러간다.
입구의 감시초소를 우회하고 불이 훤히 켜진 내원사를 지나서 트럭을 얻어타고 대포리까지 나온다.

덕산 택시로 진주로 향하다가 버스시간을 알아보려 문의전화를 해봐도 진주이건 산청이건 받지 않는다.
방향을 바꿔 산청으로 가니 서울 버스는 벌써 끊어졌고 함양에서 심야버스를 타야한다고 한다.
시외버스로 함양으로 와 신장개업한 식당에서 조기찌개로 저녁을 먹으니 주인모녀가 상당히 친절하다.
단풍님이 예쁘게 포즈를 취하는 모녀를 디카로 찍고 사진을 준다고 약속했는데 후에 들으니 메모리가 빠진 상태여서 촬영이 안되었다고 한다.
술김에 서울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