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가슴이 트이는 암릉길 (선미봉-수리봉-황정산)

킬문 2006. 10. 27. 22:26
2002년 7월 18일 (목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7:00)
단양터미널(09:05)
방곡리오목내(09:39)
윗점이정표(09:47)
주능선삼거리(10:28)
상여바위
선미봉(11:14)
주능선삼거리(11:46)
수리봉(11:52)
신선봉(12:08)
석화봉갈림길(12:32)
직티갈림길(13:13)
남봉(13:18)
황정산(13:31)
직티갈림길(13:57)
영인봉(14:12)
810봉(14:21)
오석(14:31)
원통암갈림길(14:42)
무명봉(15:04)
직티갈림길(15:10)
황정리(15:41) 

◈ 산행시간 
6시간 02분 

◈ 후기

동서울에서 첫차를 타고 단양에 도착하니 9시5분인데 잠시 기다려 9시35분 시내버스를 타려다가 시간을 아끼려는 마음으로 택시를 탄다.
백두대간상의 벌재와 저수재가 이곳에서 가까와서인지 기사분이 백두대간 중이냐며 궁굼해 한다.
단양팔경중의 하나인 사인암을 지나고 도락산 자락을 옆에 끼고 풍광 좋은 도로를 달려서 방곡리 도예촌을 지나 버스종점인 오목내에서 내린다.
이곳에서 남으로 계속 내려 가면 벌재이고 동쪽으로는 저수재와 연결되는 옛 비포장도로가 있는데 기사의 선심으로 조금 들어가 보지만 바닥이 많이 패이고 돌들이 많아 산행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내린다.(택시비 21,000원)
전에는 예천 가는 길로 많이 이용했다고 하나 지금은 통행이 없어 풀이 길게 자라고 거의 황폐해 있다.
길에서는 수리봉 정상과 말안장처럼 움푹 패인 암능이 험상궂게 보여 사람의 기를 죽이고 한 10여분 올라가니 조평농원이 있는 윗점이 나오며 이정표 있는 곳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 산으로 올라간다.(09:47)

수림이 우거진 완만한 경사길을 조금 오르자 말자 후덥지근한 날씨에 진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다 무너져가는 묘를 지나고 전망 좋은 바위에 서면 주변의 바위 틈새에 억척스럽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노송들의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조금 오르니 경사진 암릉이 나타나는데 철심을 박고 와이어로프들을 매어 났으며 옆으로는 굵은 밧줄도 걸려있다.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는 않고 밧줄로도 충분한데 바위에 구멍들을 마구 파서 쇠줄을 걸쳐 놓았으니 너무 과잉보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숲길이 이어지고 경사가 급한 침침한 능선을 한동안 올라 주능선에 닿는다.(10:28)

이제 수리봉은 지척이고 멀리 반대쪽인 동쪽으로는 선미봉(수학봉)이 높게 올려다 보이며 이정표에는 1.3km라 적혀있다.
아까 올라왔던 윗점에서 길을 계속 따라 가면 장구재가 나올테고 그곳에서 오르면 아마 선미봉으로 바로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봉우리 이름도 특이하고 이곳에서는 가장 높은 1000미터급 봉우리라 여기까지 와서 빠트릴 수는 없다.
희미한 숲길을 잠시 내려가니 바위들이 겹겹이 포개져있는 특이한 모양의 큰 암봉이 불쑥 솟아있고 노송들이 어우러져 있는데 아마 상여바위인 모양이다.
우회하는 길도 있지만 표지기 한개가 걸려있어 무턱대고 홀드들을 잡고 간신히 올라가 보니 사방이 절벽이고 위험해 보여 다시 되돌아 내려온다.
절벽을 길게 우회하는 길은 사면이라 어둠침침하고 물이 뚝뚝 떨어지며 잡목과 넝쿨들로 길이 희미하다.
다시 능선에 올라가면 암릉길이 이어지고 오른쪽은 천길 낭떠러지라 오금이 저리지만 한점 거칠 것 없는 조망이 정말 시원하다.
숲속길을 한참 지나고 이어지는 몇개의 봉우리를 넘으니 선미봉(1082m)인데 전에 안내판을 세워났던듯 철사줄로 묶어놓은 나무기둥만 남아있다.(11:14)
좁은 정상은 수림이 우거져 아무 것도 볼 수 없고 장구재에서 오르는 길과 전망대를 통해서 내려가는 북동쪽 등로가 뚜렸하다.

