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일이 지나 텅 빈 버스를 타고 피나물과 괴불주머니가 만개한 상원사에서 내려 보살들이 간혹 돌아다니는 능선을 피해 의례 다니던 계곡으로 들어가 전날의 비로 흘러넘치는 물길을 건너 막판의 빽빽한 넝쿨들을 뚫고 안부로 올라간다.아직 쌀쌀한 날씨를 느끼며 홀아비바람꽃과 얼레지들이 군락으로 피어있는 주 능선으로 붙어 상큼하게 맞아주는 눈부신 박새 군락지들을 지나 안부로 내려가 항상 점식 먹었던 곳을 기웃거리며 새 생명으로 충만한 당귀들을 따다가 예보에도 없던 가느다란 빗줄기를 맞으며 사면을 돌아다니고는 적적한 숲에 앉아 곰취 쌈으로 대강 점심을 먹는다.너무 이른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잠재우며 아직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은 수확물들을 챙기고 비안개로 오리무중인 호령봉으로 올라 시간이 많이 남아 감자밭등으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