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산 (Ⅱ)

완도 상황봉

킬문 2006. 11. 1. 14:46
2005.07.28 (목요일)

◈ 산행일정
대야1리(05:15)
건드렁바위
상여바위(06:05)
관음사지(06:20)
상황봉(06:47)
하느재(07:10)
백운봉(07:36)
업진봉(07:54)
숙승봉(08:23)
볼목저수지(08:53)

◈ 도상거리
약 9.2km

◈ 산행시간
3시간 38분

◈ 산행기

완도 바닷가의 모텔에 방을 잡고 새벽녁에 일어나, 오면서 봐두었던 산행안내판이 걸려있던 대야1리로 차를 몬다.
어스름하게 여명이 밝아오는 대야1리로 들어가 마을 한켠에 차를 세우고 시멘트도로를 따라가다 염소농장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 보지만 길이 없어 되돌아 나온다.
마을길을 계속 따라가면 채소를 다듬던 노파 한분이 조금 후면 비가 쏟아질텐데 뭐하러 산에 올라가냐며 걱정을 하신다.


에덴농장을 지나고 주차장이 있는 쉼터에서 이정표따라 산길을 올라가면 송전탑들이 나오고 발아래로 완도 앞바다가 펼쳐지며 막 잠을 깨는 어촌들이 평화스럽게 보인다.
푸른 대야저수지를 바라보며 뚜렸한 등로를 올라가면 하늘에는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비를 머금은 축축한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기 시작한다.
별 특징없는 건드렁바위를 지나고 암릉사이로 울툴불퉁한 상여바위를 조심해서 올라가봐도 운무만 잔뜩 깔려있고 사방 오리무중이다.
구름에 덮힌 상황봉과 백운봉을 바라보며 너무나 울창해서 음침하기도 한 동백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관음사 절터가 나오고 시원한 약수를 한모금 들이키니 흐르던 땀방울이 쑥 들어간다.
후두둑거리는 빗방울을 맞으며 운무로 뒤덮힌 숲길따라 정상석이 있는 상황봉(644.1m)에 오르니 바다에서 세찬 바람만 불어오고 아랫세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 운무로 뒤덮힌 상황봉



▲ 상황봉 정상



이정표를 확인하며 북서쪽으로 능선을 이어가면 전망대가 나오고 암릉에 놓인 쳘계단들을 지나 넓은 임도가 지나는 하느재를 건넌다.
다시 전망대를 지나고 벌목되어있는 가파른 길을 한동안 오르면 이정표가 서있는 백운봉(600.0m) 정상이 나오는데 정상석은 없고 바위위에 백운봉이라 음각되어있다.
송곳바위를 지나 대야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한적한 숲길따라 억새들이 출렁거리는 업진봉(544m)에 올라서니 활공장인듯 경고판이 세워져있고 올라왔던 대야리와 저수지가 잘 보인다.



▲ 백운봉 정상



▲ 업진봉 정상



계속 능선을 따라 웅웅거리며 몸을 떠는 송전탑으로 내려가면 암봉으로 불쑥 치솟은 숙승봉이 앞에 나타나고 상황봉에서 백운봉으로 흐르는 능선은 비구름에 가린채 일부나마 모습을 보여준다.
상황봉이 전면으로 보이는 슬랩지대를 지나고 안부로 내려가 암벽을 왼쪽으로 크게 우회하며 올라가면 밧줄들이 걸려있고 철계단들이 나온다.
암릉을 가로지르는 급한 철계단을 올라 숙승봉(435m)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막힘이 없어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지만 몸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흉폭한 바람이 불어와 실족이라도 할까 겁나 이내 내려온다.



▲ 송전탑에서 바라본 숙승봉



▲ 전망대에서 바라본 상황봉



▲ 숙승봉 정상



다시 철계단을 타고 반대로 내려가면 야산길이 이어지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공사장소리를 들으며 지루한 숲길을 내려가니 이정표가 서있는 불목저수지가 나오고 짧은 산행은 끝이 난다.
원불교훈련원을 지나고 포장도로로 내려가면 해신 장보고를 나타내는 깃발들이 사방에 펄럭거리고 식당과 가게들이 즐비하게 서있다.
잠시 내려오다 한 주인에게 연유를 물으니 장보고를 촬영했던 세트장이 있어서라고 한다.
며칠전 들렀던 전북 부안에서는 불멸의 이순신 촬영장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않고, 이곳 완도에서는 오래 전에 죽은 장보고가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리고 있다.
들뜬 목소리로 태백산맥 기념관을 짓기로 했다며 좋아하던 전남 벌교의 한 식당주인을 떠 올리며 조금씩 날이 개이는 도로를 걸어가다 인수봉을 닮은 숙승봉을 연신 뒤돌아 본다.



▲ 숙승봉