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정선 오지의 심설산행 (옥갑산봉-상원산-갈미봉)

킬문 2006. 11. 1. 12:41
2005년 1월 29일 (토요일)

◈ 산행일정
동서울터미널(05:35)
진부
여량(08:56)
옥갑사(09:21)
무덤봉(09:53)
옥갑산봉(10:56)
1302봉(11:18)
상원산(12:28)
점심(-13:08)
돌탑(13:38)
1345.5봉(14:01)
1289봉(14:53)
박지산갈림봉(15:19)
1214봉(15:45)
1158봉(16:14)
백석봉갈림길
갈미봉전위봉(17:26)
갈미봉(17:35)
임도(18:48)
숙암리임도표시석(19:29)
숙암교(20:48)
진부
동서울터미널(01:15)

◈ 산행시간
약 11시간 52분

◈ 동행인
산진이, 대간거사, 메아리, 가난한 영혼, 새들, 산울림, 산사나이, 노고지리, 하늘재, 이파리, 야생화

◈ 산행기

- 옥갑사
동서울터미널에서 30여분 늦게 출발한 승합차로 소사휴게소에 내리니 이른 아침이지만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로 주차장은 꽉 차있고 식당도 인산인해를 이루고있어 그저 간단한 우동 한그릇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진부에서 정선가는 59번 국도를 타고가다 나전쪽 46번국도로 꺽어져 얼어붙은 조양천을 따라가면 도면상 능선이 시작하는 당넘어쯤에는 급한 절벽지대를 이루고있어 오를수 없고, 여량쪽으로 한굽이 돌아가니 작은 계곡옆으로 옥갑사 오르는 소로가 보이고 작은 안내판이 서있다.
찬바람 불어오는 아우라지 조양천너머로 상정바위산을 한번 바라보고 계곡으로 들어가면 검은 돌밭길이 시작되며 나무로 엮어진 다리들을 넘어 꾸불꾸불 가파른 산길이 이어진다.
한동안 땀을 흘리며 비탈길을 올라가니 쪽쭉 뻗은 아름드리 노송들이 보이고 작은 사찰 옥갑사가 나오며, 대웅전앞에서 스팻츠를 하고 있으니 인적에 놀란 스님이 잠깐 나왔다가 들어가신다.



▲ 쓸쓸한 조양천



▲ 조양천 너머로 보이는 상정바위산



▲ 옥갑사



- 옥갑산봉
초입의 표지기를 확인하고 절뒤로 들어가면 길은 흐지부지 사라져 버리고 가파른 사면을 무작정 치고 오르니 눈덮힌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가로질러서 산길을 조금 지나면 다시 옥동탄광과 상옥갑사로 이어지는 탄광도로를 만나는데 도로따라 가도 상옥갑사뒤로 옥갑산 등산로가 있다.
탄광도로를 버리고 동쪽 능선으로 들어가니 눈에 덮혀버린 무덤 한기를 지나면서 길이 가팔라지고 꾸물꾸물하던 하늘에서는 싸래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정강이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을 지나고 넓직한 무덤이 있는 봉우리에 오르니 수직절벽에 노송들이 서있는 계룡봉의 멋진 모습이 보이지만 잠깐사이에 잿빛구름에 파묻혀 버린다.
서서이 암릉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땀을 흘리며 바위지대를 올라가면 안경에는 허옇게 김이 서려 발이 걸리고 넘어지며 나뭇가지들은 짜증스럽게 뺨을 때린다.
살을 에이듯 눈보라 몰아치는 가파른 설릉을 지나 넓은 헬기장이 있는 옥갑산봉(1263.0m)에 오르니 정상표지목은 보이지도 않고 눈을 헤치며 삼각점을 찾아보다 이내 포기한다.



▲ 옥갑산봉 정상


- 상원산
추위에 떨며 후미를 기다리다 이어지는 북릉으로 들어가니 눈은 무릎까지 빠지고 날등으로는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이리저리 잡목들을 헤치며 사면으로 돌아 간다.
간간이 보이는 표지기들을 확인하며 시커멓게 가로 막아서는 암봉을 길게 우회하면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지만 눈보라가 강하게 일고 진행이 늦어져 애초 계획했던 백석봉까지의 산행은 지레 포기하고 만다.
봉우리들을 연신 넘어 옥갑산에서 3.5km정도 떨어진 상원산(1421.4m)에 오르니 역시 넓은 헬기장이 있고 정상표지목밑 눈속에 오석이 쓰러져 있으며 눈덮은 수리취들만이 오지를 찾은 산객들을 반겨준다.
정상에서는 유천리로 이어지는 동릉쪽으로 표지기들이 몇개 붙어있지만 박지산과 갈미봉으로 연결되는 북서쪽 능선으로는 잡목과 덤불들 뿐이고 길은 보이지 않는다.
마땅히 몸을 숨길 곳도 없는 산정에 서서 라면을 끓이고 허겁지겁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싸래기 눈은 계속 내려오고, 삭풍이 몰아치며 손가락은 끊어질듯 통증이 오고 감각이 없어진다.