올라올 때와 달리 내려가는 길은 잡목이 우거지고 낙엽이 많아 흔적을 찾기 힘들어 조심스럽다.
올라왔던 발자국을 확인하며 이정표 있는 삼거리로 돌아와서 북쪽으로 조금 오르니 바로 수리봉(1019m)정상인데 마찬가지로 나무들이 우거져 조망은 좋지 않다.(11:52)
조금 밑의 전망대 같은 큰 바위에 오르면 도락산과 황정산이 바로 앞에 솟아있고 석화봉과 주치박골산등 암봉과 암릉들이 빼곡하게 차있어 감탄을 자아내게 하며 발아래로 방곡리와 여러 계곡들이 까마득하게 내려다 보인다.
와이어로프와 밧줄들이 걸려있는 암릉을 내려와 그 유명한 통나무 다리를 건너는데 그리 위험하지도 않건만 지레 겁을 먹었던 내자신이 우스워져 쓴웃음이 나온다.
다리를 건너면 소위 용아릉이 시작되는데 불끈불끈 암봉들이 솟아있고 울퉁불퉁한 암릉길이 이어지지만 와이어로프와 밧줄들이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
암릉길을 이리저리 통과하며 신선대 절벽은 왼쪽으로 우회하는데 험준한 절벽이지만 역시 와이어로프가 있어서 쉽게 오를 수 있다.(12:08)
물웅덩이가 몇개 패여있는 신선대 바위위에서 점심을 먹고 앉아 있으니 하늘이 새컴해지고 소나기가 올듯 세찬 바람이 분다.
황정산쪽 암릉이 험하다는데 비가 오면 혹시 미끄러울까 걱정이 앞서서 서둘러 길을 떠난다.

숲이 우거진 능선길을 한동안 따라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뚜렸한 길은 석화봉 가는 길이고 왼쪽 희미한 길로 꺽어진다.(12:32)
키를 낮추는 능선을 따라서 안부를 지나니 다시 급한 오르막 길이 나오는데 남봉이라 생각하고 올랐지만 삼각점이 없으니 남봉이 아니다.
처음에 황정산이라고 믿었던 멋있는 암봉이 남봉인 모양이고 황정산은 아마 더 뒤에 있을 것이다.
땀을 뻘뻘 흘리고 봉우리에 오르니 직티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나오고 조금 더 오르면 시멘트 삼각점이 있는 남봉이다.(13:18)
여기도 조망은 그저 그렇지만 앞으로는 황정산을 볼 수 있고 멀리 대흥사골이 잘 내려다 보인다.

이제는 내리막 길이고 직티로 내려가는 하산로를 다시 지난다.
안부로 내려와 완만한 능선을 오르면 아름드리 적송들이 쭉쭉 뻗은 벼랑지대가 나오는데 역시 와이어로프가 길게 설치되어 있다.
절벽을 지나면서 다시 긴 암릉지대가 이어지고 발아래로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직티를 바라보며 암릉들을 넘어 드디어 황정산(959.4m) 정상에 오른다.(13:31)
바위에 앉아서 찬물울 마시고 있으니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더니 오늘 처음으로 등산객 두사람을 만난다.
"부여 길벗산우회" 소속이라는 분들은 내가 올라온 쪽으로 황정리 내려 가는 길이 있냐고 물어 보는데 물론 지도상으로는 그쪽 길은 없다.
찾아 보고 정 길이 없으면 직티로 내려 가시라고 조언을 해주니 고개를 갸우뚱 한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짧은 숲길을 지나면서 암릉이 연속적으로 펼쳐져 있다.
와이어로프가 있는 바윗길을 내려 가니 사방으로 훤히 트이고 바람이 불어와서 말 그대로 시원한 암릉산행이 된다.
이리저리 바위들을 타고 넘으면 밧줄그물이 걸려있는 작은 절벽을 내려간다.
거대한 노송들이 우거진 길을 내려가니 20여 미터 이상의 긴 침니가 나오는데 오른쪽으로 길게 도는 우회로도 있지만 위험한 것을 너무 피하기만 하면 산행의 재미는 반감된다.
굵은 밧줄을 잡고 노출된 나무뿌리들을 발판으로 하여 조심해서 내려가면 큰 어려움은 없다.
삼거리에서는 왼쪽은 전망바위를 지나 직티로 하산하는 길이고 직진하는 북쪽은 황정리로 내려가는 길이며 이정표에 3.1km 라고 적혀 있다.(13:57)

