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용인등에 걸린 조각달 (응봉산 용소골)

킬문 2006. 11. 1. 12:12
2004년 10월 20일 (수요일)

◈ 산행일정
양재역(07:10)
덕구온천(11:58)
헬기장(12:31)
헬기장(13:07)
응봉산(13:27)
원탕계곡길
응봉산(14:12)
903.8봉갈림길(14:24)
작은당귀골상류(14:46)
산막터(15:40)
흰바위(16:30)
제2용소(16:48)
제1용소(17:12)
덕풍마을(17:36)
풍곡리(18:55)
양재역(23:36)

◈ 산행시간
약 5시간 38분

◈ 동행인
ㅇ 산악회

◈ 산행기

낙동정맥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며 남부지방에 비가 올거라는 소식을 듣고 걱정을 하다가 우연찮게 내일 당일로 응봉산을 간다는 산악회가 눈에 띄어 부랴부랴 산행지를 바꿔버립니다.
응봉산 용소골은 계곡이 워낙 험하고 길어서 원래 무박산행으로 다녀오는 곳이고 협곡이 굉장하다고 들었는데 마침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이니, 낮은 야산으로 이루어진 정맥은 뒤로 미루게 됩니다.
산행객들을 꽉 채운 버스가 삼척에 이를때쯤 빗줄기가 뿌려대서 걱정을 했더니만 지나가는 비였던지 금방 그치고 대신 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우중충합니다.
식은땀을 흘리며 멀미를 참고 강릉에서 울진까지 꼬불꼬불한 도로를 지나 간신히 덕구온천에 도착해서 벽산콘도위에서 버스를 내려 바로 산행을 합니다.


12시가 다 되어 나무계단을 올라가니 풍곡사람들이 동해안으로 넘어 다녔다는 "옛재능선"길은 넓직하고 푸근하게 이어지며, 새색시들이 가마를 타고 넘었다고 할만큼 좋습니다.
홍송들이 쭉쭉 뻗은 기분좋은 숲길을 천천히 따라가면 온천 원탕이 있는 온정골로 빠지는 갈림길을 지나며 등로는 조금씩 가팔라집니다.
묘지들을 지나고 좁은 헬기장에 오르니 먹구름사이로도 노랗게 물들어가는 봉우리들이 멋진 모습을 보여 이따금씩 발걸음을 멈추게 됩니다.


두번째 넓은 헬기장을 지나서 아기자기한 바위지대를 따라 올라가면 작은 암봉이 하나 나오고 비로서 구름에 가린 응봉산이 슬쩍 모습을 보여줍니다.
낙엽이 마구 휘날리는 고즈넉한 능선길을 한가롭게 올라가면 후두둑거리며 빗방울이 날리고 운무가 밀려오며 추위도 덩달아 느껴집니다.
헬기장을 지나서 조금 위의 응봉산(985.5m)에 오르니 커다란 화강암으로 된 정상석이 서 있는데 덕구 주민들이 1000미터를 채우기 위해 일부러 크고 높은 돌을 세웠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정상에서는 전망바위와 863봉을 거쳐 덕풍으로 떨어지는 북서쪽 능선길, 원탕계곡으로 내려가는 남동쪽 길 그리고 험하다고 소문난 용소골쪽 등로가 남서방향으로 나 있습니다.



(두번째 헬기장에서 바라본 응봉산)



(응봉산 정상)



용소골로 내려간다며 기세좋게 앞서가는 일행들을 뒤따라 내려가니 등로는 뚜렸하고 급하게 고도를 낮춰가며 돌밭길이 이어집니다.
서둘러 내려가며 아무래도 방향이 이상해 다른 분들에게 물어봐도 아무도 몰라, 지도를 확인하니 완전히 반대쪽인 온정골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나침반 한번 맞춰보지 않은 죄로 40분이라는 금쪽같은 시간을 쓰고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니 능선으로 내려갈 분들은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있고, 내려갔던 쪽으로 원탕계곡길이라 뚜렸하게 적혀있으니 할말이 없습니다.