▲ 상원산 정상



▲ 수리취



- 박지산갈림봉
40여분 시간을 보내고 덤불들을 헤치며 북서쪽으로 들어가면 역시 강원오지 특유의 펑퍼짐한 능선이 이어지고 무릎이상까지 눈이 쌓여있어 럿쎌하기가 어렵다.
1302봉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돌려 내려가니 잠시후 돌탑 한기가 서있어 눈길에 지친 군상들을 위로해 주고, 지겹도록 눈에 빠지며 두리뭉실한 1345.5봉에 오르지만 삼각점은 찾을수 없다.
어느덧 눈은 그치고 날은 개이기 시작해서 말발굽처럼 휘며 이어지는 백석봉이 마주 보이고 가야할 쪽으로 눈을 지고있는 산봉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고목 한그루가 중앙에 서있는 봉우리를 지나고 잡목 가득한 눈밭길을 올라 최근 벌목된듯한 봉우리를 넘으니 잿빛 하늘위로 우뚝 솟은 갈미봉이 보인다.
무심한 눈길따라 1300봉에 오르면 왼쪽으로 뚜렸한 봉우리가 보여서 헷갈리기 쉽지만 봉우리 하나를 더 넘어 두리뭉실한 1270봉을 넘어서야 박지산과 불당재쪽으로 북능이 갈라져 나가는 삼거리가 나온다.
평평한 설원에서 일행들을 기다리며 발왕산에서 박지산을 올라 길게 이어져 내려가는 산줄기를 그저 아쉽게 바라본 적을 떠 올리고 언제 거꾸로 백석봉을 올라 박지산이나 두루봉으로 산행할 생각을 해 본다.



▲ 뒤돌아본 상원산



▲ 돌탑



▲ 설능



- 갈미봉
북서쪽으로 내려가 안부를 지나고 1214봉을 오르니 능선은 남서쪽으로 급하게 꺽어져 내려가고, 박지산에서 갈미봉을 종주했던 높은산님 표지기 한장이 펄럭거리며 반겨준다.
잡목들을 헤치며 눈이 잔뜩 쌓인 좁은 능선을 가파르게 떨어지면 왼쪽으로 창랑골과 오른쪽으로 우동골의 꾸불꾸불한 임도들이 가깝게 내려다 보인다.
안부를 지나고 벌목되어있는 봉우리를 넘어 뾰족한 1158봉을 오르니 능선은 왼쪽으로 휘어지며 갈미봉이 나뭇가지사이로 우람한 모습을 보여서 기를 죽인다.
다시 안부로 떨어졌다가 쭉쭉 미끄러지는 눈길을 한걸음 한걸음 힘겹게 오르면 가장 높은 봉우리가 나타나고 표지기들도 몇 걸려있지만 실제적인 갈미봉 정상은 능선에서 북서쪽으로 약간 벗어나 있다.
완만한 눈길따라 헬기장이 있는 갈미봉(1264.0m) 정상에 오르니 서쪽으로 시야가 확 트여 중왕산에서 가리왕산을 거쳐 하봉까지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막 일몰이 시작되며 쓸쓸한 겨울 산자락을 붉게 물들인다.



▲ 1158봉에서 바라본 갈미봉



▲ 갈미봉 정상



▲ 갈미봉에서 바라본 상원산



▲ 갈미봉에서 바라본 가리왕산



- 임도
전위봉으로 돌아와 백석봉갈림길은 확인도 못한채 바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을 내려가면 어둠에 잠겨가는 산봉너머로 멀리 백석봉이 바라보여 아쉬워진다.
흔적없는 눈길을 돌아 내려가다 발밑의 임도를 겨냥하고 왼쪽 지능선으로 꺽어지면 급한 비탈이 이어지고 나뭇가지들을 잡고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어둠속에서 앞서간 발자국을 따라 미끄러지듯 내려가면 바로 밑에 임도가 보이는데 먼저 내려간 일행들의 불빛이 보이고 절벽지대라 멀리 돌아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나뭇가지들에 의지하고 발 디딤터를 만들며 급사면을 간신히 우회해서 임도로 내려가 보니 깍아지른 절개지가 30여미터는 넘을것 같아 무심코 내려오다가는 큰 부상을 당할 굉장히 위험한 곳이다.


- 숙암교
내려온 지형이 확실하지 않아 지형도를 잘 살펴보면 갈미봉에서 백석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를 타지 못하고 바로 높은터로 이어지는 지능선을 내려온 것이라 거꾸로 임도를 거슬러 올라간다.
발밑 마을의 불빛을 보고 그냥 사면을 치고 내려가면 좋으련만 밤이라 불가능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차바퀴가 찍혀있는 넓직한 임도를 한동안 올라가니 임도갈림길이 나타나고 숙암리임도 표시석이 나타난다.
다시 남쪽으로 꺽어져 터벅터벅 눈길을 내려가면 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벗밭이라 생각되는 마을이 나타나며 노인 한분은 숙암리까지 30여분이면 충분히 간다고 하신다.
계곡을 만나 얼어붙어 미끄러운 시멘트도로를 계속 따라가니 "잘바위" 이정석이 보이고 어둠에 잠긴 59번국도를 지나는 차량들의 불빛이 섬광을 긋는다.
하루종일 눈밭을 헤메었던 오지산행을 마치고 오대천 물소리가 낭랑하게 들려오는 숙암교로 내려가면 보석같은 별들이 찬 겨울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다.



▲ 숙암리의 잘바위 표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