이제 앞으로 멋있게 솟아 있는 암봉을 올라야 한다.
산세가 아름다우면 험한 법이라 역시 여기저기 밧줄들이 걸려있고 바위들을 타고 넘어야 한다.
분재같이 수려한 노송들이 서있는 850봉에 오르니 "영인봉"이라고 적혀있다.(14:12)
봉우리에서 내려가면 앞에 또 다른 암봉이 기다리고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도 보이지만 10여미터의 수직절벽에 걸려있는 두가닥 밧줄을 잡고 완력을 써가며 바위를 오른다.
바위들을 잡고 어렵게 오르니 810봉이고 선미봉에서 수리봉과 황정산으로 내려오는 긴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며, 전방으로는 백두대간이 긴 하늘금을 긋고 있고, 소백산의 연봉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솟아있다.(14:21)

봉우리를 내려가면 이정표가 있고 오른쪽으로 원통암으로 내려가는 뚜렸한 등로가 보이지만 능선을 끝까지 이으려면 계속 직진해서 암릉으로 올라야 한다.
날등을 타고 바위들을 내려가니 사방으로 막힘이 없이 훤히 트여있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암릉산행의 진미를 맛보는듯 상쾌한 기분이 든다.
계속 내려가면 능선 한가운데에 오석이 서있고 "황정산 810m" "산림청의 헬기지원으로 여기에 설치하다" 뭐 이런 글이 적혀있지만 분명히 여기는 봉우리도 아니고 810봉은 아까 지나왔는데 뭐가 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능선을 내려가면 원통암으로 내려가는 길들이 연이어 나오고 국유림표지석과 기이하게 생긴 바위들을 여럿 지나친다.
낮은 봉우리를 오르면서 능선은 북에서 동쪽으로 급하게 꺽인다.
야산처럼 낮아진 길을 계속 내려가니 여러 형태의 기암괴석들이 나타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어디선가 사람들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마지막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역시 직티로 가는 길이니 주의해야 하고 황정리 가는 길은 동남으로 급하게 꺽여져 내려간다.(15:10)
평탄한 길을 한동안 내려가면 양봉을 하는듯 슬래브 집이 한채 나오고 바로 537번 지방도로에 닿으면서 오늘의 산행은 끝난다.(15:41)

도로에 내려가니 버스가 한대 서있는데 황정산 등산을 온 것 같다.
길 건너의 남조천에는 등산을 끝낸 한무리의 사람들이 같이 온 여자분들도 의식하지 않고 시원한 물에 땀을 딱고 막 옷을 입고 있다.
상의를 벗다 말고 서둘러 차를 타는 사람들을 따라 버스에 가서 단양까지 태워줄 것을 청하니 정상에서 봤던 "부여 길벗산우회"분들이다.
대장님의 배려로 맨앞에 앉아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맞으며 소주도 한잔 얻어 마시고 월악산과 충주호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하며 충주까지 무임승차를 한다.
대장님은 부여근처의 금남정맥 길도 수시로 정비를 하시는 산악인이라 하고, 산행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루하지 않게 왔으니 운이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