남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잘 나있는 능선길을 따라가다 선채로 김밥을 먹으며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들을 바라보니 가을비에 젖어가는 산속은 적적하기만 합니다.
위치표시 17번 안내판이 있는 갈림길에서는 원탕계곡길과 903.8봉 능선이 갈라지는데 903.8봉쪽으로는 누군가 "구수람골 험로"라고 싸인펜으로 적어 놓았습니다.
덕풍 방향을 확인하고 봉우리를 사면으로 길게 우회해서 시야가 트이는 바위전망대에 오르니 이제껏 모습을 감추고있던 낙동정맥의 준봉들이 보기좋게 서 있어 얼마후 저곳을 지나갈 산객의 마음은 마구 설레입니다.



(고사목사이로 어렴풋히 보이는 낙동정맥)


점차 고도는 낮아지며 쓰러진 거목들과 아름드리 금강송들이 서있는 능선을 급하게 내려가면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이윽고 작은당귀골의 최상류로 내려섭니다.
암반지대를 휘돌아 계곡으로 내려가니 작은 폭포들이 잇달아 나타나는데 빨간 단풍들과 노오란 이파리들이 어울려 호젓하고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점차 굵어지는 물줄기를 따라 원색의 물결을 이룬 계곡을 산책하듯 내려가면 큰당귀골과 합류하는데 주의를 소홀히 해서 그만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제3용소를 놓치고 맙니다.



(작은당귀골 최상류)



(작은당귀골)



(수수한 단풍들)



(작은당귀골)



작은 산답지 않게 급한 협곡이 이어지고 미끄러운 암반들을 밟으며 계곡을 내려가면 벼랑 꼭대기에는 빨간 단풍들이 매달려있어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고 위를 쳐다 봅니다.
정말 비라도 내리면 어디로 빠져 나갈수도 없는 좁은 계곡이 줄곳 이어지고, 바위사면을 타고 물길을 건너니 물위에 떠있는 낙엽들은 잔바람에 살랑거리며 나그네를 반겨줍니다.
예전에 산막터가 있었다는 무너진 집터를 지나면 불을 피웠던 흔적이 있고 녹슬어가는 양철판만이 사람살았던 흔적인양 무심하게 물속에 박혀 있습니다.



(용소골)



(용소골)



(용소골)



가느다란 밧줄이 걸린 사면을 통과하고 바위지대들을 오르고 내리며 물가를 내려가면 흰색 바위들이 인상적으로 보이고 동굴처럼 깊게 패인 암벽들은 억겁의 세월을 이야기해 줍니다.
물길을 이리저리 건너며 내려가면 몇년전 홍수로 무너져버린 철계단과 시설물들이 흉칙하게 보이지만 바위에 박혀있는 철근들을 붙잡고 급한 사면을 통과할수 있습니다.
밧줄을 잡고 절벽지대를 지나 굵은 밧즐을 잡고 바위지대를 조심스레 내려가면 제2용소가 나오고 깊이를 알수없는 시커먼 물이 내려다보여 공포스럽기도 합니다.
철계단들을 지나서 안전시설이 잘 되어있는 제1용소를 지나니 용소골의 비경이 끝난듯 물줄기는 커지고 이윽고 우렁찬 소리를 내며 등로와 멀어집니다.



(용소골의 흰바위)



(용소골)



(용소골)



(제2용소)



(제1용소)



시멘트수로를 따라 덕풍마을로 내려가 먼저 내려온 일행들과 섞여 비빔밥을 먹다가 우연찮게 넷상에서만 알던 노고지리님과 만나 소주 한잔씩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계곡의 밤은 금방 찾아오고 민박집의 트럭 뒷칸에 타고 10km 나 떨어진 풍곡리까지 내려가려니 찬바람에 몸이 떨리지만 아직 겨울은 아니니 그런데로 참을만 합니다.
노송들이 서있을 멋진 덕풍계곡을 보지도 못하고 아쉽게 차로 내려가려니 앞에 보이는 용인등(770m)위에는 어느틈에 노오란 조각달 하나가 올라와 있고 계곡 물소리는 귓청을 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