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24일 (토요일)
◈ 산행일정
장전교(05:28)
임도(06:31)
1136.7봉(07:01)
가리왕산(08:31)
중봉(09:12)
하봉(09:46)
1224봉(10:41)
임도(11:47)
오두치
805봉(12:18)
사거리안부(12:43)
898.9봉(13:13)
861봉(13:49)
민둥재(14:11)
민둔산(14:39)
송전탑(15:20)
비봉산(15:53)
산불감시초소(16:28)
정선(16:53)
◈ 산행시간
약 11시간 25분
◈ 동행인
캐이
◈ 산행기
- 장전교
계획만 잡아놓고 적설량이 많아 미루었었던, 가리왕산에서 비봉산까지의 험로산행을 날 덥기전에 하기로 하고 캐이님과 승용차로 서울을 떠난다.
산행후에 욱씬거리는 몸뚱이를 술 한잔으로 달래오던 평소의 습관으로는 차를 가져가는 것이 아주 귀찮은 일이지만 대중교통도 드물고 산행시간이 많이 걸릴것으로 예견되니 어쩔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가리왕산 북릉의 들머리가 되는 장전교에 차를 세우고 해뜨기까지 30여분이라도 눈을 붙히려 등을 기대지만 이런저런 잡생각에 지척거리기만 한다.
우렁찬 물소리에 놀라고 으스름한 새벽기운에 눈을 떠 매점앞의 능선으로 붙으려니 백구 두마리는 마구 짖어대고, 트럭에 산림감시요원이라고 써 붙힌 가게주인이 깰까봐 부랴부랴 산으로 오른다.
- 1136.7봉
예상했던대로 처음부터 급사면 너덜지대가 시작되고 길도없는 가파른 덤불숲을 나뭇가지를 잡아가며 이리저리 돌아 오른다.
능선만 가늠하며 바위지대들을 오르고 쓰러진 나무들을 넘으면 이따금씩 족적도 나타나고 노란 페인트칠을 한 나무들이 간간이 보이며 꺽어진 나뭇가지가 사람들의 발길을 말해준다.
구슬땀을 떨어뜨리며 한동안 급사면을 오르면 구름에 묻힌 오대천이 발아래로 내려다 보이고, 하늘이 열리는가 싶더니만 철책이 보이고 임도가 나타난다.
평창군과 정선군의 경계를 이루는 해발 990m의 임도를 건너 산으로 오르면 드넓은 초지가 열리며 수많은 식생들이 신록을 수놓고 있다.
사방으로 피어있는 얼레지들을 보면서 완만한 능선을 따라가면 1136.7봉이 나오는데 벌목된 정상에는 삼각점이 있고 안내판은 산짐승들이 물어뜯은듯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나있다.
(임도)
(1137.6봉 정상)
- 가리왕산
오래된 헬기장을 지나고 뚜렸하게 길이 나있는 키낮은 산죽밭을 통과하면 한여름처럼 푸른 산중에서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올라갈수록 성긴 참나무들 사이에서 작은 꽃잎들을 펼치고있는 야생화들이 정겹게 보이고 새벽녁 대관령에 비소식이 있더니만 때 아니게도 흰 눈발들이 풀밭을 덥고있다.
박새가 지천으로 깔린 펑퍼짐한 봉우리들을 넘으면 가리왕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성가신 잡목들을 헤치며 올라가니 미역줄나무들은 떼를 지어 산객을 괴롭힌다.
매서운 나뭇가지에 얼굴을 맞아가며 금방 끝날것 같던 잡목터널을 오랫동안 오르면 드디어 파란 하늘이 펼쳐지고 돌탑들과 고사목들이 서있는 가리왕산(1561.8m)이 나타난다.
넓직한 정상에 서니 몇달전 겨울에 올랐던 가리왕산은 여전히 듬직한 모습으로 서있고, 조망은 일망무제로 펼쳐져 수많은 산봉들의 이름을 들먹거리게 하며, 흰구름 밑으로는 중봉과 하봉으로 이어지는 푸른 산줄기가 끝없이 달려나간다.
(가리왕산 정상)
(가리왕산에서 바라본, 가야할 산줄기)
- 하봉
잠두산과 백석산으로 뻗어나가는 장쾌한 산줄기를 다시 한번 바라보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리왕산을 뒤로 연초록 양탄자같은 숲길로 내려간다.
장구목이골 하산로를 지나고 종일이라도 걸을수 있을것 같은 평탄한 능선길을 따라가면 온갖 초본류들이 세상에 머리를 내밀고 있고 앙증맞은 야생화들은 곳곳에 무리를 지어 피고있다.
보호주목 몇그루를 지나 울창한 숲에 가려있는 중봉(1433m)에 오르니 돌탑들이 서있고 전에는 없었던 이정표가 보이며 숙암리로 내려가는 등로가 뚜렸하게 나있다.
휴양림이 있는 회동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면서 능선은 약간씩 희미해지고 뭉툭한 1343봉을 넘어 잡목들로 차있는 하봉(1380.3m)에 올라 삼각점을 확인하니 어도원리임도와 광산골삼거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있다.
아직 시간은 이르지만 따뜻하게 햇볕이 내려오는 풀밭에 앉아 아침을 먹고 소주 한잔씩하며 험로라고 알려진 민둔산까지의 길을 재차 확인해 본다.
(중봉 정상)
(하봉 정상)
- 임도
남남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으로 내려가면 잡목들이 울창하고 지금까지와는 달리 족적은 보이지 않으며 빛바랜 표지기만 한두개 보일 뿐이다.
암봉으로 이루어진 1331봉은 우회하고 연이어 나타나는 바위지대들을 넘고 우회하며 거친 능선을 따라가지만 조망은 완전히 가려있어 답답하다.
