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Ⅰ)

착각의 연속 (백덕산-사자산-삿갓봉)

킬문 2006. 10. 27. 18:01
2002년 6월 23일 (일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
원주터미널(08:15)
주촌(09:15)
관음사(09:41)
헬기장(10:43)
능선갈림길(11:04)
암봉(11:32)
삼거리(11:40)
백덕산(12:12)
사거리안부(12:34)
당재(12:55)
문재갈림길(13:19)
1165.4봉(13:49)
1160봉(14:47)
1086봉(15:08)
삿갓봉(16:09)
임도(16:48)
상안1리(17:34)
원주터미널 

◈ 산행시간
7시간 53분 

◈ 동행인
이상열, 곽상훈, 강환구 

◈ 후기

원주에서 영월가는 버스로 주촌에 내려 택시로 법흥리로 들어가니 흐리던 날씨가 기어코 잔 빗방울을 뿌려댄다.
관음사앞의 산골식당에서 내려 사슴목장옆으로 숲길을 들어가니면 표지기도 보이고 길이 뚜렸하다.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희미한 길을 지나쳐 20여분 내려가니 계곡이 보이는데 멍하니 가다가 능선길을 놓친 것이다.
길도 없는 급사면을 치고 올라가 너덜지대를 넘고 땀을 뻘뻘 흘리며 능선으로 붙으면 아름드리 거목들과 노송들이 반긴다.

넓은 헬기장에 오르면 시야가 확 트이고 가야 할 능선이 보이지만 비안개가 사방에 자욱하다.
가파른 능선을 올라가니 사자처럼 생긴 바위가 있는데 밧줄을 잡고 오르니 바람이 강하게 불고 비에 젖어 굉장히 미끄럽다.
봉우리를 넘고 산죽지대를 지나서 삼거리에 오르면 능선은 북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조금 올라가니 아주 험한 암봉들이 나오는데 홀드가 있기는 하지만 크고 날카로운 바위들은 비에 젖어 상당히 조심스럽다.

암봉들을 넘고 삼거리를 지나서 운무로 뒤덮힌 가파른 능선길을 한동안 오르면 백덕산(1384.9m)이 나온다.
정상의 암봉에 앉아있으니 차가운 비바람이 지나가며 젖은 몸이 떨려온다.
당재를 지나고 능선갈림길에 오르면 문재쪽으로는 길이 뚜렸하고, 왼쪽의 삿갓봉쪽으로 꺽어져 들어가면 영월군계표지기와 일반표지기들이 간간이 붙어있다.
울창한 숲속을 지나고 쓰러진 나무들을 넘어서 축축한 산죽군락을 통과해 삼각점이있는 1165.4봉에 오른다.
점심을 먹을까 생각하다 이왕이면 연화봉 갈림길까지 가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본다.

연화봉 갈림길이라고 추측했던 능선분기점에서 빵조각으로 점심을 먹고 사방이 꽉막힌 숲을 지나면 앞이 뻥 트이는 삼거리가 나오고 표지기들이 많이 보이는데 비로서 연화봉이 갈라지는 1160봉이다.
다소 뚜렸해진 산길을 따라가 왼쪽으로 하산로를 지나고 곧 봉우리에 오르는데 삿갓봉이란 정상판이 나무에 걸려있다.
삿갓봉에 굉장히 빨리 왔다는 생각을 하며 의심하지 않고 오늘의 산행이 빨리 끝나리라는 착각들을 해서 이후의 지형판단도 모두 틀리게되는데 사실 이봉우리는 1086봉으로서 가해목이 갈라지는 곳임을 후에 알게된다.
컴컴하고 음침한 숲을 지나 무너진 헬기장을 오르고 이곳을 삿갓봉 이후의 825봉으로 착각을 한다.
한동안 내려가서 삼각점이 있는 넓은 헬기장에 오르면 일반산악회의 표지기들도 보이는데 이곳을 786봉으로 생각했지만 실은 여기가 바로 삿갓봉(1028.3m)인 것도 나중에 확인한다.

786봉까지 왔으니 오두치는 금방이라는 편한 마음으로 어두운 숲길을 마구 뛰어 내려간다.
암릉들을 지나고 희미한 산길을 내달리며 왜 오두치가 나오지 않나 생각이 들때 쯤은 지능선을 몇번씩 갈아타며 한동안 내려온 후이다.
잠시후 인적없는 임도로 내려선 다음에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지만 일단은 앞으로 보이는 능선을 향하여 절개지를 오른다.
중키의 소나무들이 늘어선 능선에 오르니 마을들이 가깝게 보이고 까시나무들과 잡목들이 뒤엉킨 험로를 내려가면 잘 단장된 무덤들을 지나는데 원추리꽃이 너무나 이쁘게 피어있다.
흰 망초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산길을 내려가 감자밭에서 일하는 촌로께 여쭤보니 상안1리라고 하시며 오두치를 묻는 말에 왼쪽으로 보이는 능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릿골은 큰 계곡이라고 하신다. 물이 졸졸 흘러내리는 개울을 건너고 논길을 지나서 42번국도에 닿는다.
바로 도착한 시내버스로 원주까지 가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어떻게 잘못 내려왔는지 의견들이 분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