바위지대로 이루어진 봉우리들을 몇개인가 우회하다가 능선이 갈라지는 1224봉을 지난것 같아, 바로 위에 보이는 능선으로 들어가 보지만 역시 등로가 아니라 트래버스하며 힘겹게 원위치로 돌아간다.
희미한 족적을 따라 무덤들을 지나고 한동안 내려가다 보니 1224봉에서 갈라져 나오는 원능선이 옆에 보이지만 워낙 많이 내려와 돌아갈수는 없고 임도를 겨냥해서 급사면을 내려간다.
아직 철이 이른 곰취와 두릅을 따가며 임도로 내려서서, 오두치로 연결되는 임도마루로 올라가 열린 철문을 통해 쓰레기가 보이는 능선으로 들어간다.
- 898.9봉
길도 없는 암봉을 힘겹게 올라가서 바위지대를 우회하며 내려가면 무덤있는 안부가 나오는데 양쪽으로 길은 뚜렸하지 않아도 지도상으로는 오두치와 일치한다.
다시 어도원리가 가깝게 보이는 안부로 내려가 숨이 턱까지 차는 된비알을 오르니 암봉으로 이루어진 805봉인데 민둔산으로 연결되는 굴곡많은 산봉들이 비로서 잘 보인다.
모 산잡지에는 오두치부터 민둔산까지 표고차 50-100미터의 봉우리가 열여섯개나 버티고 있다고 하니까 어차피 정선까지 가려면 진땀을 빼며 고생을 해야할 것이다.
고도를 뚝 떨어뜨리며 805봉을 내려가면 다시 급사면이 이어지고 오래된 무덤이 차지하고 있는 암봉을 올라가서 비룡동쪽으로 홈통길이 나있는 삼거리안부를 지난다.
낙엽이 발목까지 빠지는 미끄러운 잡목숲을 한걸음 한걸음 올라가며 이 황량하고 지겨운 산행길에 같이 가는 동료가 있다는것이 참 다행스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뙤약볕을 맞으며 깃대달린 삼각점이 있는 898.9봉에 오르고 잡목더미에 걸터앉아 찬물을 마시니 파란 하늘아래 비룡목장이 평화스럽게 내려다 보인다.
(805봉에서 바라본, 민둔산으로 이어지는 산봉들)
(898.9봉 정상)
- 민둔산
끊임없이 나타나는 봉우리들의 행렬에 진저리를 치고 또 너무나 느린 진행속도에 어이없어 하며 힘 빠지기 전에 이것저것 간식을 먹어둔다.
잡초로 뒤덮힌 헬기장을 지나고 오래된 교통호와 참호가 파여있는 861봉을 오르니 정상은 두리뭉실하고 참나무들만 꽉 차있다.
다시 가파른 암봉을 올라가면 삼면이 아찔한 수직절벽을 이루고 있어 오금이 저리지만 굽이쳐 흐르는 조양강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나전일대의 마을들이 훤하게 내려다 보인다.
오른쪽으로 사잇길을 통하여 바위사이를 조심스럽게 내려가고 민둥재로 추정되는 희미한 안부를 넘으니 무덤이 나오며 앞에는 민둔산이 사각형으로 올려다 보인다.
잡목덤불들을 피해서 햇빛 뜨거운 산사면을 천천히 오르면 넝쿨들은 발을 휘어감고 능선에 깔려있는 까시나무들은 일제히 다리를 찔러댄다.
연신 나타나는 봉우리들을 넘고 소나무지대를 지나 삼각점(정선22/1995복구)이 있는 민둔산(973.8m)에 오르니 덤불들로 꽉 차있고 알만한 분들의 표지기도 두엇 달려있지만 조망은 별로이다.
(간신히 내려온 암봉)
(덤불로 뒤덮혀있는 민둔산 정상)
- 비봉산
아껴두었던 얼린 캔맥주를 하나씩 마시고 봉우리를 내려가니 좋은 등로가 나올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희미한 족적만이 보이고 거친 능선은 계속 이어진다.
잠시후 급한 벼랑지대를 만나고 길을 찾다가 미끄러운 급사면 흙길을 나뭇가지를 잡고 조심스레 내려가면 완만한 등로가 나타난다.
잠두산과 백석산 그리고 백적산으로 꿈틀거리며 이어지는 장쾌한 산줄기를 바라보며 송전탑을 지나고 세곡마을과 이어지는 사거리안부를 넘는다.
지루하게 이어지는 잡목길을 한동안 따라가면 삼각점(438재설/7.5건설부)이 있는 비봉산(827.8m)이 나오는데 역시 잡목숲에는 쓰레기들이 널려있고 사방이 막혀있어 답답하다.
(송전탑에서 바라본, 잠두산과 백석산 능선)
(비봉산 정상)
(비봉산 내려가며 바라본 민둔산)
- 정선
마지막 남은 간식을 털어넣고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가면 정선읍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왼쪽으로는 무슨 용도인지 철조망이 3중으로 굳게 쳐져있다.
철조망따라 뚝 떨어지는 암릉길을 내려가고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오르니 앞이 확 트여서 조양강과 정선일대가 아찔하게 내려다 보이고 시원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은 하루종일 흘렸던 땀을 깨끗하게 말려준다.
통나무계단이 깔려있는 뚜렸한 길을 내려가면 관광객들이 올라오기에는 벅차보이는 급한 내리막이 한동안 이어지고 푸른 강물은 점차 가까워진다.
충혼탑을 지나서 낙락장송들이 빽빽하게 차있는 상큼한 계단길을 내려가면 곧 포장도로와 만나고 황량한 잡목숲에서 헤메었던 힘든 산행이 끝난다.
(산불감시초소)
(조양강)
(정선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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